"이름 같다고 모두 같은 것 아냐"
"이름 같다고 모두 같은 것 아냐"
  • 안재철 교수
  • 승인 2017.09.22 13: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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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안재철 교수의 '열린 강원' 2. 질문에 답합니다 (1)

질문: 한문 경전에서 쓰인 많은 불교 언어가, 장자에 이미 나와 있던 말이 불교 용어가 된 것이 많다고 하는데 이 코너에 기대가 됩니다.

답: 물론 이미 알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굳이 답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사료되지만, 앞으로 이 코너를 운영하는 방법으로 삼을 만하다고 판단되어 답변을 적어보겠습니다.

답변 중에는 철학을 말한 부분도 있습니다. 철학에 관한한 필자는 비전문가로서 지식이 淺薄하여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옳겠으나, 독자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책을 통해 얻은 淺薄한 지식이나마 언급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 잘못 이해한 것이 있을 때는 전문가에게 물어주시기 바랍니다.

언어는 이민족과 교류하면서 많은 변화를 한다.

역사적으로 중국어는 두 차례의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최초는 인도로부터 불교가 유입된 것이고, 두 번째는 청말민초淸末民初의 소위 일본제한자日本制漢字의 유입이다.

불교가 중국에 유입되어 중국인들에게 불교를 소개하는데 있어서 인도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 고유의 노장사상老莊思想이나 유가사상儒家思想 등의 용어를 써서 이해한 것을 격의불교格義佛敎라고 한다.

독자가 말씀하신 것은 아마 도가道家에서 사용하는 무無나 좌탈입망坐脫立亡, 그리고 소요逍遙와 같은 용어를 유가佛家에서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고 이해한다.

옳은 말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고 사용범위가 협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설마 그것조차도 격의불교의 범주에 있는 용어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차제此際에 유가·도가·불가에 사용되는 단어들의 관계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름이 같다고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감산대사憨山大師가 유가·도가·불가를 설명한 것에 따르면, 어떤 가르침(지침, 道)을 따라 세상을 바르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말하는 유가를 재세(在世)를 말하는 사상이라고 하고, 세상을 인정하지만 그 세상을 잊어버리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도가를 망세(忘世)를 말하는 사상이라고 하는 반면, 세상은 허망한 것으로 본래 없으나 잠시 인연에 따라 있는 듯 보일뿐이라고 생각하는 불가를 출세(出世, 속세 밖)를 말하는 사상이라고 한다.

먼저 유가에서 말하는 道와 도가에서 말하는 道를 구분해 보면, 유가에서는 道를 인생의 지침과 같은 것이라고 하고, 도가에서는 우주의 총원리라고 한다고 볼 수 있다.

朝聞道, 夕死可矣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상기에서 도道는 辶(辵)과 首가 합하여진 글자이고, 辶(辵)은 또 彳(사거리의 한 쪽 부분)과 止(발趾)가 합하여 진 글자이므로, 결국 道는 ‘길거리(彳)에서 맨 앞장서서(머리, 首) 걷는(止)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인도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아침에 들은 道’, 즉 유가에서 말하는 道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침이 되는 원리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도가의 道는 마치 불가의 진여眞如(佛, 空, 一心) 등과 같은 개념으로 우주의 총원리, 즉 위음왕불威音王佛 저편 다시 저 저편(向威音那邊更那邊, 父母未生前)의 것을 말하고, 또한 道와 짝을 이루어 말하여지는 덕德은 각 만물萬物의 원리를 말한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물은 물이 되는 원리가 있고, 사람에게는 사람이 되는 원리가 있으니 그것을 德이라고 하여, 각각을 물의 德과 사람의 德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은 물의 德도 사람의 德도 모두가 道의 일종이므로, 道와 德은 결국 같은 것이다.

즉 하늘에 떠 있는 달의 원리를 道라고 한다면, 이 강에 비친 달의 원리를 이 강의 德이라고 하고, 저 강에 비친 달의 원리를 저 강의 德이라고 하는데, 이 강의 달도 저 강의 달도, 모두 하늘의 달이 비쳐진 것이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道인 것과 같다.

아무튼 유가나 도가에서 사용하는 道라는 이름은 같으나 유가의 道와 道家의 道는 서로 같은 것이 아니다.

또 性을 들어 설명한다면 동일한 儒家라고 하더라도, 孟子의 性과 荀子의 性은 다르며, 더군다나 告子의 性은 또 다르다.

성선性善이나 성악性惡이라고 한다면 性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이미 이 세상에 현현顯現한 것이라면, 신유학에서 말하는 심통성정心統性情의 性도, 대승기신론에서 말하는 일심一心 중 진여문眞如門의 무엇을 말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가에서 말하는 性은 존재론存在論의 문제가 아니고 인식론認識論의 문제일 것이다.

즉 性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善한 것도 惡한 것도 아니라고 하는 것이 告子의 말과 통한다.

또 中을 유가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되거나 지나쳐서 남거나 부족하지 않은 정 중앙의 것’을 말한다고 하지만, 그 중앙은 인간들이 정해놓은 仁(“仁, 人也(仁은 사람다움이다)”라는 말은 곧 유가는 사람중심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오리나 닭을 죽여 인간의 먹이로 삼는 것도 仁일 수 있다. 그러나 도가에서는 自然을 해치는 有爲이며, 불가에서는 살생殺生이다. 仁은 또 “从人二(人과 二를 따르다)”로 사람과 사람이 사회를 이루는 도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의 顯現이 忠恕 등일 것이다)과 같은 도리일 것이다.

도가에서는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늘리고, 학의 길이가 길다고 잘라서, 오리와 학의 중간지점을 찾는 것을 中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그대로 두는 것, 즉 自然(스스로 그러함)대로 (自然은 nature가 아니다. 일본제 한자가 생겨난 청말민초淸末民初 이전以前에는, 자유自由의 상대어가 방종放縱이 아니고 타유他有인 것과 같다. 또 도가에서 말하는 中은, 이미 연기緣起하여 생겨난 현상이기 때문에 미발未發은 아니고 기발旣發인 것으로 생각한다) 무위無爲한 것이 中인 것이다.

각설하고, 이와 같이 이름이란, 예를 들면 모두 안경이라고 말한다고, 이 안경과 저 안경이 똑 같은 동일한 하나의 안경인 것은 아니고, 그것들의 공통된 자질을 모아 안경이라고 부르는 개념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언어를 쓰는 언어공통체가 그것들의 공통된 자질(속성)을 모아 이름을 지으면 그것을 그것이라고 부르는 것이고, 시대가 바뀌어 다시 이름을 바꾸면, 또 다른 어떤 것이 되는 것이다.

단어의 의미범주가 바뀌는 경우도 있으며, 아래에서는 경전에서 그런 예를 들어보겠다.

<화엄경>에 云: '菩薩이 浴時에, 諸天이 競取此水하야, 將還天宮하며, 池中水族은, 飮此水已에, 得生天上하고. 菩薩은 爲利益故로, 度脫水族호려하사, 示現洗浴하시니라.'
 (<화엄경>에서 말하였다. '보살이 목욕할 때면 모든 천신들이 다투어 그 물을 길러 하늘궁전으로 가지고 갔으며, 못 속의 어류들은 이 물을 마심으로써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 보살은 이익이 되는 까닭에 어류들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고자 示現하여([그 육신을] 드러내 보여) 목욕하는 것이다.')

상기의 기술에서 목욕을 한다는 의미의 글자로 ‘浴(욕)’을 썼으며, 그 글자 때문에 머리는 감지 않고 몸만 씻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옛날에는 어느 부위를 씻느냐에 따라 글자의 쓰임이 달랐는데, 목沐은 머리를, 욕浴은 몸을, 세洗는 발을, 조澡는 손을, 매沬는 얼굴을 씻는 것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혼합混合되어 세洗로 모든 것을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장을 해석할 때 각 단어가 처음에는 어떤 뜻이었으며, 어떻게 변해 왔으며, 그 글 속에서는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할 뿐 아니라, 유가의 글인지 도가의 글인지 불가의 글인지 또 같은 불가라고 하더라도 성교性敎의 글인지 상교相敎의 글인지를 정확하게 알면 해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렵지만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해석한 문장의 연결이 논리적이지 못하다면 문장의 구조를 살펴보고, 문장의 구조가 틀림없다면, 그곳에 쓰인 글자들의 사의詞義변화를 살펴보면, 어딘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다음 연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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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법 [國法] 과 道(도) 2017-09-22 20:20:55
그래요 교수님
이름이 같다고 모두 같은것은 아니다.
지적하신대로 틀림이 없는 말씀입니다
유가사상이던 도가사상이던 형이상학적인 찰학적이던
각자의 道(도) 나름대로 주장하는 바가 다있죠
~
國法:백성들이 지켜야할 일체의 법률과 법규
국법은 국왕위주로 만든법 시대를 왕국이라한다-주인이 왕
민주주의 헌법은-주인이 백성
개독법은 주인이 창조주 /피조물 종은백성
말법은/용수등이 만든법으로-용수등&만든자들 존중/대접 불보살법
~
붓다불교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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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위한 법도아니며

이러한 모든法/道도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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