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자연(弘益自然) 꽃차...'한뫼산야초꽃차연구원'
홍익자연(弘益自然) 꽃차...'한뫼산야초꽃차연구원'
  • 김원행 기자
  • 승인 2017.09.1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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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目) 코(鼻) 입(口)에서 세번 피어나는 꽃차(花茶)는 낙동강 강바람과 더불어 산다.

 

잡초(雜草)도 꽃봉오리 있고 꽃도 피운다. 큰개불알꽃, 민들레꽃,돌나물꽃, 달맞이꽃, 개망초꽃, 망초꽃, 쇠뜨기꽃, 닭의장풀꽃... 사람들은 풀(草)을 경작지나 도로 그 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인간중심적, 자본적 관점에서 풀을 폄하했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협의적 해석으로 접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홍익인간이 아니라 공생의 개념인 홍익자연(弘益自然)이 맞다. 

 잡초를 대우하여 가까이하니 업신 당하던 잡초꽃은 약용이나 차의 재료로 요긴하게 쓰이는 기묘한 현상이 나왔다. 꽃차가 그것이다. 흔해 빠진 커피나 녹차 대신 꽃차 나누어 마시는 것이 대세다.

 조선 중기 문인(文人) 신흠(申欽)은 매화를 "梅一生寒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이라고 극찬했다. 신흠선생이 다소 화가 날지 모르지만 매화에 온기를 입혀 누군가의 구강에 향기가 머물게하는 세상으로 변모했다. 매화차다.

 꽃차가 커피와 맞짱 뜨는 시대로 변해 가고 있다. 천정부지로 인기가 치솟던 보이차(普洱茶) 음용도 주춤해졌다.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홋가하는 보이차가 외면 당하는 이유는 진솔성과 민중성 부족이라는 것이 차인(茶人)들의 중론이다.  

 우리의 들판에서 자라난 들차가 밝은 지혜를 가진 이들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 주로 찿는 차가 야생꽃차다. 민중의 차가 꽃차다.

 

황진이는 '내 언제 무신하여'라는 시를 통해 "달도 기운 깊은 밤에 님이 오려는 뜻이 전혀 없네.추풍에 떨어지는 잎 소리야 난들 어이하리오"라며 꽃차를 곁에 뒀다고 전해지고 있다. 심장에 꽂아도 아프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꽃차를 가까이한 그녀의 정신적 안정제는 다름아닌 꽃차였던 셈이다.

 제 살 보듬듯 야생화 끌어 안고 사는 부부가 있다. 전학연(부인), 하철홍(남편)씨가 그들이다. 2000여평(약 6600㎡)에 113가지 온갖 잡초화와 목련화 등을 심었다. 농약은 밭뙤기 근처에 얼씬도 못한다. "언제 야생화가 인간이 만든 화학영양제를 먹고 살았냐"라는 것이 이들 부부의 주장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부의 말이 맞다.

 이들 부부가 자리를 잡은 곳은 매실로 유명한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다. 학연씨는 "번지 없는 주막은 있어도 문패 없는 집은 있을 수 없다"며 '한뫼산야초꽃차연구원'이라는 다소 긴 이름을 지어 집앞에 내걸었다. 타인을 위해 지었다고 했다.

 학연씨는 자신의 사주에 꽃이 들었다고 했다. 화중인생(花中人生. 꽃 속에 인생이 있다)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들 부부는 먹고 살만하다. 내외가 부산교통공단에 나란히 근무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흔하디 흔한 야생화를 택한 것은 홍익인간이 아닌 홍익자연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10년 넘게 지력(地力)을 확보하기 위해 "구르마(리어카)로 순수퇴비를 넣고 또 넣어 산성토질를 알칼리성 토질로 변환까지 시켰다"는게 이들 부부를 지켜본 사람들의 말이다. "들풀 키우는데 무슨 알칼리성 토질 운운하냐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잡초화(야생화)를 모독하는 말"이라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주절거림이다.

 학연씨 부부는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꽃차를 판다. 무료 강의도 아낌 없이 해준다. 이들 부부가 만든 꽃차를 맛보려면 웃고 가면된다. 눈(目) 코(鼻) 입(口)에서 세번 피어나는 꽃차(花茶)는 낙동강 강바람과 더불어 산다. 이들 꽃밭뙤기가 낙동강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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