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의 침묵을 원하는가?
종교인들의 침묵을 원하는가?
  • 오마이뉴스 지유석
  • 승인 2017.09.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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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단단히 뿔난 종교계, '종교케어팀' 오점으로 남아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종교계는 종교케어팀이 십자가(사진) 등 종교계의 상징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종교계는 종교케어팀이 십자가(사진) 등 종교계의 상징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종교인들이 문재인 정부에 단단히 뿔이 났다. 지난 7일 오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성주 부지에 반입되는 과정에서 경찰 '종교케어팀'이 종교인들을 무례하게 대해서다.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이에 이번주 종교인들이 연달아 목소리를 냈다. 먼저 개신교인들이 지난 14일 경찰청 앞에서, 그리고 개신교-가톨릭-원불교-불교-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이 바로 다음날인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권력을 성토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자. 6일 밤부터 7일 오전까지 소셜 네트워크(SNS) 타임라인은 성주 상황으로 온통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마음은 당장 성주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어쩔 수 없이 SNS 타임라인을 통해 성주 상황을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이때 사뭇 낯선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종교케어팀'이라는 노란색 자켓을 입은 일군의 경찰관들이었다. 처음에 이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현장에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들은 사드 반입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종교인들을 마구 연행했다.

이 광경을 보면서 눈이 의심스러워졌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은 일방적으로 우리사회의 기득권층 편만 들다시피 했다. 이로 인해 지역 공동체는 찢어졌고, 사회적 약자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이때부터 종교인들이 현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종교의 가르침을 따라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보듬고, 정권이 자행했던 국가폭력에 제동을 가하려 했다.

2015년 11월 있었던 제1차 민중총궐기에서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그러자 개신교, 대한성공회,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인과 신도들이 꾸린 '종교인평화연대'는 12월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 당시 서울 광화문 청계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평화의 꽃길 기도회'를 열고 평화적 집회를 염원했다. 이에 힘입어 2차 총궐기는 아무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물론 충돌이 아주 없지 않았다. 해군기지 건설이 진행중이던 제주 강정에서 공권력이 가톨릭 수녀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욕설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성체를 훼손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공권력은 약자와 연대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종교인들을 자주 모욕했다.

그러나 지난 9년 보수 정권 하에서도 공권력이 '종교케어팀'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꾸려 종교인들을 대하지 않았다. 만약 '종교케어팀'이 말 그대로 종교인들을 돌봤다면(케어) 종교인들이 이토록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소성리에 등장한 종교케어팀은 말만 '케어'였지 사실상 종교인 전담 체포조나 다름 없었다.

현장에 있던 원불교 교무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원불교 교무들의 증언을 인용하는 이유는 사드 반대에 원불교가 앞장서왔고, 사드 발사대가 들어가던 시점에 다수의 교무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어서다.

"종교케어팀은 종교를 전혀 케어하지 않았다. 이름만 종교케어였지 이들은 교무들을 끌어내고 십자가를 짓밟았다. 특히 여성 원불교 교무들의 상징과도 같은 머리채를 풀어헤쳐 잡아 챘다. 이게 무슨 종교케어팀인가? 이러고도 그들이 안전한 집회 관리를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원불교 강해윤 교무

"그날 종교 케어팀이라고 보셨죠? 종교 케어팀이 '여기 있으면 다치십니다 안전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하면서 여성 교무들, 한 번도 머리를 밖에서 풀어본 적이 없는 여성 교무들 머리채를 잡고 법복을 찢고 사지를 들어 끌고 나갔습니다. 신부님들 십자가를 부러뜨리고 그러면서 종교 케어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인권을 보호한다는 대통령 맞습니까?"- 원불교 김성혜 교무 

약자와의 연대는 종교인의 의무 

종교인이 짊어져야 할 의무 중 하나는 세속 권력이 다수의 국민들을 힘들게 할 때 분연히 일어나 권력에 제동을 거는 일이다. 사드 배치로 갈등이 첨예한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 종교인이 달려간 건 이 같은 의무의 연장선상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는 '종교케어팀'이라는 해괴한 조직을 꾸려 종교인들을 거칠게 대했다.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과 임시 기도회를 갖고 공권력을 성토했다. 바로 다음 날인 15일엔 5대 종단 종교인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부에 날을 세웠다.
▲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과 임시 기도회를 갖고 공권력을 성토했다. 바로 다음 날인 15일엔 5대 종단 종교인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새정부에 날을 세웠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 사드 임시배치 이후 종교계가 새정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신교계가 지난 14일 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5대 종단 종교인들이 15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부를 성토했다. ⓒ 지유석 관련사진보기

이번 일이 심각한 건 그저 종교전담 체포조가 종교 천막을 부수고 원불교 여성 교무의 머리채를 잡고 십자가를 마구 훼손한 데 그치지 않는다. 종교케어팀의 등장은 '앞으로 갈등이 첨예한 현장에서 종교인들은 빠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칠게 말하면 이제 종교인들은 거리에 나오지 말고 각자의 예배당에서 기도나 하라는 신호를 던졌다는 말이다.

종교케어팀에게 붙잡혀 끌려 나온 종교인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로 이어지는 촛불 항쟁의 선봉에 섰던 이들이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박근혜 전 정권의 퇴진을 염원했고, 동시에 이 정권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드 배치를 철회해줄 것을 바랐다.

더 나아가 미국에 저자세 보이지 않고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대화로 풀어주기를 바랐다. 종교인들이 문재인 정부의 사드 임시배치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종교케어팀의 등장에 격앙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사드 임시배치 결정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나름 고심했으리라 생각한다.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하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대통령이 임시배치 이후 발표한 입장문을 보면서 국민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으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이 그저 연대를 위해 거리로 나온 종교인들을 표적 삼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현장에 있던 종교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남다른 기대를 건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의 경찰은 이 같은 염원은 아랑곳 없이 '종교케어팀'이라는 해괴한 체포조를 만들어 종교인들만 표적 연행했다.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이 정부는 정말 앞으로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쟁점에 종교인들은 침묵하길 원하는 건가?

끝으로 경찰은 명심하라. 종교인은 공권력의 돌봄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공권력이 종교인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 특히 정치권력의 충견 노릇을 충실히 해왔던 경찰 공권력은 종교인 앞에 겸허해야 한다. 이미 수녀들의 머리채를 잡고,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모욕한 전력이 있지 않던가?

인권경찰로 거듭나려면 각 종교의 핵심 가르침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공권력을 집행하는 데 반영해야 할 것이다. 한편 종교인을 표적 연행한 '종교케어팀'은 경찰의 수치이자 이 정부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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