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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별리고
[연재] 강병균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159.
2017년 07월 26일 (수) 16:34:03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cetana@gmail.com

심리학에 유명한 이론이 있읍니다. 같은 값이라면, 더 얻는 것보다, 가진 걸 잃는 것이 더 아프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집 한 채를 더 얻는 기쁨보다는, 가진 집을 한 채 잃는 슬픔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 현상은, 가진 집이 많을수록 덜하고 적을수록 더합니다. 집만 한 채 달랑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가진 것을 잃는 것은 생존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더 얻는 것은 생활을 더 윤택하게 할 뿐입니다.

애별리고(愛別離苦)는 이 점을 잘 드러냅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고통을 말합니다. 불교에서 4가지 큰 고통의 하나로 칩니다. 배우자는 원래 있던 게 아닙니다. 없던 걸 얻은 겁니다. 그러므로, 잃으면 본래 상태로 돌아간 것뿐인데,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처음부터 없던 것보다 훨씬 더 괴로워집니다. (기억은 기쁨도 주고 슬픔도 줍니다.)

애별리고는 아끼는 물건을 잃는 것에도 해당합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업이 크게 성공했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이 하향세를 타더니 부도가 났읍니다. 다시 무일푼이 되었읍니다. 얼마나 괴로운지 모릅니다. 한강 철교에 서서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몸을 던질까 망설인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고향에 두고온 친구는 작은 논밭을 일구며 나름 행복하게 삽니다. 고향에 돌아가 그 친구처럼 농사질 정도의 돈은 변통할 수 있지만, 성공가도를 달리던 시절의 기억이 너무나 무겁고 아픕니다.

시작은 구부득고(求不得苦)입니다. 구하는 걸 얻지 못하는 고통입니다. 그러다 드디어 구하던 걸 얻읍니다. 그리고 어느 날 얻은 걸 잃읍니다. 그동안 기정사실이 되어 별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던 게 막상 잃고 나니 너무 아픕니다. 애별리고입니다.

원증회고(怨憎會苦)는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입니다. 애별리고와 쌍을 이루는 고통입니다. 싫은 상황을 맞닥뜨릴 때 생기는 아픔이라고도 볼 수 있읍니다. 그러면 애별리고는 원증회고가 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구부득고와 애별리고와 원증회고를 만납니다. 감수성이 풍부할수록 고통은 큽니다. 감각기관이 예민할수록, 상황을 잘 파악할수록, 의지가 강할수록, 잊지 않고 잘 기억할수록 고통이 큽니다. 오음성고(五陰盛苦)입니다.

마나라(摩拏羅)존자는 읊읍니다.

심수만경전(心隨萬境轉): 마음은 온갖 경계를 따라 구른다
전처실능유(轉處實能幽): 허나 구르는 곳에 그윽함이 있다
수류인득성(隨流認得性): 흐름을 따라 연기법을 깨달으면
무희역무우(無喜亦無憂): 기쁨도 없고 근심도 없으리로다

세상은 쌍대성이라 희(喜)를 넘어가지 못하면 우(憂)도 넘어가지 못합니다. 하나가 오면 반드시 다른 하나도 쌍으로 옵니다. 그리스 신화도 같은 얘기를 합니다. (전쟁과 평화는 야누스라는 신의 두 얼굴입니다. 운명의 신들인 클로토·라케시스·아트로포스는 운명의 실을 잣고, 감고, 자릅니다. 셋은 자매로서 같이 다닙니다. 행운과 불운은, 시차가 있을 뿐, 같이 옵니다.) 마음이 경계에 따라 수없이 변할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밑에 깔린 불변의 진리인 연기법(緣起法)을 보게 되면, 경계뿐만 아니라 고통을 받는 주체도 본래 없다는 걸, 즉 상주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 기쁨과 슬픔을 넘어가게 됩니다. 그걸 평온함이라 합니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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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17-07-26 16:34:03]  
[최종수정시간 : 2017-07-26 22:51:28]  

   
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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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 2018-05-08 21:08:13

    부겐빌레아

    꽃이 필때 아무 소리가 없었고
    꽃이 질때 아무 소리가 없었네

    맨발인 내가
    수북이 쌓인 꽃잎 위를 걸어갈때
    꽃잎들 사이에서 아주 고요한 소리가 들렸네

    오래전
    내가 아직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그 소리를 들은 적 있네


    외로운 당신이
    외로운 길을 만나 흐느낄때

    문득 고요한 그 소리 곁에 있음을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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