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국정원 앞 원로들 "명진 퇴출 사건 조사하라"
'삼복더위' 국정원 앞 원로들 "명진 퇴출 사건 조사하라"
  • 오마이뉴스 김종훈
  • 승인 2017.07.1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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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대상 포함 촉구
▲ '명진 스님 퇴출사건'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촉구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명진스님 제적철회를 위한 원로모임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시 내곡동 국정원앞에서 ‘봉은사 명진스님 퇴출 조사촉구’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우성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소용이 없다. 얼굴에 흐르던 땀은 어느새 가슴과 등판을 따라 흐른다. 결국 양복 상의를 벗어 손에 올려놨다.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 선 74세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의 모습이다. 김 이사장의 옆에는 함세웅 신부와 이해동 목사,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이 섰다. 이들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들 뜨거운 땡볕아래 연신 땀을 닦으며 서 있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19일 정오, '사회원로'라 불리는 인사들이 국가정보원 앞에 섰다. 이들은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스님의 퇴출 외압 의혹에 대해 국정원TF가 나서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현수막을 펼쳐보기도 전에 경찰들과 국정원 직원들이 다가왔다. 이들은 '국가정보원이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국정원을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해선 안 된다"며 방해했다. 하려거든 국정원 정문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너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라고 했다. 시작 전부터 원로들과 경찰, 국정원 직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MB 비판한 명진스님... 국정원장 방문 후 퇴출

돌아보면 국정원이 사회원로들의 기자회견에 민감하게 대응한 이유가 있다.

명진스님은 2011년 초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쫓겨났다. 그해 3월에 있었던 마지막 설법에서 그는 "원세훈 국정원장이 지난 2월 2일 봉은사를 방문해 내 법회 내용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말을 되짚어보면 원세훈 국정원장이 봉은사를 직접 방문해 명진 스님의 발언에 항의했고, 봉은사 주지였던 진화 스님이 압박을 느껴 명진 스님을 쫓아냈다는 의미다.

명진 스님은 그해 1월 22일 법회 때 "하늘에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 있고 땅으로는 흘린 피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나라, 이것이 이명박씨가 바라는 선진국인가"라며 구제역 사태를 거론한 뒤 MB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한 목소리로 명진스님에 대한 국정원의 불법행동에 집중해 발언을 이어갔다.

"2010년 3월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원장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일부 종교단체가 종교 본연의 모습을 벗어나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을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담팀을 운영해 명진스님에 대한 불법사찰과 정기보고서까지 작성했다."

▲ '명진 스님 퇴출사건'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촉구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명진스님 제적철회를 위한 원로모임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시 내곡동 국정원앞에서 ‘봉은사 명진스님 퇴출 조사촉구’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우성
▲ 가로막힌 카메라 한 경찰이 국정원 방향으로 촬영하지 말라며 한 사진가의 렌즈를 손으로 가리고 있다.ⓒ 권우성

절에서 쫓겨난 명진스님... 불교계에서도 내쫓겨

절에서 쫓겨난 명진스님은 결국 지난 5월 조계종단에서도 제적당했다. 명진스님이 촛불정국에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계종단을 비판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명진스님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조계종단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권력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 보기에 바빴다"며 "전형적인 정교유착 행위를 했다"고 질책했다.

이 때문에 현재 명진 스님의 이름은 승적에서 지워졌다. 공식적으로 더이상 스님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함세웅 신부는 일갈했다.

"권력에 야합한 스님들이 명진스님을 쫓아내고 승적까지 박탈했다. 권력의 남용을 꾸짖고 그것에 야합했던 불교계 관계자들을 역사의 이름으로 꾸짖고 싶다."

국정원TF, 명진스님 사건 조사할까?

현재 서훈 국정원장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국정원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정원 적폐청산 TF를 발족시켰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내세운 13개 항목에는 명진스님에 대한 조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대신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수사정보 유출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박원순 제압문건 ▲국정원 '좌익효수'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뒷조사 사건 ▲극우단체 지원 관여 의혹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선보고 의혹 ▲이탈리아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이 중심이다.

이해동 목사는 "명진스님이 봉은사에서 쫓겨나고 승적까지 박탈당하는 사태는 결국 우리의 역사가 아직도 진실이 가로막혀 있다는 걸 여실히 증명한다"며 "명진스님을 불법으로 사찰하고 고통을 준 국정원을 조사하는 것이 적폐청산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명진스님 국정원TF의 조사 촉구와 제적 철회를 위한 지원 모임'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한 원로들의 모임과 변호사 33인이 함께하는 변호사 모임, 노동자 모임,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등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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