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신령함을 끌어내는 물”
“차의 신령함을 끌어내는 물”
  • 한유미/한국차심평원장
  • 승인 2017.07.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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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4)보이차에 좋은 물(1)

다신전(원본은 장원의 다록)에 “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몸이니 좋은 물이 아니면 차의 신령함이 드러나지 않는데 제대로 된 차가 아니면 어찌 그 형체를 엿볼 수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또 “차를 마시는 것은 오직 차가 신선하고 물이 신령한 것이 귀한데 차가 그 신선함을 잃거나 물이 신령함을 잃으면, 곧 도랑물과 무엇이 다르랴?”라고도 했다.

내용 중 ‘차의 신령함’이란 색향미(色香味)를 말한다. 백번 동의하는 바이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물 선택의 기준

차와 물은 불가분의 관계다. 가공된 차와 물이라는 두 물질이 만나 하나의 ‘차탕(찻물)’이 탄생한다. 찻물의 궁극적 목적은 ‘감동’이다. 보통 ‘행복(즐거움)’이라고도 한다. 차탕이라는 화학적 물질이 인간의 감각에 접촉하여, 접촉된 접경에서, 야릇한 흥미(차의 독창성)와 만족이라는 흥분이 일어날 때, 우리는 고상하게 “예술이야!” 감탄한다.

수년 전에, 시중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물(음용수)중에 총경도가 낮은 삼다수가 녹차에 적합하다고 한 적이 있다. 녹차에 적합한 물이 보이차에도 좋을까? 녹차든 보이차든 적합함을 넘어선 그 이상의 물은 없을까? 이에 대한 참구는 오래되었다. 개인이 물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발견해야하는 우연히 결부된 문제여서 어떤 결실이 없이 십 수 년이 흘러버렸다. 차를 심평 하는 물에 대한 기준이 있다. 그러나 지금 필요로 하는 일반적 영역이 아니므로 거론하지 않는다. 우리의 차생활에 실질적으로 활용되고 누구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과 차의 얘기를 하려고 한다. 보이차나 녹차를 우리는데 사용하는 물 선택의 핵심은 칼슘(Ca)과 마그네슘(Mg)이다.

차와 물의 관계에서 물은 물 자체의 적합, 부적합이라는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님을 부디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차와의 관계에서 선택되어야 하는 적합한 물은 분명히 있다. 차에 적합한 물이냐 부적합한 물이냐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의 핵심이 칼슘과 마그네슘이다. 소비자의 손쉬운 선택을 위해 오랫동안 찾았던 물을 이번에 발견하여 관능검사(실천적 경험과학의 한 분야인 심평)를 했다. 사람들은 심평해서 좋은 차가 일반적으로 마실 때도 맛있는지 궁금해 한다. 정답은 “심평해서 맛있고 좋은 차가 일반적으로 우려마실 때도 맛있다”이다. 거꾸로 “심평해서 맛이 없거나 좋지 않은 차는 일반적으로 우려 마셔도 맛이 없다”는 말이다.

심평에서는 차가 분명 좋지 않은 결과였는데 일반적으로 우려마실 때 가끔 좋게 느껴질 수가 있다. 그것은 차를 잘 다루는 기술이 관계될 때이다. 여기서 기술이란 차의 성분을 아는 사람이 연한 단맛이나 아미노산의 고소함 정도를 건져내는 것인데, 차는 입을 헹구라고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그럴 때 멋모르고 한두 잔 괜찮네 하며 마셔주지만 결론적으로 맛이 없는 차이다. 단지 아까운 차를 단번에 쏟아버리거나 억지로 마시기엔 부담스러워 요령으로나마 입을 헹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맛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임시방편이 좋은 차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아미노산의 고소한 콩맛이 코끝에 살랑거려도, 싱거운 달달함이 맑고 산뜻하게 느껴진대도, 농도를 무시한 차의 맛은 논할 가치가 없다. 차 맛의 구성은 아미노산, 카페인, 폴리페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차의 맛은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차가 너무 연하면 맛을 잘 판단할 수 없다. 또 너무 진해도 마찬가지다. 너무 연하거나 진하게 마시는 차는 어떤 적합한 물로 마셔도 진가를 발휘하지 못한다.

시중에서 구입하기 쉬운 두 가지의 물을 준비했다. 차 심평은 국제적 기준을 따른다.

해석이 필요없는 정직한 물 삼다수

* 차 3g, 물 150ml, 시간은 5분.

▲ 제주 삼다수.(사진=공식홈페이지)ⓒ불교닷컴

1. 삼다수(정직한 물): 물이 정직하다는 표현은 ‘해석이 필요 없는 물’이라는 뜻이다.

물에 무슨 해석이 필요할까? 차의 세계에서 차가 전부가 아니다. 물 역시 물이라고 다 물이 아니다. 차와 물은 ‘찻물(차탕)’이라는 하나의 명사(완전체)일 때 존재가 성립한다.

삼다수로 차를 우렸을 때 가공기술의 장단점, 즉 진실이 잘 드러났다. 단점은 단점으로 장점은 장점으로, 그야말로 사실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정직한 물이라고 했다. 가공의 민낯을 그대로 보이는 정직은 다른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기서 정직한 물은 마법의 물에 대한 상대적 용어로 사용한다.

(칼슘: 10.0~10.1 / 마그네슘:5.2~5.5 - 2017년 3월 23일 세븐일레븐 편의점 구입)

해석이 필요한 물, 백두산 하늘샘

▲ 백두산 하늘샘(사진=공식 홈페이지)

2. 백두산 하늘샘(마법의 물): 흥미를 끈다는 의미에서 롯데 백두산 하늘샘 물은 마법의 물이다. ‘해석이 필요하다(삼다수의 입장에서 비현실적)’는 뜻이다.

처음 이 물로 우린 차를 마셨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누더기 옷이 갑자기 실크 옷으로 변한 듯 달라진 차 맛에 놀라서였다. 삼다수나 삼다수와 비슷한 종류의 연수로 우렸을 때 나타났던 차의 특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사라졌다기보다 아예 다른 차가 들어앉아 있었다고 해야 옳았다.

서툰 가공으로 향기 발산이 잘 안 되는 녹차와 단맛이 잘 우러나지 않았던 보이차, 감미가 있는 오래된 보이차를 샘플로 사용했다. 백두산 물은 특히 향기가 예리하지 않은 보이차에 두각을 나타냈다. 녹차도 효과가 있었지만 녹차보다 향기가 무딘 보이차의 향기 변화가 뇌 속에 각인되었다. 두 가지의 물로 심평을 하고난 후 며칠 내내 그날의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강한 이끌림과 여운에서 놓여날 수 없었다. 삼다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창조적 파괴에 해당되는 혁신과도 같은 물이었다.

마법의 물에 차를 우리면 일단 향기가 높고 풍성했다. 연수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향기들까지 다투듯 분출했다. 뇌 속은 혈액 대신 향기가 가득 찬 숲이 되었다. 향기든 맛이든 싱그럽다. 상큼했고 청량했다. 꽃향이든 밤향이든 신선 상쾌했다. 미뢰(맛을 느끼는 감각세포) 깊숙이 침투한 맛의 물질은 늙고 늘어진 몸 감각을 요란하게 흔들었다. 신선한 수혈이었다. 그 수혈이 아이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놀랍고 행복이 반짝거렸다. 토끼풀꽃이 장미꽃 마법에 걸려든 것처럼 차의 향과 맛이 화려했다. 이 표현들이 결코 허세가 아님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실험해보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정직한 물로 우린 차에서 맛보았던 단순한 단맛이 신선 상쾌함을 동반한 깊은 단맛으로 침샘을 자극했다. 차에서 신선 상쾌한 깊은 단맛의 특징을 가진 성분은 폴리페놀 화합물이다. 향기와 맛의 잡내까지 장점으로 변해있었다. 똑같은 샘플을 사용했으나 백두산 물로 우린 차는 처음부터 태생이 다른 차였던 것처럼, 삼다수로 우렸을 때 단점의 흔적이 아예 사라지거나 좋은 향기로 탈바꿈되는 경우도 있었다. 가히 물의 위력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 깜찍하고 참신한 위세 앞에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칼슘: 10.0~10.1 / 마그네슘:5.2~5.5 - 2017년 3월 23일 롯데백화점 본점 구입).

수 년 동안 여러 종류의 물을 실험했지만 위의 두 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물들은 쓴맛이 강해 차의 물로는 좋지 않았다. 물의 마법에 홀린 그날, 무슨 샘플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셀 수도 없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차를 들이키는 성분기계처럼 마시고 뱉고, 혀에 굴리고 삼키고……. 맛감각의 팽팽한 긴장과 달그락 달그락 심평용기 부딪히는 소리만 공간을 때렸다. 열망했던 우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인고의 세월이 준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발견의 결실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그 마법의 물이 최상일까?
 

차선생 한유미(韓有美)는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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