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물, 사람의 결합이 다선일미"
"차, 물, 사람의 결합이 다선일미"
  • 한유미/한국차심평원장
  • 승인 2017.06.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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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생 한유미의 차와 놀자] (3) 차와 물, 그 잔잔한 함영(涵泳)의 즐거움에 노닐다(하)

물겨루기 방법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표의 물을 선택하는 것이 편리하다.

칼슘과 마그네슘 성분의 범위가 비교적 안정적이며, 어디서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물중에서 총경도가 가장 낮은 것은 삼다수였다. 삼다수를 기본으로 다른 물 종류를 또 하나 선택하여 사용하면 된다. 정수기를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삼다수와 정수기물을 사용해도 좋다.

*용량이나 온도, 시간 등 준비물은 지난회 ‘차겨루기 할까요?’ 글을 참고하여 동일하게 실행한다. 다만, 지난달 두 종류의 차로 한 종류의 물을 사용했던 것을 → 이번에는 한 종류의 차로 두 종류의 물을 사용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① 녹차 한 종류를 두 개완에 넣고 한 개완에는 삼다수 끓인 물을 사용하고, 다른 한 개완에는 백산수나 기타 다른 종류의 물을 사용하여 비교해 보면 차이가 드러날 것이다. 이번 물겨루기는 차 맛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는, 물의 다름에 따른 탕색과 향기, 맛의 차이 자체를 확인해 보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물론, 개인에 따라 또는 동료들의 의기투합으로 차의 맛이나 그 밖의 다른 지식을 동시에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제대로 알아야 할 하나를 놓칠까 혹 맛의 판단에 대한 정신적 부담으로 오히려 학습의 일차적 목적이 흐려지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그 문제는 자신들의 역량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

② 보이차 중에서 숙병(쾌속발효) 한 종류를 ①번과 똑같은 방법으로 실행한다. 오룡차와 홍차를 샘플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발효도가 가장 낮은 녹차와 보이숙병과의 대비가 학습에 더 효과가 있을 것을 고려해 선택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엄격한 요구가 아니니 제각각 형편껏 차의 종류를 선택해도 상관은 없다.

관념으로 느꼈던 차의 실체를 피부에 와 닿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겨루기’ 와 ‘심평’ 뿐이다. 이 방법을 통한 경험 없이 차를 마시는 것도 지식의 폭을 넓힌 다양성의 한 방면이라고 애써 말한다면, ‘차겨루기’ 와 ‘심평’은 깊이의 체험인 것이다. 그런데 녹차에 좋은 물이 보이차에도 좋을까? 지적 욕구에 부지런한 독자들의 물겨루기 여정에 대한 판단이 녹차와 보이차를 샘플로 선택한 필자의 의도에 염화미소로 화답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차와 물, 그리고 사람

차를 집단적 놀이로 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개인의 장난감으로 애지중지 품에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놀이로 대할 때 차는 소통의 도구가 된다. 누군가의 장난감(결코 사소하지 않음)이 될 때 차는 휴식과 위로의 자양분이다. 각 개인에게 무엇으로 활용되는 지는 삶의 양상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 그러나 집단적 놀이든 개인의 장난감이든 피할 수 없는 것은 차의 실체(실질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이다. 차의 실체를 모르면 차는 그저 수다꺼리,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시간을 좀먹는 물건(비생산적인 소비품)에 지나지 않는다. 차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차뿐만 아니라 ‘차와 물의 결합’까지를 말한다.

육우는 눈 녹인 물을 20등급 중 맨 마지막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번 겨울엔 눈을 소복이 받아 찻물을 끓여보고 싶다. 차는 멍청스럽다고 할까? 빗물은 달다고 한다. 그 달다는 빗물을 끓여 차를 우리면 차는 좋아라할까? 어느 다정한 사람이 사는 곳의 물을 배달해 끓이면 차는 투덜대지 않을까? 정약용의 귀양살이 울화병 씻어준 물 한 바가지 물나르기해 끓이면 차는 또 뭐라고 할까? 사람은 차를 찾고 차는 물을 찾는다. 차가 좋다는 물이든 싫다고 손사래를 치는 물이든 돌아오는 이 겨울엔 함영(차의 바다에서)의 즐거움에 노닐어 보려고 한다. 차와 물, 그리고 사람의 결합이 주는 최상의 기쁨 ․ 환희를 다선일미(정신의 즐거움)라 했던가!

 

차선생 한유미(韓有美)는

중국 항주다엽연구소(杭州茶葉硏究所) 심배화 선생에게 차심평(Tea Tasting)을 배웠다. 2003년부터 심평과 가공, 차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주해서 《육우다경》과 《동다송·다신전》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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