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 하안거 결제 법어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 하안거 결제 법어
  • 김원행 기자
  • 승인 2017.05.1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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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안거 결제입니다. 오늘은 초발심(初發心)에 대해 법문하겠습니다. 처음 마음을 발하는 순간은 두 번, 세 번도 아닌 단 한번입니다. 처음 마음이 발하는 때를 변정각(便正覺)이라고 하며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염불하고 기도하고 참선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선가귀감>에 미심수도(迷心修道)라 하여 마음을 알지 못하고 도를 닦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깨우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종소리를 듣고 홀연히 깨달았다는 말을 법문에서 자주했는데 무엇을 깨달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종소리를 듣고 깨달은 사람은 유난히 귀가 밝아 더 잘 듣고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종소리를 듣고 비로소 온갖 분별 내려놓고 마음을 비웠기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종소리가 난다고 깨닫거나 나지 않는다고 깨달음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입니다. 종소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 내 마음이 중요합니다. 스님들이 아침에 일어나 예불과 수행, 울력에 매진하는 것은 동작을 통해 마음의 혼란을 버리기 위함입니다. 좌선을 하거나 차를 마시는 순간에도 우린 마음을 닦고 집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모든 산란한 마음과 고통, 괴로움 같은 쓸 데 없는 생각을 털어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벽을 마주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고요히 할 때 그것이 진리고 도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반야심경에 무지역무득(無智亦無得) 이무소득고(以無所得故)라 했습니다. 깨달았다는 새삼스러운 지혜도 없으며 일체 어떤 것도 집착할 것이 없다고 합니다. 내가 벽을 보고 앉아도 산란한 마음을 차분히 하지 못하면 마음에 그림자들이 어려 벽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벽을 보려면 특별한 재주나 기술이 아닌 스스로 마음을 비울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온갖 분별 속에 있으니 종소리도 대나무 숲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본래면목(本來面目)으로 돌아가 바로 보고 느껴야 합니다. 온갖 분별을 내려놓고 선명하게 눈 뜨면 오늘과 내일이 달라집니다. 산란한 마음의 그늘이 걷히니 몸이 가볍고 병이 생길 수 없습니다. 어떠한 특별한 법문 없이 모든 의심이 깨지고 눈이 밝아질 것입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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