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지옥
윤회 지옥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7.05.10 11:17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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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50.

감옥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곳이다. 형벌의 종류와 강도와 감옥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우주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신이 내리는 것도 아니다. 신은 따로, 훨씬 더 품질이 좋은 감옥인, 지옥을 마련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번개와 지진과 해일은 우주가 사악한 인간에게 내리는 벌이 아니다. 그냥 자연현상일 뿐이다. 인간이 지상에 나타나기 전에도 수십 억 년 동안 무수히 번개가 치고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이 일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때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다.

그렇다면 인간에 대한 처벌은 우주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아주) 악한 인간이 다음 생에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사고는 인간을 벌주는 우주 감옥과 우주 사법제도가 있다는 생각인데, 이는 신이 인간을 벌준다는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종교인들에 의하면 인간은 죄가 없던 황금시대로부터 끝없이 후퇴하고 있으며, 지금이 바로 과거 황금시대로부터 열심히 후퇴 중인 시기이다.

그럼 처음에는 지옥이 없었는데, 죄인이 많아지자 나중에 지옥이 생긴 것인가?
그렇다면 누가 지옥을 건설했을까? 창조주를 믿는 기독교의 지옥은 하나님이 만들었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불교 지옥은 누가 만들었을까?

건설한 자들이 없는데도, 우주의 이법에 따라 저절로 생겨났을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건설한 자가 있든 없든 간에, 열심히 허블망원경을 들여다보면 새로 생겨나는 지옥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은 물질세계인 색계(色界)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신문에 다음과 같은 뉴스가 뜰 수 있다. 특종이다. '어제 마두상 은하에서 생겨나고 있는, 첨단 생물학으로 수감자의 신경과 뇌신경세포를 억 배로 늘려 고통 감수능력(感受能力)을 억 배로 늘린 다음, 전대미문의 고문을 가하는, 신종 지옥을 발견하였으며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지옥의 기원을 밝히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인간의 죄악이 극심해져도 '바로' 처벌이 없고 '꼭 죽은 다음에' (지옥에서, 혹은 내세에 바퀴벌레로 환생해서 살충제인 바퀴벌레약을 먹는 식으로 또는 똥개로 환생해 유기견 신세로 전락했다가 개같이 끌려가 보신탕이 되는) 처벌을 받을까?

지옥중생의 몸은 인간의 몸과 같을까, 다를까? 당연히 같을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인간의 몸과 다르다면, 중음신(中陰身 영혼)이 중음신 상태로 바로 지옥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음신은 신통력이 있다 하므로 이것은 좀 무리이다. 벌을 주려면 (중음신을) 몸에 감금시켜 신통력을 못 부리게 해야 한다. 

둘째로, 지옥에서의 고통은 다 육체적인 고통이다. (정신적인 고통이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괴롭다는 정통견해가 옳다면, 정신적인 고통으로 만연한 인간계가 지옥이다. 만약 정신적 고통이 육체적 고통보다 덜 괴롭다면,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번뇌를 없앨 이유가 뭐가 있는가? 지옥보다는 나을 터이니 그냥 번뇌통(痛)을 지니고 삶직도 하다.) 인간의 몸이 있어야 끓여지고 구워지고 태워지고 찔리고 할 것이다.

중세 유럽인들은 사람 몸속으로 들어간 귀신은 '숙주가 느끼는 육체적 고통을 같이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귀신들린 자를 마구 구타했다. 너무 아파서 귀신이 미친 사람의 몸을 버리고 도망가기를 기대한 것이다: 지금도 한국의 기도원에서 벌어지는 귀신들린(사실은 미친) 자에 대한, 가끔 사람을 죽이는 살인적인, 구타의 신학적 근거이다. (사람은 참으로 복잡한 존재이다. 사람을 마구 때리는 데도 신학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귀신에 해당하는 중음신도 육체를 가져야만 육체적 고통을 느낄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죽은 사람들이 최후의 심판 때 '육체적으로' 부활하며 악인은 지옥으로 끌려가 고문을 받는다'고 믿는다. 신학의 아버지, 토마스 아퀴나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육체가 없으면 고문을 가할 수 없으므로 악인을 벌주려면 반드시 육체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나는, 하지만 미개한, 생각이다. 망상이다.

'나쁜 놈을 벌주기 위해 지옥이 필요하다'고 즉 '지옥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 고통보다 더 괴롭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리되면 진정한 해탈의 대상은 정신적 고통이 아니라 육체적 고통이 되므로, 해탈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게 된다. 즉 사람이 도를 닦는 건, 지옥에서의 육체적 고통을 피하기 위한 게 되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번뇌를 없애는 게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옥이 없다면 사람들이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번뇌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는) 도를 닦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번뇌가 육체적 고통과 달리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지옥의 존재는 '정신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설하는 불교의 가르침과 어긋난다.

그러면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옳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의 가장 큰 괴로움은, 지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세세생생 인간으로 환생해 번뇌로 고통을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영원히 지옥에서 사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은 영원히 인간계로만 환생하는 것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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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자 2017-05-13 15:35:36
"식의 부착과 탈착 ~ 그렇다면 식을 실체로 인정하신다는 말인데"

-- 실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명색도 실체가 아니고 식도 실체가 아닙니다.

곁다리 2017-05-13 14:12:27
식의 부착과 탈착 ~ 그렇다면 식을 실체로 인정하신다는 말인데, 이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 거리가 있는 것 같네요. 또 식을 그러한 실체로 여긴다면 앞으로 테크놀로지가 더 발달하면 식도 만들 수도 있다는 말도 되는 것이고요. 어느 분처럼 열반 기계의 꿈을 꿀 수 있다는 말. 그러나 의식과 알고리듬-테그놀로지 사이에는 건너지 못하는 심연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철학과 과학이 만나지 못하는 것이며, 그러한 가능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철학자 그룹인 겁니다. 언어와 오감-느낌-생각으로 표현되는 것은 모두 알고리듬으로 실현될 수 있습니다. 허나 언어와 감각-감정-사고로 번역되지 못하는 것은 알고리듬으로 나타낼 수 없답니다. 바로 그 심연을 건너감에 대한 가르침이 불교입니다. 인공지능도 윤회할까 라는 의문은 그 심연을 건넘에 대한 것이 과연 알고리듬-데이터주의라는 테크놀로지가 가지게 될 관심일까 라는 사유로 바뀌는 것이 합당할 겁니다.

윤회설에 의문이 있음 2017-05-13 13:52:10
윤회설에 대해서 의문이 있어서요. 사람들이 죽고나서 소나 돼지 닭,양등등으로 태어나면 사람들이 잡아 먹을텐데요. 육도 윤회때문에 가축들을 잡아 먹는 죄를 짓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를 믿는 불자들은 고기와 생선등등 육식을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소설 2017-05-12 23:00:29
대승불자//성실한 답변 감사합니다.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므로 추론할 수밖에 없지만, 올 수밖에 없는 미래이므로 상황을 염두해두는 것이 세상의 혼란을 줄이는 방편이겠지요. 감사합니다!

대승불자 2017-05-12 21:21:31
불교적 관점에서는, 외계인도 당연히 윤회합니다. 불교에서 모든 衆生(有情)은 윤회하니까요.

여담이지만 우리민족이 북두칠성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사실일지도??^^

추가.
말씀하신 것 중, "뇌-장기교체인간"의 경우도 전통불교 내에서 논의된 바가 없으므로 해석에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봅니다. 실제 사례와 비교해 가면서 연구해야 될 거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장기이식한 사람이 다른 성격으로 변했다는 사례도 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성격적 요소가 그 사람의 주된 정체성은 아니므로(성격이 바꼈다고 다른 사람이라고까지 보지는 않기에) 복제인간과 식의 비중에서 상당한 정도로 다르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만약 뇌 이식이라는 것이 성공한다면 그 사람의 정체성이 어떨까 하는 것을 직접 본 뒤 불교적 해석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 보입니다. 과연 정체성의 심각한 혼란이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빌게이츠가 영생의 목적으로 자기 뇌를 다른 몸에 심었는데 빌게이츠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식이 부착된다면 뇌이식의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되므로 뇌이식의 효용성은 제로가 되리라 생각되네요. 근데 과연 그럴지? 미래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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