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자비 무아
공 자비 무아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7.03.13 10:21
  •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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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142. 키에르케고르 강신주

'공(空)은 자비와 사랑에 이르도록 의도된 개념'이라는 강신주의 표현에는 찬성할 수 없다. 만물이 무아(無我) 즉 공인 것은, 의도된 게 아니라, 본시 그러한 것이다. 어떤 수단이거나 목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인연(因緣)·공(空)은 부처님이 출현하지 않아도 본래부터 있는 법칙이고 진리이지, 수단이나 목적이 아니다.

키에르케고르: 우리는, 자신을 주체로 생각하지만, 타인들을 하나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타인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주체로 따뜻하게 보는 게 부처님의 눈이다. 자비의 눈이다.

이것이 공감 능력이다. 즉, 타인의 고통을 같이 느끼는 능력이다. 타인을 객체로 보면 타인의 고통에 같이 괴로워할 수 없다. 동물을 객체로 보기 때문에 사냥하고 잡아먹지만, 같이 고통을 느끼면 잡아먹을 수 없다. 공감(같이 느낌)하므로 자비가 생긴다. 공감하는 순간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질문: 망가진 텔레비전과 같은 모델을 사오면 (텔레비전의) 단독성이 무너지나?

답: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경우 쌍둥이 강아지를 데려오면 슬픔이 많이 줄어든다. 데려온 강아지가 죽은 강아지와 비슷할수록 슬픔은 더 사라진다.

진정한 무아(無我)의 입장에서 보면 단독성(單獨性)은 환상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단독성은 오차범위 내에서의 단독성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대상들도, 이들이 오차범위 내에서 다르면, 대상들 간의 차이를 못 느낀다. 우리가 타인이 단독성을 가진 것처럼 느끼는 것은, 그 차별정도가 오차범위 밖이기 때문이다. 만약 오차범위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단독성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설사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걸 못 느끼는, 아니 느낄 수 없는, 우리에겐 같은 대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증인이 범인을 잘못 지목하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우리의 감각이 생각보다 정밀하지 못하므로, 위험대상이 안전대상과 겉보기에 비슷한 경우에는 위험대상을 위험대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슷한 걸 같은 것으로 파악하면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 범주적 사고의 기원이다: 수상하면 일단 피하고 보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단독성(單獨性)에는 그 단독성을 이루는 수많은 요소(공간인식, 수학능력, 색맹, 달리기, 아보카도를 좋아함, 흡연 혐오, 동성애 찬성 등)가 있지만, 각각의 요소에는 단독성이 없다. 결국 단독성이란 '단독성이 없는 것들의 조합'에 불과하고 그 조합에서 단독성이 나오므로, 단독성이란 연기를 통해 나타나는 인연화합물이다. 따라서 환상이다. 예를 들어 물에 있는 무색·무취·흐름·촉촉함·부드러움 등의 성질은, 그 구성 원자들인 산소와 수소에는 없다. 이 성질들은, 산소와 수소가 1:2 비율로 합성될 때 나타나는 연기성(緣起性)이다. (원자로) 나누면 사라지므로 공(空)이다. 그림은 캔버스와 물감으로 나누면 사라진다. 그림은 캔버스와 물감의 연기작용이다. 캔버스와 물감을 떠나서는 없다는 점에서 공(空)이다.

지력과 의식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말할 수 없는 것으로 인정되던 게 설명이 되면서, 그에 따라 말할 수 없던 게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면서, 과거의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사라진다.

‘말할 수 없는 것들’과 ‘말할 수 있는 것들’은 고정된 게 아니다. 이들은 우리 지력과 의식 내에서,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지력과 의식이 만든 것이므로, 우리 지력과 의식이 바뀌면 문제 자체가 변한다!

그리고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지금 지력과 의식으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맹인이 본다는 게 뭔지 상상도 못하듯이.

물고기가, 개구리가, 토끼가, 원숭이가, 침팬지가 인간의 지력과 의식을 상상도 못 하듯이! (그러므로 인간이 자신의 아메바나 물고기나 개구리 시절을 기억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통속적 윤회론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메바나 물고기나 개구리가, 자신들이 인간으로 살았을 때의 전생을 기억해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생각을 못하는 이 생물들이 어떻게 자신들이 인간이었을 때 한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인간은 아메바·물고기·개구리로 지낸 전생에 했던 생각을 떠올릴 수 없다. 그때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을 실체로 생각하면 대단한 오류에 빠진다.

부처란 용어는 망상이다. 그게 절대적인 존재를 지칭한다면 망상이다. 불교에는 절대적인 존재가 없다. 오로지 연기체가 있을 뿐. 부처는 실체가 아니라 현상일 뿐이다! 석가모니 부처란 '현상'이 2,500년 전에 일어난 것뿐이다!

어제 저녁노을과 어제 하늘을 뒤덮은 청둥오리들의 군무는, 오늘은 가고 없다. 부처도 그와 같다.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마음을 감동시켜도, 가버린 것은 가버린 것이다. 그게 세상이고 연기이고 무상이고 무아이다. 그게 아니라고 하며, '부처는 예외다' 하는 것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역행하여 모욕하는 것이고 불교도들의 큰 고통의 뿌리이다.

눈물 한 방울은 풀 한 포기 갈증도 식히지 못하지만, 한 숨의 사유는 새장에 갇힌 마음을 문을 열지 않고도 해방시킨다.

생사가 곧 열반이다.

미혹한 중생계를 떠나 열반의 땅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 중생계가 바로 열반의 땅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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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에게 의문이 있음 2017-03-16 16:54:42
전생의 엄마가 가축으로 태어나고 현생의 엄마가 꼭 그 가축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크리스천이 보는 불교의 죄란 무엇입니까?
기독교에서는 무엇이 죄입니까?
기독교에서 죄가 죄가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리스천이라면 테레사 수녀처럼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라면 예수님 말씀을 어기는 죄를 짓는 것이라 봅니다.

윤회설에 의문이 있음 2017-03-16 12:16:08
윤회설에 대해서 의문이 있어서요. 사람들이 죽고나서 소나 돼지 닭,양등등으로 태어나면 사람들이 잡아 먹을텐데요. 육도 윤회때문에 가축들을 잡아 먹는 죄를 짓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를 믿는 불자들은 고기와 생선등등 육식을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원래 불교가 2017-03-15 10:18:55
어렵긴해도, 능가경 10번만 읽어봐도....

절래절레 2017-03-15 09:52:40
시력이 1.0 인 사람은 1km를 보고,
시력이 2.0 인 사람은 2km를 보고,
시력이 3.0 인 사람은 3km를 본다고 했을때,
시력이 무한대인 사람은 무한대의 거리를 본다.

자기의 識이 1.0인 사람은 1000 의 세계를 알고,
자기의 識이 2.0인 사람은 2000 의 세계를 알고,
자기의 識이 3.0인 사람은 3000 의 세계를 안다고 했을때
자기의 識이 무한대(반야)인 분은 무한대의 세계를 다 알고 다 본다 (실지실견).

이렇게 반야의 지혜에서 나온 가르침이
공,중도,무아,연기, 4성제, 8정도, 업보, 생사윤회, 해탈열반인데,,,

그 위대한 가르침을 몰라보고, 자꾸 태클거는 사람들이 많네요.
그런사람들은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일반인으로 돌아가든가,
타종교로 갈아타세요. 불교는 강요하는 종교가 아니랍니다.
가르침을 알려줄뿐, 믿지않으면 지옥간다는 정신병자같은 말은 하지 않아요.

? ? ? 2017-03-15 07:42:20
부처불 가르칠교 무상정등정각을 이루신 부처님의 일체지견의 대자대비한 가르침이 불교

사자후의 긴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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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는 해탈이 아니다
8식의 정확한 분석을 일체지견으로 가르치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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