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자의 반(反)풍수
도학자의 반(反)풍수
  • 김규순
  • 승인 2017.01.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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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104.
▲ 송시열의 암서재

풍수에서는 지형적 입지를 기준으로 땅의 효용가치를 결정한다.

그 중에서 하천이 흐르면서 환포하는 자리와 배반하는 자리가 있다. 다른 말로 활의 모양을 비유하여 궁수(弓水)와 반궁수(反弓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환포하는 자리 즉 궁수 지형은 길지이고, 배반하는 자리 즉 반궁수 지형은 흉지라고 구분하기 위함이다. 근대지리학에서는 강이 환포하는 장소를 보호사면이라고 하고, 반대편의 강이 배반하는 장소를 공격사면이라고 한다. 궁수와 반궁수, 보호사면과 공격사면은 하천의 양안(兩岸)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다.

풍수적 관점에서 바위는 정자나 산신각을 지을 장소이지, 사람이 사는 가옥을 지을 곳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공격사면은 절벽이거나 바위로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조선시대에는 서원이나 독서당이 이런 장소에 세워졌다.

▲ 원호의 관란정_평창강의 절벽 위에 위치(출처 네이버 지형도)

하회마을 낙동강 건너편 공격사면 위에 류성룡의 형 류운용이 지은 하회 겸암정사가 있고, 괴산군 화양계곡에 송시열이 은거했다는 암서재가 공격사면의 바위위에 지어져 있다.

생육신 원호가 단종을 기리며 충절을 지켰다는 제천의 관란정도 공격사면의 절벽 위 능선에 지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한강변 조선후기 대표적인 서원이었던 석실서원도 공격사면에 지어졌다. 이러한 예는 전국적으로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왜 길지를 놔두고 흉지에 이런 건물들을 지었을까? 이런 곳이 후학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가르치기에 최적의 공간이 아니었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계절도 변화한다. 하천의 물도 계절의 변화에 다라 량이 많아지기도 하고 세기가 강해지기도 한다. 공격사면에서는 홍수를 예측하기 가장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런 변화에 항상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마음자세를 가지게 하는 가르침의 공간이 아니겠는가. 멍청하게 있다가는 한 방에 훅 간다는 교훈을 가르치는데 이런 지형만큼 더 좋은 장소가 있을까. 역경의 기본 원리가 변화인 것을 체득하게 하는 자리가 공격사면이다. 덧붙여 항상 깨어있어야 홍수를 방지할 수가 있다.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다.

▲ 화회 겸암정사(출처 네이버 지형도)

풍수란 길지를 찾는 방법론적인 술수이다. 반(反)풍수란 풍수적으로 나쁜 장소를 역이용하여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활용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이때의 반(反)풍수는 풍수를 제대로 습득하지도 않고서 아는 채하는 반(半)풍수와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중점을 둔 조상들의 풍수지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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