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스님들 실망스럽습니다”
“어른 스님들 실망스럽습니다”
  • 허정 스님
  • 승인 2016.10.19 23:22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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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승가를 위해
▲ 천장암 설경.(암자에서 하룻밤 캡쳐)

저는 천장사를 떠나 머물곳 없는 유랑자가 되어 여기저기 떠돌고 있습니다. 겨울 동안거를 들어갈까 생각을 하다가 잠시 한국을 떠나 있기로 하였습니다. 한국에 머물지 못하는 이유는 제가 천장사를 떠나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까닭에 제가 선방에서 견뎌내지 못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머물 곳 없는 처지가 되어 인연처를 찾아 떠돌다보니 가슴에 슬픔이 자라나기도 합니다. 저를 믿고 동안거 방부를 들이신 선방스님들께 미안해서인지,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함께 했던 일요법회 식구들에게 미안해서인지, 공양주보살님과 진월거사와 태진이에게 미안해서인지, 자라나는 슬픔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도 이번에 새삼스럽게 제가 이렇게 천장사에 애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찾아오는 신도님들이 거의 없는 사찰이고 살림살이가 어려운 절이었음에도 나는 무얼 그리 애착하고 있는 것인지...그 만큼 고생스러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슬픔의 정확한 근원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승가가 상식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 스님들이 공심으로 판단하고 살지 않는다는 것, 그것입니다. 나의 슬픔은.

말사의 주지를 임명할 때 그 지역을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불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앞으로 종단이 살아남기 위해 처방한 주지평가제를 적용하지 않고, 당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소외시키는 종단의 고질적인 병폐가 슬픔의 근원지입니다. 불교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큰 틀에서 고민하지 않고, 스님들이 공심으로 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내 슬픔의 주소였습니다.

▲ 허정 스님/전 서산 천장사 주지

제가 재임을 못받자 은사스님이 직접 재산관리인을 맡으시고 재임을 못한 저에게 살림을 맡기셨습니다. ‘지나가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라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며칠 후 제가 또 ‘재임이 안 되는 이유’를 언론에 발표하자 곧 재산관리인을 포기하시었고 수덕사에서는 본사 포교국장스님을 천장사주지에 임명하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인터넷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며 저는 본사주지님과 저의 은사스님, 그리고 방장스님이 모두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셨다고 봅니다. 본사주지 스님은 개인자격으로는 어떤 발언을 해도 좋지만 천장사주지 자격으로 종단에 쓴 소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함으로서 승가의 일원으로서 승가운영에 대해 가져야 하는 당연한 권리를 용납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재임서류를 본사에 제출한지 한 달이 지나도록 총무원에 서류를 올리지 않고, 그 이유를 묻기 위해 사무장을 통해 수차례 면담요청을 했음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함으로서 말사와 소통하고 말사의 고민을 해결해 주려는 교구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총무원 호법부의 전화를 받고 다시 본사 호법국장을 말사에 보내어 글을 쓰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것으로 독자적으로 운영되어 온 덕숭총림의 위의를 크게 손상시켰습니다. 이것은 현주지스님이 본사주지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의 은사스님도 저에게 편지에서 “너의 종단에 대한 문제제기가 타당한 것임을 인정한다”면서도 끝내 저를 지켜주지 않음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압력에 굴복하는 보습을 보이셨습니다. 당신의 맡 상좌의 발언이 잘못된 것이 없다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변호하고 보호해 주시지 못한 것에 대해 저는 실망감과 슬픔을 느낍니다. 제가 제일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분은 방장스님입니다. 방장스님은 총림의 규율을 세우고 승가를 지도해야 하는 위치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총무원에서 부당하게 압력을 받고 있는 후학을 지켜주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출가해서 처음으로 만난스님도 당시 주지스님이셨던 방장스님이셨고 저를 당신의 사제에게 상좌를 삼으라고 보내신 분도 방장스님이십니다. 방장스님은 방장에 취임하실 때에도 행자방장으로 사시겠다고 공언하시고 법상 위에서 법문하실 때마다 공심으로 살라고 그렇게 강조하셨음에도 공심으로 살아가는 말사주지이자 당신의 후배인 저를 지켜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방장스님이 본사주지를 지명하는 막중한 권력을 갖고 계시기에 본사주지의 행위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방장스님께 있습니다. 스님은 또 화계사의 회주로 계시기에 현각스님이 제기한 문제의 책임을 느끼셔서 재빨리 참회한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으로 덕숭총림이 외부의 압력을 받는 비굴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결과적으로 방장스님도 덕숭총림의 위의를 훼손시키셨습니다. 들리는 소문처럼 방장스님이 종정에 나오시기 위해 종단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계신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저는 어른 스님들께 큰 실망감을 느끼고 떠나갑니다. 당신들이 생각하시기에 “저놈은 싸가지가 없으니 다시 수덕사에 발 못 붙이게 하라”고 하셔도 총무원에서 저에게 어떤 징계를 내려도 저는 저의 생각을 되돌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부처님은 항상 지혜와 자비(공심)를 가르치셨습니다. 저는 부처님을 따르기 위하여 어른 스님들께 고언을 드리고 있습니다. 버릇없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어떤 불이익도 무릅쓰고 상식이 통하는 종단,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승가를 위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삼보에 귀의 합니다.

2016년 10월 19일
허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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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6-10-20 14:12:26
허정스님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허정스님 같이 옳은 소리 하고

작은 슬픔이네요~ 2016-10-21 16:58:42
돈을 잃는 것은 기쁨이요.
친구를 잃는 것은 큰 손실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큰 슬픔이지요.
그런데
주지자리를 잃는 것은????
시원함이겠지요.
그런데 무엇이 슬프단 말인가요.
다 너나가 공이거늘
주지하여 욕먹는 것 보다 주지않고 욕안먹는 것이 훨씬 잘된 일입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었네요. 한 참 남았어요.

잘아는사람이 2016-10-22 20:19:31
끊임없는 자기변명과 구차한 구걸 아닌가요? 스님을 그래도 좀 가까이 지켜본 승려로써 참 구차하게 느껴지내요...결국 그게 허정이라는 사람의 살림살이 아닐까요? 자신에게 불리하고 불편하게 될때 드러나는 본 모습...추하군요... 다 내려놓고 진정하고 솔직한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보세요.. 외국 놀러다니지 말고...조그만 암자에서 한3년정도 정말 진정한 부처님 제자가 되기 위해 수행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얄팍한 입놀림은 그만하시고요...

웃기시네 2016-10-21 19:10:52
결국 외국여행하고싶다는거네...ㅋㅋㅋ

진허공 2016-10-21 17:36:50
진승은 하산하고
가승은 입산한다고
어른스님들 말씀하시는걸 많이듣고 자랐습니다
왜 이렇게 한국불교는 출가자의 기본도 잊은체
점점 상 하가 없이 이기적인 생각만 하는지 모르겟습니다
스님!! 힘드셔도 열심히 정진하세요
스님 같으신 분들이 살아 있는한 불교는 꽃피는 시절이 분명 올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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