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다마는 개돼지?
짖다마는 개돼지?
  • 기연택주
  • 승인 2016.07.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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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평화는 살림 51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뭐 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계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커다란 힘을 자랑하는 보수 일간지 논설주간이며 정치판 설계자라는 이강희(백윤식)가 남긴 말입니다. 부아를 치밀게 했던 이 대사가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튀어 나왔습니다. 그것도 교육정책을 아우른다는 교육부 정책기획관 입에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며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했으면 좋겠다”고 내뱉은 교육정책기획관 나향욱 말이 누리집을 들쑤셔놨습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종로에 있는 밥집에서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교육부 출입기자와 저녁밥을 먹는 자리. 이 자리에는 교육부 대변인, 대외협력실 과장이 함께했습니다. 나향욱 정책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이 됐습니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그게 무슨 말이냐?”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1퍼센트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나 기획관은 나머지 사람들을 가리켜 개돼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너무 놀라워, 귀를 의심하던 기자들이 벗어날 틈을 주려고 되물었으나 꺼낸 얘기를 거둬들이지 않았답니다. ‘이 나라 교육부에 이런 생각을 가진 공무원이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다니….’ 싶었던 기자들은 그래도 이 정부가 겉으로라도 간극을 줄이려고 애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아이고… 출발선상이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라는 게 있는데….”였답니다.

멀쩡한 사람으로서야 내뱉을 수 없는 말입니다. 어떻게 기자들을 앞에 두고 저런 말을 서슴없이 쏟아낼 수 있었을까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는 말이죠. 평소 그런 얘기를 늘 입에 담고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전, 현직 정부 인사 가운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부자들에서 나온 말처럼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것”이란 생각 바탕에서 내지를 수 있는 말입니다.

여기서 지나치게 많이 떨어지는 업무와 윗사람이 내뱉는 거친 말과 주먹다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른세 살 난 김홍영 검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 검사가 동료들에게 보냈다는 메시지에는

“부장 검사가 술에 취해서 때렸다.”
“매일매일 부장검사한테 욕 처먹으니 진짜 살 쭉쭉 빠진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귀에서 피가 났다”
“이불에 피가 다 묻었다”
“스트레스 받아서 어금니에 씌운 금니가 빠졌다”
“살려달라”는 얘기들이 담겨있었습니다.

김 검사 누나는 “쌍욕은 물론이고 결재서류를 찢어서 던진다든지 밤늦게 술자리에 불러내서 모욕감을 준다든지 하는, 괴롭힘이 4개월 동안 계속됐다고 들었다”면서 “어지간해선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던 동생이 5월 7일에 엄마, 아빠와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울었다고 하더라”고 울먹입니다.

5월 19일 서울 목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김 검사는 임용 2년차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유서에는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 갈 시간도 없다”, “행복하고 싶다”, “살고 싶다”는 절규가 적혀 있었습니다. 김 검사 직속상관이던 부장 검사는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옮겨갔다는데요. 김 검사 아버지는 “사망 5일 뒤 검사장과 함께 부장검사를 만났는데, 부장 검사는 ‘업무가 과다했던 것 같다. 유감이다’하는 말만 했을 뿐 가혹행위 여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찰도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찰에서는 ‘어이, 야, 이놈, 저놈’이 일상용어라고 합니다. “생전 처음 보지만 내가 계급이 더 높으면 ‘어이’다. 그러니까 경찰청에 근무하는 총경은 일선 경찰서에 전화를 해가지고 전화 받는 사람이 누구든 무조건 ‘어이, 너 누구야?’ 라고 한다. 계급이 깡패”라고 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학교 전담 경찰관 두 사람이 여고생들과 성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털어놓은 장신중 전 총경입니다. 장 전 총경은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계급으로 모든 것을 구분한다. 심지어 식당도 따로 가고. 쉽게 얘기해서 이걸 간부, 비간부로 나누어서 간부들은 다른 식당, 비간부들하고 같이 먹을 수 없다. 간부들은 따로, 간부용 숙직실, 비간부용 숙직실. 심지어 간부용 목욕탕, 비간부용 목욕탕까지” 다 따로 쓴다고 털어놨습니다.

더구나 (총경위) 경무관 이상 계급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속실 직원이 한 사람씩 달려있다고 합니다. 현장 경찰관들은 부속실 직원을 따까리라고 부르는데, 상급자 가정사를 비롯해 개인 일까지 도맡아 한다고 합니다. 퇴근하고 나서 술자리. 귀가해서 잠들 때까지 모두 맡아 하고, 하다못해 밥 먹고 나면 칫솔 들고 기다리고, 이쑤시개 들고 화장실 앞까지 쫓아가서 가져다 바치는 게 바로 경찰 내부 부속실 직원들 몫이라고 합니다. 권위와 권위주의 차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권위는 스스로 낮추고 사람들을 모실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억지로 얻으려고 몸부림쳐서 얻어지는 것은 권위주의일 뿐입니다. 부디 권위주의에 머물지 말고 권위를 찾으시오.

함께 쓰는 책상 가운데 책가방을 놓고 시험을 보던 때가 떠오릅니다. 같이 앉아 공부를 하는 짝을 더불어 누려야 하는 동무로 보지 못하고, 언제나 맞장 떠서 거꾸러뜨려야 할 적으로만 여기도록 물들어왔습니다. 동무는 더불어 사는 네가 아니라 남, 나아가서는 물리쳐야 하는 적으로만 여기도록 수십 년 동안 길들어왔기에 누구를 보듬을 자리가 들어설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우리’는 없습니다. 오직 ‘나’만 있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은 오직 내가 물리치거나 디디고 올라서야 하는 적일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출세를 받쳐주는 노예나 기껏해야 들러리, 아니면 나를 살찌우려고 기르는 개돼지와 다름없이 받아들인다는 얘기잖아요. 헬조선. 맞습니다. 이 나라는 이대로 지옥입니다. 평화나 어울림은 머릿속에만 자리 잡고 있는 박제된 낱말일 뿐 삶과 동떨어진 말입니다. 저런 이들은 1퍼센트로 치닫습니다. 곁눈질 한 번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돈과 권력만을 바라보고 내달립니다.
  
교육부, 검찰, 경찰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99퍼센트나 되는 커다란 모둠 안에 있습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1퍼센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1퍼센트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어차피 개돼지 취급밖에 받을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하러 개돼지들한테 신경을 쓰고 계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소리가 나오지 못하도록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너희들에게 봉급을 주는 사람은 우리들이거든. 법대로 한 번 해봐? 끝까지 가 볼 테야! 너희가 이기나 우리가 이기나. 하면서 드잡이해야 합니다.

평화는 고루고루 나누어 가지며 더불어 누리는 겁니다. 여기 어긋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평화 탈을 쓴 거짓입니다. 어긋난 것을 바꾸어내고 바로 잡으려면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저이들, 1퍼센트들이 누리는 것은 거의 다 99퍼센트 사람들에게 앗아서 누린다는 것을. 우리는 저이들에게 ‘살림’하라고, 우리를 살리라고 일을 맡기고 감투를 씌웠지, 우리를 개돼지 취급하라고 맡긴 적 없습니다. 맞서야합니다.

“나향욱! 나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네 눈에는 백인으로 보이나?” “아무개 부장 검사 나가! 검사들은 네 노예가 아냐!”
“따까리라면서, 어이, 이 놈, 저 놈 하는 경찰간부 너희들 다 나가!”
 

 

   
 

살림 바라지(경영자)는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마음 바탕에서 살림살이를 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강연을 하는 경영코치이다. 그리고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와 ‘꼬마평화도서관’ 바라지로 ‘무기 없는 평화나라 누구라道 기껍고 도타우面 어울려 살 길 이루里’에 살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 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그리고 <달 같은 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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