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종단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 보송 배종대
  • 승인 2016.07.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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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시 지계 인욕을 근본 삼아야

제가 살고 있는 도심 한가운데 아파트 단지 내에 큰 인공연못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연못에는 때때로 백로도 쉬어갑니다. 어떻게 연못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큰 미꾸리(미꾸라지)들과 작은 메기들이 연못의 바닥에 살고 있습니다. 관리실에서도 어떻게 저 아이들이 들어와 연못에 사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년 11월말 관리실에서 연못에 물을 다 빼버리는 것을 보고 참 큰일이다 싶었습니다. 겨울 내내 연못에 물이 있으면 분수와 여러 배관들이 얼고 동파의 위험과 해동 후 수리비가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이 겨울이 오기 전 물을 뺀다고 합니다. ‘저 작은 생명체들은 어떻게 하지?’ 안타깝고 마음이 쓰이고 사람들은 미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으나 연못의 이끼나 뻘을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생명체고 또 여름 내내 내 눈을 즐겁게 해준 그들이 고마워 잠시나마 극락왕생을 빌어 주었습니다. 이듬해 봄 다시 연못에는 물이 차고 연못 주변의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났습니다. 산책 중 다시 작년에 보았던 죽은 줄 알았던 미꾸리와 작은 메기들이 살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추운 겨울 연못의 말라붙은 돌 틈, 모래 사이 속 그리고 뻘 속에 남아 있는 조금의 수분으로 그 추운 인욕의 시기를 버티고 다시 봄과 함께 살아난 것 입니다. 생명에는 끈질긴 인욕의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 수고로움에 감동과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아미타경에 극락세계의 모습을 묘사하는 내용 중 연못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리불아, 극락세계에는 또 칠보로 된 연못이 있는데 그 연못에는 여덟 가지 공덕이 있는 청정한 물(공덕수)이 가득하다. 그 연못 바닥은 금모래가 깔려 있다고 한다.~ 중략~ 그 보배연못 가운데는 큰 수레만한 연꽃이 수없이 피어 푸른 꽃에서는 푸른 광채가 나고 노란 꽃에서는 노란 광채가, 붉은 꽃에서는 붉은 광채가, 흰 꽃에서는 흰 광채가 나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롭고 정결하기가 그지없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생명들에게는 아파트 인공 연못 바닥의 작은 물을 머금은 모래나 뻘이 척박하다 해도 어쩌면 추운 겨울을 막아주는 인욕의 옷이 되었을 것이며 극락연못의 금빛 모래와 다름없을 것입니다. 다시 봄에 되살아난 그들은 마치 극락세계의 연못에 화생(化生)한 연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현재 한국불교는 외적인 성장으로는 어쩌면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찰이 경제적으로 이렇게 풍족한 적이 없었으며 권승으로 불리는 총무원장 스님과 집행부 스님들은 아마 신라와 고려 시대의 국사나 왕사처럼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적인 성장은 어두운 그림자를 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모래성과 같은 화성(化城)인 것입니다.

동국대, 용주사사태를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수없이 들리는 은처, 도박. 폭력, 돈 선거, 횡령도 모자라 언론탄압까지 승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지 못할 사건이 연이어 터져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이제는 너무나 꼬여버려 해답조차 찾기가 힘듭니다. 그럼에도 여러 의식 있는 재가자들 그리고 불교시민단체, 그리고 해종언론이라는 누명을 쓰면서까지 2년을 종단과 싸워 왔지만 아직도 해결 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그 반작용에 피로감과 스스로의 분열과 정체성을 잃고 불교와 종단을 포기하게 되는 일도 생깁니다. 하지만 봄은 반드시 오리라 생각합니다. 곧 불교가 스스로 승가 내부에서 부터 정화되고 다시 내가 불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세상에 다시 휘날릴 날이 비로소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공간과 시간은 여름의 중간이지만 종단과 재가자들에게는 아직 봄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어쩌면 종단 내부의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시, 지계, 인욕의 힘을 버리지 않고 지니는 한 반드시 그날은 올 것입니다.

화엄경의 52위는 보살이 거듭 수행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쉰 두 단계로 나눈 것입니다. 곧, 십신(十信)·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등각(等覺)·묘각(妙覺)으로 나뉘는데 이런 보살의 계위가 의미가 있는 것은 계위보다 실천에 방점을 두고 싶습니다. 그 실천은 방편으로서 사람들 혹은 존재와 외부와 서로 관계하고 소통하므로 변화에 대처하는 것입니다. 온갖 변화 속에서도 근본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본은 보시, 지계, 인욕으로 관통됩니다. 보리심의 근간도 보시, 지계, 인욕입니다. 우리가 보시, 지계, 인욕을 무기로, 방편을 방패로 실천한다면 반드시 언젠가 성취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관무량수경의 핵심인 십육관법에 처음 나오는 관(觀)이 서쪽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아미타불을 염하는 것입니다(일상관, 日想觀). 서쪽하늘의 석양은 죽음과 끝을 의미하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극락이 바로 현현함을 암시하고 다시 부활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비록 처해진 현실이 힘들더라도 부처님을 생각하듯이 보시, 지계, 인욕의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모은다면 곧 좋은 결과가 눈앞에 바로 오리라 생각합니다.

모두 먹고 살기 바쁘고 각자도생해야 하는 이 엄혹한 현실에서 보시, 지계, 인욕으로 어두운 터널을 가고 있는 해종이라고 불리는 불교 언론과 재가자들에게 경의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종단도 변화와 자성의 진실한 모습 그리고 개혁을 바라는 재가자들의 마음을 어서 받아주길 바랍니다.

수면 아래로 다시 내려간 듯 보이는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계속 되어야 하며 그것이 불교개혁의 시작이자 완성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더욱 우리 재가자들과 불교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경전의 한 구절을 종단개혁에 힘쓰는 모든 분들께 바치면서 이 두서없는 글을 맺고자 합니다.

 선남자야,

이 경은 본래 모든 부처님의 집으로부터 와서(是經本從諸佛宮宅中來)

일체 중생의 보리심을 일으키는 데로 가고(去至一切眾生發菩提心)

모든 보살이 행하는 처소에 머무름이라.(住諸菩薩所行之處) 

선남자야.

이 경은 이와 같이 와서, 이와 같이 가고, 이와 같이 머무름 이라.(是經 如是來 如是去 如是住)

- 무량의경 제삼 십공덕품 중에서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 시골에서 자유기고가 보송 배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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