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펴 보듬는 마음
살펴 보듬는 마음
  • 기연택주
  • 승인 2016.04.28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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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평화는 살림 43

평화를 담은 책이 서른 권 남짓 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인 ‘꼬마평화도서관’을 여는 일을 하다보니 책이나 도서관 얘기가 나오면 귀가 번쩍 뜨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시사인’에서 ‘서가가 소수자에게 한 발짝 다가서다’란 제목을 가진 기사를 만났습니다. 책꽂이가 아주 적은 사람들에게 다가선다는 말에 솔깃해서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제목 아래 길라잡이 문구가 이렇게 펼쳐집니다. “해외 도서관을 둘러보다 한국어 책을 발견하면 마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반갑다.” 낯선 나라 낯선 도서관에서 뜻하지 않게 우리말로 된 책을 만나면 이루 말할 것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마치 고향에서 온 누이를 만나듯이. 이 분은 그런 기쁨을 다른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려고 여행하면서 다 읽은 책들을 여행지에서 만난 도서관에 입양을 해주고 온답니다.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제야 글쓴이가 누군지를 살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분은 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는 분이군요. 글쓴이는 바로 도서출판 나무연필 대표 임윤희 님이었습니다. 이렇게 책을 남기고 오면 두 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여행을 하면서 짐을 덜 수 있고, 책을 기증하면서 사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며, 한국말을 아는 사람에게 선물이 되기도 하는 일석삼조란 말씀입니다. 무슨 일을 하는데 있어서 마음 내는 것이 첫째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먹는다고 무엇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머뭇거리지 않고 선뜻 나설 때 비로소 무엇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분은 해외에 있는 도서관에서 우리말로 된 책을 만나는 기쁨이 쏠쏠하다고 말씀합니다.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이나 캐나다 밴쿠버 공공도서관에는 어린이용부터 성인용까지 한국어로 된 책이 서가를 빽빽이 채우고 있다고 합니다. 당신 만든 책을 해외 도서관에서 발견했을 때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쓰고 있습니다. 더구나 당신이 만든 책이 책꽂이에 꽂혀있는 것이 아니라 진열대 위에 올려있을 땐 더 할 나위 없이 기쁘답니다. 당신이 만든 책을 머나먼 낯선 나라에서까지 눈 밝게 봐준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본 셈이라고요. 책은 마음 샘이라고 하는데 마음을 챙겨주는 샘을 빚는 이로써 당신이 빚은 책이 낯선 땅에서 사는 누군가 마음을 맑혀준다고 생각하면 설레지 않았겠어요. 저 같으면 며칠 잠도 이루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밴쿠버 공공도서관은 도서관 안내 책자를 비롯해 홈페이지에서도 한국어·일본어·중국어·에스파냐어·프랑스어·베트남어·힌디어로 된 도서관 소개를 올리고 있다고 말씀하는 이 분은 당신이 사는 곳에 있는 서울 금천구립가산도서관 ‘다문화언어 도서’ 코너를 소개합니다. 몇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가서려는 결고운 발걸음입니다. 지역 이주자들에게 영어·중국어·베트남어로 된 책들이 도서관에 있다는 걸 알리려 되도록 여러 사람이 쓸 수 있게 하려고 지역 관련 단체들에도 여러 차례 홍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분은 100명 가운데 99명만이 아니라 나머지 한 사람에게조차 다가서려는 것이 도서관이 좇는 공공성이 아니겠느냐는 말로 말씀을 마칩니다. “나는 이 한 명을 버리지 않으려는, 도서관이 품고 있는 마음이 좋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모두 함께 행복한 길이기도 하니까.”라고요.

이글을 읽으면서 ‘평화, 바로 고른 바른 살림’을 떠올립니다. 밭을 가꾸는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땅이 숨 쉴 수 있도록 땅을 고르게 갈아 평평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옹근 씨앗을 골라 뿌리는 일입니다. 그래야 알곡이 하나라도 더 열릴 테니까요. 많이 열려 거둘수록 보다 많은 사람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고 고루 누림이 바로 살림살이 첫 걸음이고 그래야 두루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제가 윤구병 선생님 뜻을 받아 ‘백두에 사는 계집아이도 한라에 사는 사내아이도 다 우리나라 사람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밑절미에서 한반도 곳곳에 꼬마평화도서관을 10,000개를 열겠다는 것도 이 나라에 사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는 일이 없는 누리 빚기에 있습니다. 돈이 30만 원에서 50만 원만 있으면 누구라도 꼬마평화도서관 ‘책방지기’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돈을 덜 들이고 열 수 있는 도서관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커다란 얼결을 이룰 수 있는 도서관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어서 오세요. 저와 함께 누리 곳곳에 평화풀씨를 뿌릴 분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아, 뜻이 있는데 돈이 없다고요? 그런 분도 오세요. 어떻게 하면 평화풀씨를 뿌릴 꼬마평화도서관을 열 수 있을지 머리 맞대고 연구해 봐요.

아참, 잊을 뻔했습니다. 저희 꼬마평화도서관에도 다문화 가정 어머니나 우리나라에 일을 하러 온 외국인 노동자를 보듬을 만한 외국 말로 된 평화 책을 몇 권 골라보겠습니다. 제가 외국 말을 모르니 외국 말을 잘 헤아리는 분들이 찬찬히 읽고 가려 뽑아 알려주시면 들여 놓도록 하겠습니다.
 

 

   
 

살림 바라지(경영자)는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마음 바탕에서 살림살이를 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강연을 하는 경영코치이다. 그리고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와 ‘꼬마평화도서관’ 바라지로 ‘무기 없는 평화나라 누구라道 기껍고 도타우面 어울려 살 길 이루里’에 살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 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그리고 <달 같은 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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