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왜곡은 한희원 교수님이 하셨습니다"
"의도적 왜곡은 한희원 교수님이 하셨습니다"
  • 신정욱 회장(동국대철학과 석사과정)
  • 승인 2016.04.28 09: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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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만수 동국대 교수회장, 해임사유 의도적 왜곡' 제하 글에 대한 반박
▲ 신정욱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지난달 학교의 학생 자치 탄압에 항의하며 삭발했다

안녕하십니까. 한희원 교수님.

저는 동국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대학원생입니다. <법보신문>에 올리신 칼럼(4월 11일자) 잘 읽었습니다. 동국대 사태에 관심이 많은 학생으로서, 교수님 글을 읽고 나니 다소 울컥하더군요. 이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궁금한 점 몇 가지를 여쭈고자 이렇게 부족하나마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는 엄연한 독립적 인격체입니다

“스승이 옆에서 동조단식을 하고, 제자의 단식을 교수협의회 회장의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릴레이 보도를 하는데 어떤 제자가 혼자 살겠다고 단식을 멈출 수 있겠는가?” (한희원 교수 기고 中)

얼마 전 학생들이 교수님 연구실로 항의방문을 갔습니다. 교수님은 의아해하셨겠죠? “난 너희들을 비판한 적도 없는데, 여길 왜 왔느냐?”라고 언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수님의 주장 속에 암묵적으로 놓여 있는 전제가 무엇인지 알아차렸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항의 차 방문한 것입니다.

교수님은 김건중 학생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능력이 없는 인격체라는 것을 가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만수 교수가 해당 학생을 ‘죽음으로 사주’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셨겠죠. 그러나 학생들은 교수의 허수아비 같은 존재가 아닙니다. 스승의 뜻을 어길까 노심초사하며 스스로의 생명까지도 던질 수 있는 제자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엄연한 독립적 인격체이며, 판단과 행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교수님께서는 20세가 넘은 학생들이 여전히 감시해야하고 통제해야하는 미성숙한 존재들로 보이십니까?

대학은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행동하는 지성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기관입니다. 그런 기관에서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은 언사가, 그것도 개인의 권리를 수호하는 법학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 사태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국대 사태의 핵심 인물 한태식 총장은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교수님 글에는 김건중 학생이 50일간의 단식투쟁을 하도록 한 원인 제공자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학생들이 단식을 했는지, 단식 과정과 그 직후에 그 원인 제공자(한태식 총장)는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으시더군요. 심지어 대외적으로 보도까지 된 ‘이사 총 사퇴’에 대한 이야기조차 과감히 생략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런 전체적인 맥락을 쏙 빼놓으신 채 단식을 결정한 학생에 대한 ‘동조 단식’이 한만수 교수 개인의 허물이라는 말씀만 강조할 수 있는지 의아합니다.

동국대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미 종단의 고위 승려들이 총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 한태식 총장이 논문 2편에 대하여 표절했다는 사실, 몇몇 이사들이 승려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들 만큼 각종 추문의 당사자라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밝혀졌습니다.

다시 한번 묻습니다. 한태식 총장은 본 사태에 대해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책임지셨습니까? 모 학생은 당시 김건중 학생의 단식 천막에 보광 스님이 찾아와서 “스님이 미음이라도 쒀줄테니, 한 술 들어라”고 말씀하셨다는 증언을 하더군요. 이것이 총장이 학생과 소통하는 방법입니까? 전체 학생과의 면담을 약속을 번복해가면서 회피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을 고소하는 방식이 총장이 학내 구성원들과 일심 동행하는 방법입니까?

표절 혐의를 받고 연구윤리진실성 위원회의 검증을 받는 과정에서 “내가 검증위원들의 논문도 모두 검증하겠다”고 언급하고, 표절확정이 난 2편에 논문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는 게, 본인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진정 책임지는 태도이십니까?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 민족과 인류사회 및 자연에 이르기까지 지혜와 자비를 충만케 하여, 서로 신뢰하고 공경하는 이상사회를 구현” 이것이 동국대학교 건학이념입니다.

제자의 자기결정권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동시에 ‘제자가 굶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니 차라리 내가 대신 굶겠다.’는 스승과 본인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해서 한 치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동국대 사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을 고소∙징계하는 총장. 과연 어느 분이 건학이념을 충실히 구현하는 분일까요? 저는 한만수 교수의 손을 들고 싶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태식 총장은 학내 구성원 어느 누구도 징계할 수 없습니다.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통해 한희원 교수님의 글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명시된 징계사유 이외의 사유를 들어 상대방의 잘못을 추궁해서는 안 됩니다.

“서면에 적시되어 있는 징계사유는 대표적인 예시일 뿐입니다. 확인되지 않고 확인될 수도 없는 사유를 가지고 관련자들의 명예나 위신에 손상을 초래하는 언행과 자세 모두가 교육자의 자질과 연결되기 때문에 포괄적인 징계심사의 대상이 됩니다. 불멸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설파한 인류 도덕법칙의 핵심인 ‘그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목적으로 대해야지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는 제2정언명령 위배가 가장 큰 징계사유입니다.”(한희원 교수의 기고 中)

 법과 학교 규정에 무지하여 여쭤봅니다. 명시한 징계 사유 이외에 다른 사유를 들어 당사자를 추궁하는 방법도 있습니까? 더군다나 이런 발언을 하신 당사자가 서울지검 부장검사까지 하시고, 국가인권위 인권침해조사국 국장까지 하신 교수님이라 더욱 궁금합니다. 혹시 검사 시절에는 기소장에 명시된 사유 이외의 다른 이유를 가지고 피의자의 양형을 구형하지는 않으셨겠죠?

교수님 말씀 속에는 학교 당국이 보도한 세 가지 사유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더군요. 기껏해야 한만수 교수가 교육자이기 때문에, 신성한 학내에 형사문제를 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하고 계시더군요. 법조인 앞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굳이 들먹이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1심 무죄판결(2016.4.6.)에 의해 첫 번째 사유가 원천 무효화된 뒤에 기고문을 쓰신 거라면, 두 번째, 세 번째 사유에 대한 해명을 하시는 게 상식적인 절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어떤 주장을 했을 때는 그에 대한 합당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교수님께서는 기고에서 “주관적인 독단을 정당화하려는 일부 구성원의 거짓과 선동이 면학분위기를 흐리고 학교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장에는 상대방이 “어떻게 독단을 정당화하고 있는지”, “ 그 주장이 거짓인지”,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선동하였는지” 등 논거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비판할 때는 그에 합당한 근거를 대는 것이 상식입니다. 저는 독단이란 개념을 “근거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는 것”, “상대방의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두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독단적인 분은 한만수 교수인가요? 아니면 한희원 교수님 본인이신가요?

제가 이런 지적을 하는 이유는 실제로 총장님을 옹호하는 몇몇 분들이, 교수협의회 및 학생회가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독단적’인 주장들을 바탕으로 면학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종단 고위층이 총장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사실’은 이미 이사회 내부의 감사 자료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으며, 교내의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검증 결과 한태식 총장이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공인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어찌 ‘독단’과 ‘선동’이라고 하겠습니까?

셋째, ‘칸트의 도덕 윤리 위반’ 그 자체가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어떤 조직에서도 도덕 원리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구성원들을 처벌하는 사례를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사람답게 살자”라든지,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하라”라는 주장에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녹아있음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주장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그것이 구성원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다고 믿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개인의 주체적인 실천이성과 양심이 활동해야 할 영역까지 법적 구속력이 침범하게 되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다만 도덕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것입니다.
 
또한 “개인의 행위에 대해서 그것이 비도덕적이라고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법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법전에 명시된 조항에 의해 처벌할 수 있지만, 윤리학 이론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개 상반된 이론이 존재하며 그 중 어떤 이론에 우위를 둘 것인지, 심지어 특정 이론에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 합의된 바가 없습니다. 예컨대 고등학교 교과서만 들추어봐도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설과 직접적으로 대비되는 ‘공리주의 윤리설’이 등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윤리학 이론을 ‘법’이나 ‘법칙’이 아닌 ‘설’이라고 부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교수님처럼 칸트의 도덕원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함부로 타인을 처벌하고자 한다면, 권력자가 범죄와 형법을 마음대로 전단하는 죄형전단주의(罪刑專斷主義) 사회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혹시 교수님은 이런 사회를 바라고 계신건가요?
 
교수님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인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곳에서 ‘불멸의’ 명언을 많이 남기셨더군요. 학내 구성원들도 함께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에 교수님의 대표적인 명언과 해당 기사를 함께 첨부합니다.

“반정부세력이라고 얼굴에 써놓은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면 (성남 시장 사찰도)할 수 있다”(오마이뉴스)

한희원 교수님이 제안한 8가지 종북세력 감별법

끝으로, 두 가지 인용문을 들어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교수님께서 좋아하는, ‘불멸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판단력 비판>에서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판단력은 규칙에 ‘포섭하는’ 능력, 곧 어떤 것이 하나의 주어진 규칙에 속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별하는 능력이다. (중략) 판단력의 결여는 본래 백치라고 하며, 이러한 결함은 전혀 구원의 길이 없다.”

이 때 규칙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동국대학교 학내 구성원이 건학이념에 위배되지 않는 행동을 한다면 적어도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거라 생각합니다. 건학 이념은 “풍요로운 세상, 자비로운 마음”과 같은 대형 현수막을 게시함으로써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학술’적 역량을 정당한 절차에 따라 연마하고, 신뢰와 공경을 받을만한 ‘인격’을 갖추며, 학내 구성원들을 진정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한태식 총장에게 요구합니다. 본 사태에 대해 사과하시고 사퇴하십시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이사회의 구조를 개편하십시오.

저는 우리가 학문을 닦는 이유가(물론 그 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안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수님처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나, 한태식 총장처럼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자리는 더욱 더 그 판단의 무게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자신의 판단이 옳고 그른지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따져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표현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며 그러므로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표현만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한 과거 황우석 교수팀 내에서 비공식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신 한희원 인권위 조사국장 관련뉴스에서 보도된 말씀이 묘한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포함한 민주법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표현과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라야한다. 마음대로 표현하고 행동하려는 행위자 자신을 자제시키기 위해서이다.”(한희원 교수님의 기고 中)

이쯤 되면 교수님께서 ‘동국인에게 고하는 글을’ 굳이 <법보신문>에 기고하셨는지 의문이 드는군요. 한희원 교수님께 권유합니다. 부디 표현에 대한 ‘책임’과 ‘자제’에 대해서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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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욱 만세 2016-04-29 12:45:36
누가 누구에게 배워야할지 모를 지경이다.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성공했다고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신정욱 군 같은 올곧은 마음을 가진 젊은이들이
부패한 나이든 이들을 가르쳐야 한다.

동국사 2016-04-28 11:52:25
동국대 사태에 절망했는데 이런 학생이 있다는게 자랑스럽네요. 한희원교수의 글을 보고 피교육생인 학생들의 처지를 걱정했는데 이렇게 논리정연한 글을 쓴 이 학생을 보니 그래도 훌륭한 교수님들이 아직 동국대에 많이 있나 봅니다.

굿굿 2016-04-28 11:09:22
글 잘 썼네요. 한희원 교수의 똥글 보고 답답했던 변비가 뚫리는 느낌ㅎㅎㅎ 시원하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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