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승 대승
소승 대승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6.04.25 10:00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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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강병균 교수의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97. 별업 공업

소승은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사실에 무지하다. 이들은 ‘개인이 개인의 수행만으로 해탈이라는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시각과 수행은 개인차원이다.

이들은 사회가 만들어내는 전체적·집단적 측면을 보지 못한다: 소승은 연기(緣起)를, 개인의식에 펼쳐지는 걸로만 보지, 집단의식에 펼쳐지는 걸로 보지는 못한다. 그들은, 개인의 의식이 모여 연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집단의식을 보지 못한다. 그러니 그 집단의식이 개인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가 없다. 이 현상은, 즉 집단의식이 개인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인구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수록,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질수록, 심화된다. 그래서 현대처럼 복잡하고 다양하고 다차원적인 상호교류가 일어나는 고밀도·대인구 사회에서, 소승은 입을 단단히 다물고 쇄국정책을 펴는 작은 조개처럼’ 답답하게 보인다. 사회는 이미 집단의식체인데, 소승은 개인의식에만 매몰되어 있으니, 그리 보일 수밖에 없다.

소승이 전적으로 자기 구원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구원에도 관심이 있을지라도, 자기들이 지닌 협소한 연기개념으로 인하여 본질적으로 외향적이 되지 못한다.

대승은 인간의식이 지닌 사회적·집단적 측면을 보기에, 외향적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개인의식이란 것이 꼭 개인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 의해서도 만들어지며 (예를 들어 당신이 김치를 좋아하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사회라는 집단의 선택이다), 그 결과 개인의식과 집단의식은 그 사이 경계가 모호하다. 그래서 연기(緣起)를 개인차원이 아닌 집단차원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12연기도, 개인의 전생·금생·후생에 일어나는 ‘개인차원의 삼세양중인과(三世兩重因果)’로만 좁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에 일어나는 ‘사회적 삼세양중인과’로 크게 볼 수도 있어야 한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보면, 범인(凡人)의 직관에 반(反)하는, 무아사상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개인과 사회는, 그리고 개별 의식과 집단의식은,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이다. 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확고한 개인의 아(我)는, 집단의 관점에서 볼 때는 무아(無我)이다. 이는 몸과 세포의 관계와 같다. 세포의 (몸으로부터의) 독립적인 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사회로부터의) 독립적인 아도 인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당신 몸에 있는 백혈구는 아가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아는 당신의 아와 동일한가, 다른가? 만약 당신이 참나론자라면 당신 생각에, 백혈구는 참나가 있는가, 없는가? 있다면, 그 참나는 당신의 참나와 같은가, 다른가? 이런 시각이 가능하다. 개미집단의 병정개미처럼, 화랑 관창은 신라라는 몸의 백혈구이다.)

여기서 개인적인 별업(別業) 이외에 집단적인 공업(共業)이 등장한다. 공업을 인정하면, 개인이 자기가 짓지 않은 업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개체인 세포가 집단인 몸의 영향을 받는 것과 같다. 발이 산길에서 실족하면 몸이 추락사하고 모든 세포들이 동반사(同伴死)한다. 손은 아무 책임이 없지만 발을 따라 죽어야 한다. 손과 발이 속한 몸이라는 집단이 만드는 공업의 작용이다. 그러므로 (개인은) 악업을 짓지 않고도 (집단이 악업을 지으면) 지옥에 갈 수 있고, 선업을 짓지 않고도 천국에 갈 수 있다. 종종 개인의 운명은 (자기 책임이 아닌) 집단의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에는 가문에 일어난 일로 개인을 처벌하는 연좌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반역자 집안의 여자는 늙은 것은 노비로 젊은 것은 첩으로 만들고, 사내는 아이들까지 죽였다. ‘과거에 연좌제로 처벌받은 사람은 그런 처벌을 받을 업을 지었지만 현대인은 그런 업을 안 짓는 것’이 아니다. 단지 ‘범죄와 처벌’에 대한 철학과 제도가 바뀐 것뿐이다. 이처럼 개인은 자기가 짓지 않은 업을 받을 수 있다. 사회의 철학과 제도는 공업이다.)

이는 소승의 시각으로는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대승의 시각으로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인의 아(我)는 집단으로부터 분리된 독립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과 집단의 경계는 모호하다. 아(我)는 실체가 없기에 얼마든지 커질 수 있고, 또 얼마든지 작아질 수 있다. 크게 보면 대승이요 작게 보면 소승이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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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2016-04-29 20:50:12
온가족이 아버지 직장 따라 말라리아가 창궐한 아프리카로
이주하면 가족이 평균적으로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이 급증하지만
가족 개개인의 건강과 저항력 면역력에 따라
말라리아에 걸리기도 하고 안 걸리기도 하며
걸리는 경우 고생정도가 달라진다.
아프리카에 간 건은 공업이요,
말라리아에 대한 상대적인 감염도는 별업니다.

ㅎㅁㄱㅅ 2016-04-29 16:52:52
ㅅㄷㅅㅂㄱ....

달안마을 2016-04-29 14:10:17
평소 교수님의 이 코너를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전 글은 거의 동의 되었는데, 이번 소승대승은 조금 생각을 달리합니다

부처님 재세시에 소승 대승을 나누어 설한 것이 아니라 때 맞춰 가르치셨는데, 후대 제자들이 대승을 부르짖은 것이 아닌지요?

우리가 말하는 소승은 소승대로 기능을 하고 대승은 대승대로 자기 소임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따르면 저절로 소승, 대승의 문제가 해결되는데 굳이 소승과 대승이 우월성을 주장한다면 부처님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승 입장에서도 대승에게 할 말이 많다고 봅니다

대승의 소승 지적에 대하여 소승은 부처님 가르침에 의거한 반박을 하겠지요

아마 그런 것 처다보지 말고 더 열심히 정진하라고,,,,

교수님,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정법/ 2016-04-28 17:36:20
제대로된 소승법은 없어서 어쩌나?

참 조계종 말법을 제대로 알려면 말법승 찻아가셔서 자문하고 공부하시면 될것 같은대요?

그리고 부처님 직접 설하신 정법을 보고 싶어면 경전책이 한두권 아니에요
내용이 방대하죠~
서적 책방에 가시거나 도서관에 가셔셔 보면 누구나 다~
제대로된 정법 경전을 보실수 있을 것입니다

참 소승법 주세요 하면 모르거나 없고요 / 아함경전으로 해서 보시면 됩니다

부처님 참정법의 깨달음의 가르 2016-04-28 17:06:42
불교는 가장 최상층 더이상 위없는 명품중 명품이며
지구상 우주천지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가장 뛰어나게 만들어주는 위대한 명품법이죠
한번 정법을 제대로 알게되면 처음도 끝도 영원히 바꾸지 않을,,,

석가모니 부처님 참정법의 깨달음의 가르침은

법입니다 - 법을 통해서 법으로 모든것을 판결하고 깨달음을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법의 모든 판결 구분은 바로 이것으로 구분 합니다

깨달음을 주되 참되고 반드시 지켜야할 계율과 수행요체도 있는 또 불교의 역사부터 모든것이 다들어 있는 바른정법이냐/

부처님 직접 설하신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르며 아니 아예없는 내용 위주로 구성된
깨달음얻는 수행요체는 없고 대신에 관념적인 사상으로 중무장한 찬란하고
한방 통쾌한내용 불성 즉심성불 내가부처 악법도법 불이법 모두가 하나 색즉시공 공즉시색등

경전상 내용 부분에서는 모든것에 통할 모든것이 다들어있는 바로 그대로 되기만하면 퍼펙트한
그야말로 최고라고 여겨질 정도의 나무람이 거의없는 완벽에 가까운
구분이 어려울 정도인-원래 명품일수록 짝퉁들은 더진짜같죠
이리 안하면 안믿고 안되죠 그러나 그것도 정말 제대로 따져서 관심가지지 않어면 알지못하고 배우지도 않어면서,,
수십년가도 항상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게 되거나 하면서 부처님정법 만나기가 어렵죠


그러다보니 이모든것을 이해해야 깨달음이라는 조계종교육 담당 스님처럼
부처님이 직접 깨달은 법칙과는 전혀 완전 다른법을 석가모니 부처님 불법이라 할 수 없는
불자들에게 깨달음커녕 불보살에게 빌어먹는 기복신앙인 되게 만들고 불자들에게 되려 백해무익한 환상공망만 주는 말법이냐로/


그래서 법으로 논하고 판결해야지
소승/대승의 구분 잣대로? 깨달음없는,,말법승 악마들이
말법 아님을 변명으로 내놓은 자기방어 회피용인 소/대승 구분은 치졸하고 우스운 꼴볼견 아예 없고 해서도 안되죠
불법 잘모르는 불자들에게 피해를 주며
또한 부처님 참정법의 본뜻과 깨달음을 모르는 무지 무명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

반드시 오로지ㅁ정법과/말법의구분만 있읍니다

따라서 어느 법을 선택하던 정법 /말법-- 법등명이 됩니다
그리고는 결국은 자기 혼자서 감내 하면서 수행 해야 하는
자등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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