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을 ‘사람살림군’으로 바꿔라
국군을 ‘사람살림군’으로 바꿔라
  • 기연택주
  • 승인 2016.04.0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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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평화는 살림 40

지난 1일 매일경제는 “사라진 軍 침대…혈세 6조8천억 쏟아 붓고도…”라고 제목이 붙은 기사를 냈습니다. 그런데 다른 언론에는 이 기사가 올라오지 않아 만우절이라 올린 우스갯소리가 아닌가 싶어 몇 번을 훑어봤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째서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았을까요?

정부가 ‘국군 병사가 모두 1인용 침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세운 ‘병영생활관(옛 내무반) 현대화’ 사업. 소대 단위(30~50명 기준) 침상형 구조를 분대 단위(9명 기준) 1인 침대형 구조로 바꾸고, 병사 1인당 주거면적도 2.3㎡에서 6.3㎡로 늘리는 사업이랍니다. 매경에 따르면 국방부는 10년 동안 6조8천억 원이나 들여 2012년에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해 불쑥 해군과 공군은 사업을 마무리했지만, 육군은 20~ 30퍼센트에 이르는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2조6천억 원이 더 내놓으라고 어물쩍 기획재정부에 손을 벌렸다고 합니다. 2조6천억 원이라면 국방 연구개발(R&D) 한해 예산과 맞먹는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랍니다. 정부 조달업계 관계자는 “생활관 현대화에 10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10조원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1인용 고급 침대(40만원)를 2천500만개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짚었답니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군인은 육군이 52만 명, 해군이 6만8천 명, 공군이 6만5천 명으로 모두 65만 3천 명입니다. 넉넉잡아 70만을 잡는다 치고, 이제까지 들어간 돈 6조8천억 원을 70만으로 나누면 군인 한 사람당 970만 원입니다. 2조6천억 원이 더 들어간다면 군인 한 사람당 1천340만원이나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올까요? 세금입니다. 세금에는 식구들 생계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노동자들 피와 땀이 서려있습니다. 어떤 돈이라고 함부로 쓴단 말입니까? 2012년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을 마쳤다고 한 사람과 육군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으니 돈을 더 달라고 손 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 군이 누구를 보듬어야 하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군대를 우리는 국군이라고 부릅니다. 무슨 말인가요? 나라를 위한 군대라는 말입니다. 나라가 어디 인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감싸고 아우르려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나라사람을 보듬어 살리는 것이 군대가 가장 먼저 헤아려야 할 고갱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나라를 위해서 나라사람이 희생해야 한다고 하거나 많은 사람을 위해서 적은 사람이 물러서거나 희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요? 조금 물러서는 것이야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생은 다릅니다. 깊이 짚어보지 않으면 안 될 일입니다. 마을이나 도시 나라는 모두 크고 작은 공동체입니다. 공동체는 공동체를 이루고 같이 사는 사람들을 아우르려고 빚어진 것으로 사람이 알짬이라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알짬에 두는 것이 바로 민본주의이고 민주주의입니다. 이렇게 볼 때 국군, 나라를 아우르는 군대라기보다는 사람군대, 사람을 아우르는 군대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아우른다는 것은 나라사람 모두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군대에 가 있는 사람들까지 두루 아우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고 나라를 중심이 두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깁니다. 나라를 중심에 둔다는 것은 나라와 짐, 임금을 같다고 여기던 때 산물입니다. 국군이라는 말에도 바로 그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나라에 충성한다, 전에는 나라는 곧 임금이니 충성할 실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금이 없는 이 세상에서 나라는 실체가 없이 관념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주인 없는 나룻배처럼.

무엇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릅니다. 국가라고 부르면 왠지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지고 나라라고 부르면 부드럽지요. 관찰이라고 하면 기계 같은 느낌이 들고 살핌이라고 하면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저만 그렇게 여기는 걸까요?
미국 물류서비스 회사 ‘PIE’ (Pacific Intermountain Express) 배송기사 부주의로 해마다 25만 달러 손해를 입었습니다. 까닭을 조사해보니 그 가운데 56퍼센트가 컨테이너 물품을 제대로 분류하지 않은 데서 비롯했습니다. 회사는 품질관리 전문가 에드워드 데밍 박사에게 문제를 풀어달라고 했습니다. 데밍 박사는 “오늘부터 배송기사들을 물품분류 전문가라고 부르시오!”라는 한 마디를 던지고 적지 않은 컨설팅 비용을 받아 챙기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 달 만에 배송오류는 10분의 1로 뚝 떨어졌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단지 ‘기사 아저씨’에서 ‘물품분류 전문가’로 호칭만 바꿨을 뿐인데. ‘내가 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사람을 어떻게 부르느냐에 따라 참말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다는 말씀입니다.

군대는 나라사람을 아우른다는 것을 놓치지 않는 바탕에서 우리 군대에 붙여진 ‘국군’이란 이름을 ‘사람살림군’으로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군대뿐 아니라 마을이나 도시 그리고 나라 안 치안을 맡은 경찰이나 검찰 모두 사람을 보듬어 살리려고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걸 놓쳤기 때문에 어제로 68주기를 맞은 제주도 사람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학살됐다는 ‘제주 4.3사건’도 일어난 것이 아닙니까? 한국전쟁 때 미국군이 노근리에서 멀쩡한 사람들에게 며칠 동안 총질을 해서 학살한 것도 ‘사람살림’이란 군대 목적을 놔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람살림을 밑절미에 뒀더라면 2012년에 마쳤다는 ‘병영생활관 현대화 사업’이 여태도 몇 십 퍼센트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누군가 잇속을 채우라고 있는 군대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라고 있는 군대입니다.

살림살이 첫 걸음은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서 비롯합니다. 남북 정치인들은 한라에 사는 사내아이도 백두에 사는 계집아이도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바탕에서 사람살림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사람살림을 밑절미에 두고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애를 쓰고 또 써서 기어이는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는 넉넉한 누리를 빚어야 합니다.

 

   
 

살림 바라지(경영자)는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마음 바탕에서 살림살이를 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강연을 하는 경영코치이다. 그리고 ‘으라차차영세중립코리아’와 ‘꼬마평화도서관’ 바라지로 ‘무기 없는 평화나라 누구라道 기껍고 도타우面 어울려 살 길 이루里’에 살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 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그리고 <달 같은 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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