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과 내용의 충돌_마곡사의 대광보전
형식과 내용의 충돌_마곡사의 대광보전
  • 김규순 소장
  • 승인 2015.10.2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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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규순의 풍수이야기 64.

▲ 대광보전 안에 계시는 비로자나불_ 서쪽에 앉아서 동쪽을 바라보고 계신다. 건물의 옆문으로 들어가면서 찍은 사진

공주시 사곡면에 있는 태화산마곡사는 백제무왕 때(640년) 신라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로, 현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이다. 조선조에 세조가 방문한 사찰로도 유명하며, 근대에는 백범 김구선생께서 피신한 사찰로도 유명하다.

태화산마곡사는 형식과 내용이 뒤섞여 있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찰이기도 하다.

우선 본전이 두 개다.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 앞뒤로 나란히 서있다. 대광보전은 모든 부처님의 진신眞身인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본전이고,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로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모신 본전이다.

그 다음 두 영역에 가람이 배치되어 있다. 산은 사찰에 있어서 출신지나 마찬가지라서 사찰의 이름 앞에 붙어 다닌다. 마곡사 앞을 흐르는 마곡천의 남쪽은 태화산이고, 마곡천의 북쪽은 광덕산 줄기이다. 마곡사의 영산전과 산신각은 태화산(416m) 기슭에 있으나,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은 마곡천을 건너 광덕산(699m) 영역으로, 하나의 산이 아니라 두 개의 산에 걸쳐있어서 매우 특이한 경우이다.

위의 두 가지는 연유야 어찌되었건 형식을 뛰어넘어 실질적인 내용을 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광보전(보물 제802호)의 건물은 남향으로 지어져 있고, 건물의 형식에는 아랑곳없이 부처님은 건물의 서쪽에 앉아서 동쪽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계신다. 이는 이상적인 극락세계인 서방정토에 부처님을 배치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는 것 같다. 일반사찰의 대웅전에서 신도들이 출입을 할 때 옆문을 사용한다. 이는 부처님을 바로 쳐다보며 들어가는 것이 불경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곡사의 대광보전에서는 비로자나불의 앞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간다. 건물로 보아서는 옆문이지만, 비로자나불의 입장에서는 앞문이다.

▲ 태화산 마곡사의 대광보전

대광보전에서 앞문은 어느 것이며 옆문은 어느 것인가. 건물을 기준으로 따질 것인지, 아니면 비로자나불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현재는 건물을 기준으로 옆문으로 신도들이 들어간다. 신도들이 부처님의 옆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정면으로 들어가는 꼴이다.

부처님이 내용이라고 하고 건물을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면, 형식과 내용이 뒤죽박죽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보지 마라” 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논어에서도 “형식이 내용을 따라지 못하면 세련되지 못할 뿐이지만, 내용이 형식을 따라가지 못하면 겉만 화려해진다”고 했다. 풍수의 처음과 시작이, 형식과 내용 중에서 어느 것을 따르느냐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풍수뿐만 아니라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도 이러한 기준을 세우기 위함이다. 겉과 안이 모두 충실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내실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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