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화합 원한다면 종헌 종법 지켜야
발전 화합 원한다면 종헌 종법 지켜야
  • 법응 스님
  • 승인 2015.08.01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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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빈자 구제에 대한 단상] 원숭이도 인간도 권력 투쟁을 한다

지난 2006년 3월 조계종은 사면을 단행했다. 당시 법응 스님 사면에 대한 원칙을 밝히는 글을 불교닷컴에 기고한바 있다. 법응 스님은 종단화합과 발전을 위해 사면을 하더라도 종헌종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2015년 서의현 전 총무원장 재심 결정 역시 종헌종법의 원칙 아래 진행되어야 한다. 2006년 조계종과 2015년 조계종은 종헌종법의 틀과 질서를 무시한 사면을 추진한다. 당시 글을 통해 서의현 재심 결정의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SBS(서울방송)에서 일본의 고지마섬 원숭이들의 권력다툼에 관한 방송을 보면서 우리 인간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쇠한 우두머리가 죽자 서열 2위였던 폭군 원숭이 ‘호타테’가 권좌에 오릅니다. ‘호타테’와 결혼한 ‘야시’는 황태자 ‘시소’를 낳고 서열 2위로 고지마의 실제 권력자가 됩니다. ‘야시’는 권력을 유지하기위해 쿠데타를 하고, 두목 ‘호타테’에게 새로운 암컷이 생기자 ‘야시’ 앞에는 파멸이 가로 놓입니다.

고구마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권력자 원숭이 앞에서 온갖 아양과 눈치를 보는 원숭이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피비린내 나는 권력 투쟁에서 우두머리가 된 원숭이는 오로지 먹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마음만 먹으면 하시라도 암컷과 즐길 뿐입니다. 한마디로 우두머리가 된 원숭이는 모든 것이 제멋대로입니다. 그들의 사회에는 규정이라는 것은 없고 오로지 힘이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의 대통령도 국사를 자기 마음대로 처결할 수 없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한 내에서 국사를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미리 언론에 흘려, 국민의 눈치를 살피며 저항이 심하면 정부는 그러한 계획을 세운 적 없다고 너스레도 떱니다. 과거 역사 속에서 군왕이라 하여 정해진 규칙이나 원칙을 묵살하고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해 독재를 하다 결국 불행한 결과를 자초한 예는 너무나 많았습니다.

화합이 또 다른 균열을 발생시켰다면 분열의 조장이다

3월 9일 단행된 특별심사에 대해 대중일반의 정서는 부정적입니다. 폭넓게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대가 있으면 이를 설득하는 노력으로 화합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구본사와 종도들을 대표하는 중앙종회의 결의를 거쳐서 노선을 달리하는 각 계파의 원융성도 살렸다면... 그야말로 여법하게 사태를 처리했다면 화합의 축제가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대중의 화합차원에서 멸빈자를 구제했음에 또 다른 균열을 발생 시켰다면 이는 화합이 아니라 분열의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멸빈에서 공권정지10년으로 감형하면서 법리 적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관련스님들의 의견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권정지10년의 적용 법 조항이 궁금합니다. 심사한 자료가 없어서 정확한 적용 사항은 모르겠으나 아마 승려법 제47조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공권정지 5년 이상 제적의 처분을 할 수 있다’ 중 1항인 ‘도당을 형성하여 종단의 법통과 교권을 문란케 하거나 종단 질서를 위태롭게 한 자 [불기 2543(1999). 1. 28 본호 신설]’를 그 적용 근거로 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위 조항을 근거로 했다면 법률의 일반적 원칙인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특별 심사자들의 행위는 1998년 11월에 발생한 사건으로 위 조항은 1999년 1월 28일 신설 조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법률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원칙’에 정면 배치됩니다. 만일 각 재심자들에게 승려법 제46조 ‘멸빈’ 처벌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공권정지10년으로 감형했다면 법리 적용에 문제가 있습니다.

법을 전공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차라리 이번 당사자들에게 무죄 판결이 더 법리에 맞는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왜냐하면 형법250조 살인의 죄에 해당하는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부과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종헌 제128조의 복권 조항에도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는 제외 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라 해도 헌법을 뛰어 넘는 특별법은 없듯 종단의 어떠한 특별법도 종헌을 기속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결정에 있어서 동일 사안을 두고 멸빈의 유지와 공권정지로 나뉘어 결정 한 것도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종단 위원회가 흔들리면 사부대중 전체가 요동친다

멸빈 해종 행위자를 구제 하려면 종헌부터 개정해야 합니다. 이번 특별 호계위원회의 감형 근거는 지난번 개최된 법규위원회의 결정에 둡니다. 법규위원회가 멸빈자 구제에 대하여 종단의 타 기구에 제대로 된 판단력을 제공하려면 당시 월주스님의 총무원장 재출마의 3임 여부부터 대중에게 판단을 내려 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98년도 사태의 원천적 문제점을 파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종단에는 이런저런 위원회가 많습니다. 그 위원회의 결정이 일관성이 없고 종헌이나 종법을 무시하고 정치적 판단을 우선시 한다면 사부대중은 요동치고 종단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게 됩니다. 지난번 총무원장선거 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파행적 운영도 문제가 됐고, 몇 일전 간선위원의 선출도 문제가 돼 많은 치부들을 세상에 들어내고 있습니다.

총무원장스님을 비롯한 각 원장스님, 여러 위원회의 위원장 또는 중앙종회의원이 된다는 것은 종단을 발전시키고 법륜이 세상 곳곳에 잘 스며들게 해 중생 구제에 대한 특별한 불사 안이나 철학이 있어서 그 자리에 서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부디 진정으로 종단의 발전과 화합을 원한다면 종헌 종법부터 지키고 따르는 준법정신부터 함양해야 합니다.

고지마섬 원숭이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지난해 방송을 보고 난후 가끔씩 나 자신은 저들과의 차별성이 무엇인가 의문이 들곤 합니다. 나 자신도 북슬북슬한 체모대신 의복을 걸치고, 법⋅문화⋅질서⋅심미적⋅도덕적이니 하는 용어로 스스로를 합리화나 미화하려는 고지마섬의 또 다른 원숭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6도 윤회의 끝없는 방황은 사후의 세상이나 다른 곳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인식 속에 유영 하고 있음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법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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