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조명탑과 종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동국대 대학원총학생회 최장훈 회장은 지난달 21일부터 교내 만해광장 옆 조명탑에 올라가 ‘종단개입 반대’ ‘표절총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18일째이다.
감리교신학대 총여학생회 이은재 회장은 지난 4일 교내 채플관 종탑 위에 올랐다. 교수 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사장 퇴진을 요구한 지 5일째이다.
“표절총장 선출…철탑서 내려갈 일 없어”
최장훈 회장이 올라가 있는 조명탑은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건물이 아닌 구조물로는 제일 높다. 높이는 15m쯤 된다.
최 회장은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 “제발 부탁이다. 내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보고 일면 이사도 총장후보 보광 스님도 좀 느껴 달라. 이사들도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조계종단이 개입해 공정성을 잃은 상태에서 논문표절 의혹까지 있는 후보가 총장에 선출된다면 내가 철탑에서 내려갈 일은 없다. 조계종 권승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책임을 지기 바란다”고 했다.
고공농성장 찾은 총장에 “물러나야 내려갈 것”
최장훈 회장의 읍소에도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2일 총장선임을 강행했다.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은 지난 4일 총장 첫 출근일에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고공농성 14일째의 일로, 책임 있는 인사로는 첫 방문이었다.
보광 스님은 “내려와라. 내려와서 대화하자”고 했다.
이에 최 회장은 “학생들은 표절총장을 원하지 않는다. 보광 스님이 총장에서 물러나야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이사회가 학교 주인되려 해”
이은재 회장은 올라간 곳은 15m 높이의 감신대 채플관 종탑 위이다. 이 회장은 “이사장이 사퇴하고, 후임 이사장 인선에 학생 의사가 반영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고공농성을 시작하면서 낸 입장문에서 “이사회가 교직원 임용, 정관 개정, 학제 개편 권한을 독점했다”고 했다.
이어 “저들은 하나님을 모욕해 스스로 주인이 되려 했다. 우리는 이 학교의 주인이 저들이 아닌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 웨슬리 채플 종탑에 올랐다. 우리 학교가 학생의 주체적 행동으로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곳에 올랐다”고 했다.
동국대‧감신대 모두 이사회가 문제
동국대 사태는 조계종의 동국대에 대한 외압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사회는 총장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에도 총장 선임을 강행했다. 이사회장은 학생들을 피해 호텔로 초등학교로 옮겨졌다. 이사들은 경찰과 용역에 보호 속에 총장을 선임했다.
감신대 이사회는 지난해 비정년 교수 3명을 정년 교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정교수에게 인사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생‧교수들이 반발했고, 학교 측은 도청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 무엇을 배우나”
동국대와 감리교신학대 모두 종교단체가 설립한 학교이다. 조명탑과 종탑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모두 이사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학생들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벽에 부딪힌 기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런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했다.
불교와 개신교 사학을 다니는 두 학생의 같은 목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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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승 이사. 표절총장 각성하고, 사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