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감동 포르노 취급 마
장애인을 감동 포르노 취급 마
  • 변택주
  • 승인 2015.01.16 09: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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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103. 스텔라 영

“와인이라도 몇 잔 마신 날이면 시건방 떨며 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 세상에 잘 살려고 왔지 오래 살려고 온 게 아니야(I'm here for a good time not a long time)’란 말은 진심, 그렇지만 당신을 만나러 가는 동안 모든 가능성을 움켜쥐면서 늘 바람직하게 앞으로 나서서, 슬기롭고 즐겁게 살겠다고 약속하겠다.”고 얘기하던 사람.

선천성 희귀병 앓아 1m도 채 되지 않는 키에 뼈가 약해 잦은 골절상으로 세 살 때부터 휠체어 기대어 살며,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으나 좌절하고 인권운동가가 되어, 재치 있는 말솜씨로 사회 편견에 맞서 장애인 인권을 되찾으려고 평생 땀 흘리다 지난해 12월 6일 세상을 떠난 작은 거인 스텔라 영Stella Young(1982-2014)이 2013년 11월, 시드니모닝포스트에 쓴 칼럼 ‘여든 살 내게’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이 세상에 잘 살려고 왔어

코미디언이자 방송인이었고, 칼럼니스트였던 스텔라 영은 불완전 골형성증(osteogenesis imperfect)이란 희귀 유전병을 갖고 태어난 장애인이었다. 뼈가 약하고 뒤틀리기 때문에 1m가 채 안 되는 키에 골절상을 달고 살았는데, 7살 때 친구 생일잔치에 가서 과자를 먹다가 사래가 들려 쇄골이 부러진 적이 있을 만큼 뼈가 약했다.

장애와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 장애’를 바꾸는 데 있는 힘을 다 쏟았다. 2013년 4월 TED 시드니강연에서도 장애인에게 끼치는 차별과 따위 악의뿐 아니라 선의 배려나 남다른 대접들이 얼마나 심각한 편견이고 차별인지 털어놨다. 스텔라는 트위터 계정에 “Writer, Comedian, Knitter, Crip”라고 제 소개를 했다. 이 이는 ‘Crip’이란 말을 일부러 썼다. 영어권 사람들은 장애를 가리킬 때 ‘disability’란 말을 쓴다. ‘Crip’은 Cripple(불구)란 낱말에서 온 속어로, ‘절름발이’처럼 모멸감을 주어 쓰지 않는 낱말이다. 동성애자들이 ‘Queer’란 낱말을 적극 써서 성 소수자를 뜻을 모으고 자긍심을 북돋웠듯이 ‘Crip’을 끌어안았다. “내가 겪은 장애는 몸 장애이면서 나아가 사회, 문화 장애였다. Crip은 그 모든 장애 경험들을 모아 담은 낱말이다.”

1982년 2월 24일 호주 빅토리아주 스타웰에서 태어난 스텔라 영은 의사들은 타고난 장애 때문에 한 해도 버티기 힘들 거라고 했지만, 살아남았다. 남들이 보행기를 탈 때 휠체어에 앉아야 했다. “부모님은 나를 어떻게 키워야할 줄 몰라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다뤄, 내겐 더없이 좋았다.” 스텔라는 14살 때 번화한 스타웰 거리를 돌며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낱낱이 조사, 지역 신문에 알렸다. 17살에는 집을 떠나 디킨대학에 진학, 언론학과 교육학을 전공했다. 꿈은 교사.

그러나 교사가 되지는 못했다. “학교장들은 내게 어떻게 칠판에 글을 쓸 거냐고 물었다. 나는 ‘21세기다. 칠판 없이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많다’고 대답하곤 했다.” 하는 수 없이 멜버른 박물관 공공프로그램에 자원해 아이들에게 곤충이나 공룡 따위 동물들을 가르쳤다. 그때 어떤 아이는 “선생님은 요정이냐?(Are you imaginary?)”고 물었다. 스텔라는 ‘야, 얘가 내 몸에서 어떤 엄청난 마법을 봤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렇게 적바림 했다. “나는 아이들과 아름다운 어울림을 겪곤 했다. 그 때 내 장애는 어마어마한 특권이었다. (…) 아이들이 (장애에) 경계심 없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데 내가 받쳐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장애는 내가 이제와 같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사랑스러운 것들을 주었고, 그것이 없는 나를, 나는 바라지 않는다.”

장애는 나쁘지도, 특별하지도 않아

스텔라 영은 제 정체성 안에 ‘장애’를 직업과 취미에 이어 놓았다. 장애인이면서 글을 쓰고 방송을 하고 뜨개질 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고 방송도 하고 뜨개질을 좋아하며 장애도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 스텔라. 세상도 자기를 비롯한 모든 장애인을 그렇게 바라봐 주기를 바랐고, 그걸 마땅하게 여기는 누리이길 바랐다. 그랬기에 장애를 남달리 생각해 장애를 가진 사람을 달리 맞이하는 모든 호의가, 악의 못지않게 해롭다고 했다.

2013년 4월 TED 시드니강연에서 “장애는 나쁘지도, 특별하지도 않아.” 비장애인에게 감동을 주고 동기부여를 하려고 “장애인을 감동 포르노(inspiration porno) 취급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나는 당신들에게 영감이나 감동을 주려고 있는 사람이 아냐(I'm not your inspiration)”고 했다.

“수많은 이들이 저를 찾아와 제가 용감하다거나 감동을 준다고 말하고 싶어 했습니다. 공식 활동을 하기 훨씬 전부터 그랬어요.(…) 그건 장애인을 사물 취급(objectify)하는 겁니다. 이런저런 이미지들은 비장애인 편의에 따라 장애인을 써먹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저는 15살짜리 소녀가 침대에 기대어 ‘버피 더 뱀파이어(드라마)’를 봤다고 칭찬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단지 앉아 있었던 것뿐이니까요. 단지 장애인이라는 까닭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칭찬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저는 장애인이 참된 성취로 평가 받는 세상, 휠체어를 탄 선생님이 새로 부임해왔다고 해서 멜버른 고등학생들이 조금도 놀라지 않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어요.”

ABC 블로그 칼럼에서 스텔라는 “장애인을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람다운 캐릭터로 나선 장애인을 본 적 있느냐고, 봤다면 몇 번이나 봤냐고 물었다. 거리에서, 사무실에서, 시청이나 도서관 또는 극장에서 장애인을 얼마나 자주 보느냐고도 을러댔다. 장애인을 막아서고 따돌리는 차가운 우리 사회 야만을 고발하고 오그라진 장애인 마음을 부추기려고 했다. “내 장애인 친구는 자기가 어른이 되면 죽거나 장애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애를 지닌 어른을 단 한 번도 못 봤기 때문에, 장애인은 늘 다니던 병원과 특수학교 교실에만 있는 줄 알았다고.” 

내 집에서는 어떤 장애도 겪지 않아

물이 흐르듯이 거침없고 재치 있는 말솜씨로 좌중을 사로잡았던 스텔라 영, 호주 국제 스탠드업 코미디 경연인 멜버른 국제 코미디페스티벌 ‘Raw Comedy’에 나와 2차례나 최종라운드에 올랐고, 채널 31 호주 첫 장애인문화프로그램인 ‘No Limits’을 맡아 여덟 시즌을 아울렀다. 2011년부터는 호주국영방송인 ABC 블로그 ‘Ramp Up’고정 필진이 되어 장애인이 맞닥뜨린 수많은 현안을 털어놨고, ‘2012 런던 패럴림픽’ 방송 해설을 맡기도 했다. 빅토리아주 장애인 권익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장애인, 여성, 청소년 인권을 보듬으려고 많은 땀을 흘렸다.

2014년 초 한 방송에서 스텔라 영은 “살아오면서 내 문제는 키가 자라지 않고 내 뼈가 툭하면 부러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데 갈 수 없게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걸림돌에서 비롯됐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보며 떠올리는 내 아픔은 편견에서 오는 아픔일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내 집에서는 어떤 장애도 겪지 않는다”고도 했다.
스텔라는 자신이 일반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 말했다. 시드니모닝포스트 칼럼에서 “17살 무렵에야 나는 내(장애)가 이 세상에 잘못한 게 아니라, 이 세상이 내게 온당하지 못한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바림했다.

춤을 즐겼던 스텔라 영은 금요일 밤이면 클럽 댄스 플로어에 나가 춤을 추기도 했다. 거기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 시선을 느꼈단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즐기려고 추는 춤이 비장애인에게는 ‘남다른 짓’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 눈길을 ‘논평 시선’이라 했다. 놀랍다, 대단하다… 며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어느 칼럼에서 스텔라 영은 “음악에 넋을 맡기고 춤으로 근심 따위를 털어내는 그 곳에서조차 비장애인들은 나를 교훈을 주는 누군가로 대상화한다”고, “장애인 몸은 그대로 정치로 보기에, 내 춤은 정치 발언이 된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춤을 추고플 땐 출 것”이라면서 “문제는 우리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당신들 방식입니다.”라고 했다.

2014년 12월 18일 멜버른 타운홀에서 열린 스텔라 영 추도식 드레스코드는 ‘fabulous(재미있는, 멋진)’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은 검은 상복 대신 큐빅 장식 스팽글 드레스나 물방울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꽃 장식을 달았다. 진행을 맡은 방송인 월리드 앨리는 “오늘은 한껏 누리는 자리”라며 “소리 지르고 손뼉치고 춤추자”고 했다. 사리에 어긋나는 사회와 싸우면서 웃음을 잃지 않고 뜻을 세워 나눠준 스텔라 영을 잊지 말자는 뜻이었으리라.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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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2015-01-17 04:23:24
전 동성애자입니다. 스님이 되고싶습니다. 불교는 동성애자들도 포용하고 있고, 차별금지법도 찬성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스님이 되고싶어 하는 저와 같은 동성애자들을 차별하지 않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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