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스님들 무슨 사연 있는지”에서 이어집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이사회는 오후 3시가 되도록 안건 하나 다루지 못했다. 이사들은 회의 공개여부, 안건순서를 놓고 5시간을 허비했다. 공개여부는 성타 스님이 양보한 다음에야 그쳤다. 안건순서는 이사장스님이 의사봉을 두드린 후에도 논란이 계속됐다.
일면 스님은 오늘 총장을 뽑는다는 약속이 있어야 안건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맞섰다. 이사장 정련 스님이 충분한 의견을 듣기 위해 시급한 안건부터 처리하자고 몇 번을 설명해도 소용없었다. 지난 이사회에서 이사장스님이 안건 상정도 않고 폐회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안건순서 논란은 충분한 토의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던 중에 총장후보자인 보광 스님의 논문표절 의혹으로 번졌다. 논문표절 의혹이 언급되서도 이사스님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우선 뽑고 문제가 되면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실무책임자인 학술부총장의 설명과 1주일이면 된다는 발언이 있고서야, 학교 차원에서 검증 후 논의하자는데 합의했다.
일면 스님 “의혹 모두 밝히고 투표하자”
일면 스님은 “변수가 있다면 그것을 논의한 후에 민주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이사장을 압박했다.
스님은 “이를테면, 살인자인줄 알고도 뽑는다면 우리가 나쁜 것이다. 의혹에 대해 모두 알고 그 다음에 투표로 하면 된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보광 스님이) 언론에서 논문 1편의 표절을 인정했다. 검증위에서 논의해 보고 표절 의혹이 허위라면 뽑을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지난번에는 교과부에 질의해 답변을 받았다. 새 변수인 논문표절 시비도 걸러 봐야한다. 학교에 접수가 됐다면 학교 설명을 들어보자”고 했다.
정련 스님 “후보 관련 투서 70~80곳”
성타 스님은 “너무 오래 시간을 끈다. 종단 안팎에서 오해와 비판이 있다. 총장문제는 어서 선출해 매듭짓고, 총장에 문제가 있다면 합법적인 논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논의해도 된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그럼 이사회가 무슨 꼴이냐?”고 반문했다.
성타 스님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은 총추위 잘못이다. (일단 선출하고) 합법적인 검증을 거친 자료가 오면 그때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일면 스님은 “다음에는 총추위 규정을 고쳐 제대로 검증하게 해야 한다. (우선 오늘은) 민주주의로 뽑자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줘야 이사회에서 발의하는가 보다 한다”고 했다.
정련 스님은 “70~80곳에서 내게 총장후보자에 관한 소식이 왔다. 이것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슨 말이 나올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했다.
영담 스님은 “총추위 규정은 문제없다. 총추위가 제대로 거르지 못한 것이니, 이사회가 걸러야 한다. 100년 넘은 대학의 총장이 이래서 어떻게 학사업무를 보겠느냐”고 했다.
미산 스님 “절차에 맞지 않는다”
정련 스님은 “(논문표절 의혹이) 검증위를 거쳐야할 심각한 문제라면 담당을 불러 소요기간을 따져보자. 심각한 일인지 아닌지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총장선임 안을 처리할 때 이야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자꾸 이야기들을 하니까…”하며 보광 스님의 논문 복사물들을 들어보였다.
미산 스님은 “총장선임 건이 상정도 안됐는데, (지금 공개하는 것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성타 스님은 “이사장 안대로 1‧2번을 다루고 총장도 뽑고, 하자가 있다면 차후에 검증하자”고 했다.
“논문표절 접수됐다”는데도 “총장부터 뽑자”
정련 스님은 “학교에 보광 스님의 논문표절 내용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일면 스님은 “1‧2안 올리고 총장을 합리적으로 뽑겠다는 약속만 해달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스님은 “우리에게도 (논문표절 관련) 유인물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뽑는다, 안뽑는다 결정하자는 것이다”고 했다.
성타 스님은 “합리적 검증기구를 통해 제대로 의혹을 검증하고서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면 된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학교는 그동안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성타 스님은 “가닥을 쳐야한다. 간단한 일이다. 총장 뽑아 놓고 검증하면 된다”고 했다.
학술부총장 “보광 스님 표절의혹 24건, 논문 30편”
일면 스님이 실무책임자 의견을 듣자고 했다.
학사지원본부장 공영대 교수가 말했다. “해외에서 임용돼 오는 교원도 있어 늦게 통보가 가면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 오늘 처리해주시기 바란다.”
일면 스님은 “논문 표절 심사에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박정극 학술부총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언론과 이사회를 통해 후보자의 논문표절에 대해 알았다”며 “학교에는 동국대총동창회 측 비상대책위원회와 개인이 총 24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30편이 표절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다음주 연구윤리진실성조사위원회(이하 검증위)를 개최할 예정이다. 예비조사에는 1달, 본조사에는 3달 등 최대 6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논문 7~8건은 상당히 표절 의심돼” 박 부총장은 “접수자료에 대해 사전검사를 진행했다. 24건 가운데 7~8건은 상당히 표절이 의심된다”고 했다.
일면 스님은 “확실한 표절이 아니면 말해서는 안된다”며 “최대한 빨리 조사하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박 부총장은 “피조사자인 보광 스님이 (언론을 통해) 표절을 인정했고, 자진철회까지 했다. 실무자가 볼 때 표절에 충분한 혐의가 있다. 규정에 따라 예비조사없이 바로 본조사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피조사자가 표절을 인정했을 때는 본조사도 거치지 않고 바로 판정할 수 있다”고 했다.
“표절 인정 1건…이사회에 중징계 회부감”
박 부총장은 “(보광 스님이 표절을 인정한) 논문 1건에 대해서는 바로 검증위에서 판정이 가능하다. 논문표절에 따른 조치는 표절 논문으로 승진 등 이익이나 수혜를 받았는지 여부를 따져 해당기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이어 “24건 전체에는 2주정도 걸린다. 이미 인정한 논문 1편은 다음주 바로 판정 가능하고, 이사회에 징계건의도 바로 할 수 있다. 중징계까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일면 스님은 “2주안에 판정이 난다니 모든 안건을 모두 2주 후로 미루자”고 했다.
영담 스님은 “교원임용 오늘 결정을 안해주면 당사자들이 큰 곤란을 겪는다. 바로 해달라”고 했다.
성타 스님 “논문표절과 총장선임은 분리해야”
성타 스님은 “논문표절 있더라도 총장업무 수행에 하자가 있는지 검토해봐야한다. 본인 해명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그러다보면 시간이 걸린다. 오늘 총장부터 뽑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증을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검증위서 보고서가 나오면 그때 표절 비중에 따라 총장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징계를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있다. 총장선임과 표절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논문표절 관련해 접수된 자료가 상세하다. 보광 스님이 반론도 냈다. 대조만 하면 끝난다. 1-2주면 끝날 일로 보인다”고 했다.
스님은 “반론에서 보광 스님은 ‘논문 몇 매까지는 통용된다’는 주장도 했다. 엄한 사람 잡지 말고 명백히 따진 후에 선출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생계’가 달린 교원인사건 만큼은 반드시 오늘 처리해 달라”고 했다.
성타 스님이 일면 스님을 바라봤고, 일면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
성타 스님은 “표절이 있어도 총장하기도 한다. 학문의 세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검증위서 올라오면 그때 다시 판단하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냐”고 했다.
호성 스님 “또 미루면 안된다” 호성 스님은 “이사들에게는 (총장을 선출해야 하는) 의무사항 있다. 지난번 의무를 저버리고 교육부에 질의했다. 부끄럽다. 한번만 그러면 된다”고 했다.
스님은 “총장 선출을 미루면 더 시끄러워진다. 성타 스님 말대로 총장을 새로 모시고 하자가 있다면 그때 재논의하자. 그게 순리다”고 했다.
스님은 “이사의 의무를 스스로 저버리면 안된다. 오늘 총장을 뽑고 그 다음에 그분이 치고 나가는 거다”라고 했다.
박 부총장 “학교 검증기구 공정성 문제 없다”
제정 스님이 2주를 1주로 줄일 수 없느냐고 박 부총장에게 물었다.
박 부총장은 “24건 모두 살피면 2주가 걸린다. 8건은 사전검토해보니 위중한 내용이었다. 그중 1건은 이미 표절을 인정했다. 인정 확인한 1건은 바로 판정하고 이사회에 징계를 건의하는 후속조치도 가능하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학교에서 충분히 검증이 가능하다. 외부인사를 30%로 포함하도록 돼 있어 공정성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보광 스님이 반론도 제출했다. 출가자‧학자로서 보광 스님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본인에게 충분한 해명기회도 줘야한다”고 했다.
박 부총장은 “다음주 화요일 본회의에 피조사인으로 보광 스님이 출석한다. 대필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수 박사도 출석한다. 당사자에게 모두 듣고 판정할 것”이라고 했다.
박 부총장은 “규정대로 적법‧신속하게 하겠다. 논문 1건은 바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삼보 스님 “보광 스님에게 미안해” 삼보 스님은 “보광 스님이 총장을 하는데 난타를 치겠다고 한다. 같은 승려로서 미안한 감이 있다. 논문이 어찌됐는지 우리는 모른다. 비극적이다. 여기 있는 스님들이 그(보광 스님)를 어찌 보겠나”고 했다.
스님은 “보광 스님이 일생에 한번 총장하겠다는데 난타를 치겠다고 한다. (이사스님들을 보며) 어떻게 할거냐?”고 했다.
스님은 “보광 스님이 (검증이 끝난) 1주일 후 아프지 않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일이 있어 안된다면 1주일 후에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성타 스님은 “내가 볼 때 총장을 못할 정도의 표절은 아니다. 1주일 후에 총장선임 건을 처리하는 것이 보광 스님에게 총장으로서 예우를 해주는 것이고, 우리도 짐을 더는 것”이라고 했다.
차기 이사회 23일 열릴 수 있을까?
이사회는 정련 스님의 청대로 교원임용의 건을 처리하고 폐회했다.
폐회에 앞서, 일면 스님은 “23일, 총장 선출은 1번 안건으로 합리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기로 이사장이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23일 제289차 이사회가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검증위 과정이 1주일로 22~23일까지 소요된다. 검증위 결과가 나온 뒤에는 다시 이사회 소집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국대 이사회는 빨라야 2월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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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그 사람을 향한 이해와 배려가 적었다는 아쉬움이 있기 전에~~ 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