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데이? 계룡산 산신제와 닮았다
핼러윈데이? 계룡산 산신제와 닮았다
  • 오마이뉴스 곽동운
  • 승인 2014.11.0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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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 신화 속 나무 숭배... 산신령 섬기는 문화와 유사
"핼러윈의 유래는 알고 있냐? 그런 복장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냐?"

필자도 처음에는 손가락질을 했다. 우리 명절도 아닌 핼러윈(할로윈의 표준어 규정)을 챙기려는 일부 사람들의 모습에 냉소를 보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까지 '핼러윈 특수'에 노출되어 있는 모습에 혀를 차며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잊지 않았다.

"핼러윈 챙길 정신으로 우리 풍습이나 알고 챙겨라!"

이런 반응은 포털에 걸린 핼러윈 관련 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국적 불명의 서구 풍습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물론 반론도 있다. 국제화 시대에 맞춰 "하루 정도는 괴기스런 복장도 해보고 재미삼아 놀 수도 있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론에 "우리 풍습이나 알고 챙겨라"라는 재반박이 이어졌다.

켈트 신화와 드루이드교의 관계

핼러윈은 켈트족의 명절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유래됐다. 켈트족은 앵글로족과 색슨족에 의해 브리튼 섬의 노른자에서 쫓겨나 궁벽한 웨일즈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에 터를 잡았다. 켈트족은 앵글로-색슨족에 의해 브리튼의 핵심 지역에서 쫓겨난 것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을 갖고 있다. 부결됐기는 하나, 지난 9월 18일에 있었던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선거에서 보이듯 이들의 잉글랜드에 대한 악감정은 여전히 뿌리가 깊다.

하지만 켈트족이 맹주 노릇을 하기 전에도 브리튼 섬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넘어온 사람들로 추정된다. 즉, 브리튼 섬의 원주민은 켈트족이 아니었다. 사실 켈트족은 갈리아 지방(지금의 벨기에 및 프랑스 일대)에서 도버 해협을 거쳐 브리튼에 도착했다. 따지고 보면 이들도 이주민이었다. 

켈트족은 드루이드교라는 고유의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다신을 섬기는 드루이드교는 애니미즘 요소가 강했는데 특히 숲이나 나무와 관련된 여러 징표들에서 신화적 상상력으로 표출됐다. 오랫동안 숲에서 사냥을 하며 연명했던 켈트족이었기에 숲과 나무는 삶의 터전이자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정령'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와 같은 켈트족의 신화는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으로 <반지의 제왕>, <호빗>의 작가로 유명한 J. R. R. 톨킨 박사가 있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도 켈트 신화가 밑바탕이 된 작품이다. 죽은 자는 물론 요정이 나오고, 떡갈나무의 정령이 페이지 곳곳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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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산신제 계룡산 산신제의 모습, 켈트족도 이전에는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기 때문에 숲과 나무에 정령이 있다고 믿었다. ⓒ 곽동운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인 핼러윈

핼러윈은 이처럼 풍부한 애니미즘 요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켈트족의 새해 첫날은 11월 1일이었다. 켈트족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을 새해의 시작으로 본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력이 그레고리력(양력)과 같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켈트족은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속에 접신해 있다 저승으로 간다고 믿었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0월 31일을 접신할 수 있는 절호의 적기로 봤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날만큼은 온갖 괴기스러운 분장을 했다. 영혼들이 그런 분장 때문에 접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켈트족은 로마에 의해 복속됐다. 이후 교황 보니파체 4세는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선포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인(Hallow)의 전야(Eve)로 자리매김되었고, 이후 핼러윈(Halloween)으로 명칭이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됐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왜 켈트족의 영혼들은 10월 31일에 일제히 접신 대상자를 찾아 나설까. 왜 미리미리 찾아 나서지 않았나. 그렇다. 핼러윈도 인간이 만든 풍습이다. 애니미즘적 상상력이 풍부한 켈트족이 만든 하나의 명절이었다. 묵은해를 털어버리고 활기차게 새해를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만든 풍습이다.

한편 핼러윈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Trick or Treat(과자 안주면 장난칠 거야)"이다. 큰 호박을 파서 만든 잭-오-랜턴(Jack-O'-Lantern)을 쓴 아이들이 남의 집 문을 두들기며 이런 말을 한다. 중세시대에는 다가오는 겨울을 맞아 서로 먹을 것을 나누며 공동체적 결속을 다져보자는 의미로 저 말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핼러윈은 중세시대 공동체의 구휼 장치로서 작동했다. 

계룡산 산신령과 켈트 신화의 유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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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룡산 중악단 계룡산 중악단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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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사 계룡산 신원사 ⓒ 곽동운

앞서 필자는 이렇게 언급했다.

"핼러윈 챙길 정신으로 우리 풍습이나 알고 챙겨라!"   

그럼 그 말대로 우리의 풍습에 대해서 알아봐야 할 것이다. 단오나 정월대보름처럼 그 의미가 다소 희미해진 명절을 소개하는 것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계룡산 산신제를 소개하고 싶다.

켈트족의 드루이드교가 삶의 터전을 제공했던 숲을 신봉했듯이 우리 선인들은 태초부터 산을 영험하게 여겼다. 산은 생명의 근원인 물을 흘려보냈고, 각종 과실과 약초가 자라나는 보고였다. 또한 산짐승들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양공급원이 됐다. 이렇듯 산은 많은 것을 품고,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내주었다. 그랬기에 우리 선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산을 신성시했고, 산의 주인인 산신령에게 제례를 올렸다.

유교를 앞세웠던 조선시대에도 산신제의 위엄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화됐다. 묘향산, 계룡산, 지리산에 각각 상악단, 중악단, 남악단을 세워 산신제를 올렸다. 현재는 상악단과 남악단은 사라지고, 중악단만 남아 있다. 계룡산 신원사에 위치한 중악단은 조정의 명에 의해서 지어진 건물이라서 그런지 여타 다른 사원과는 달리 궁궐 양식이 적용됐다. 매년 4월에는 이 중악단을 비롯한 계룡산 일대에서 산신제가 봉행되어 산악신앙의 뜻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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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사 중악단 삼존불이 놓일 자리에 산신령이 모셔진 신원사 중악단. ⓒ 곽동운

우리문화에 대해 제대로 눈길을 준 적이 있었는가?

앞으로 핼러윈 축제의 '시장'은 더욱더 커질 듯싶다. 외국 유학을 경험한 사람뿐만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늘었다. 영어 유치원이 확장되고 있고, 인기 연예인의 분장도 지속된다. 당분간 핼러윈의 열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핼러윈 특수를 노리는 자본도 더욱더 팽창할 것이다. 마치 '밸런타인 데이'처럼, 이제 핼러윈도 10월의 마지막 밤을 점점 더 많이 채워나갈지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무분별하게 서구문화를 직수입한다고 손가락질할 것인가. 질책을 한다고 그들이 꿈쩍이나 하겠나. 무엇보다 그들을 질타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문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핼러윈을 떠나서 우리는 우리 풍습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가? 그들을 욕하기 전에 우리 고유의 문화에 대해 제대로 눈길을 준 적이 있었나? 주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눈길을 주자. 우리문화 중에도 켈트 신화 뺨칠 정도로 멋지고 재미난 것들이 많으니까!"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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