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담 스님 탈종과 꼬삼비 비구의 참회
송담 스님 탈종과 꼬삼비 비구의 참회
  •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 승인 2014.09.15 16:26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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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재단법인 법보선원, 조계종 탈종 공고에 부쳐

송담 스님께서 종단을 떠나시겠다고 선언하시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불교의 존경받는 스승이며 수행의 사표이신 스님의 탈종 선언은 충격적인 일이다.

저간의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인법에서 요구하는 종단등록을 거부하셨고, 그 이전에는 얼마 전 치러진 용주사 교구본사 선거가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도는 모양이다. 물론 이 밖에도 드러나지 않은 많은 일들이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서 감히 글을 쓴다는 것도 조심스럽기만 하다.

용주사의 갈등과 관련하여서는 옛 기억이 있다. 2002년 불교평론 2호에 <조계종 종권분쟁연구> 라는 주제를 청탁받아 글을 실은 적이 있다. 몇 달 뒤 모르는 스님이 전화로 만나자고 했다. 지금은 스님의 법호도 잊었지만, 사는 곳까지 찾아 오겠다기에 역 근처로 나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 마디로 본사 문중인 용주사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이를 고발하여 바로잡으려고 하는 일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느냐는 부탁이었다.

스님들의 분쟁에는 재가자로써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고, 더구나 당시 용주사에서 총무원장을 배출한 상황이었기에 공권력이 편파적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참으시라고 한 기억이 난다. 스님과의 만남은 그 때 한 번 뿐이었다.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드렸을 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자리였다.

그 때 용주사 문중의 세력판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 있다. 크게 ‘정’자 돌림이 다수로써 용주사를 장악하고 있으며 송담 스님을 모시는 인천 용화사 쪽은 상대적으로 소수라는 점을. 본사 주지를 양쪽에서 번갈아 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지켜지지 않아서 소외된 분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을. 이번에 벌어진 일을 보니 누적되어 온 앙금이 파국적 결말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립하는 당사자들은 누구나 다 정당한 자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송담 스님의 탈종 공고를 보면서, 큰스님이 옳다 또는 종단 집행부가 옳다는 식의 주장은 하고 싶지 않다. 어느 쪽을 편들어도 욕이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탈종’이라는 사건은 이미 벌어졌다. 그것도 올바르지 못한 이가 판을 깨자고 한 것이 아니라 종단 법통의 상징과도 같은 큰스님이 더 이상 종단에 희망이 없다며 박차고 나간 것이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율장에서는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로 오역죄(五逆罪)를 들고 있다. 소승이나 대승에 따라 5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공동체의 화합을 깨는 파화합승(破和合僧)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법인법을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파화합승이라는 바라이죄를 범한 것인가 아니면 법인법을 강요하여 탈종을 조장하는 이들이 바라이죄를 범한 것인가?

‘탈종공고’라는 파국적 상황에 내몰리기 전에 종단의 누군가는 책임 있는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은지 아쉽기만 하다. 그 누구는 집행부의 소임을 맡은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본사의 유력한 지도급 중진스님일 수도 있다. 혹은 선수행의 큰 어른이 이런 결단을 내리기 전에 전국 선원의 수행자들이 해결점을 모색할 수는 없었을까?

문제의 단초가 된 법인법은 이미 한 번 수정되었다. 총무원장이 지정하는 이사 1/3을 1/4로 완화시키며 법인 장악을 위한 법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고자 했다. 그래도 여전히 법인법에 대한 불만과 거부는 계속되고 있다. 대각회는 동의했지만 선학원은 여전히 제적원을 제출한 상태에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지금과 같이 법인이 난립한 것은 분명 근대 종단의 혼미와 관련이 있다. 수십년간 종단체제에 대해 불안을 느낀 이들이 보호막으로 법인을 활용하기도 했고, 사회 복지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기 위해 법인격을 필요로 했던 분들도 있다. 사찰이 법인을 소유하기도 하고 법인이 사찰을 만들기도 했다. 종단 법인의 형태는 역사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들 다양한 법인이 각자 억울함을 느끼지 않도록 종단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또 반영하여 종도들이 환영하는 법인법을 만들어 운영하여야 하지 않을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법인과 관련하여 관계자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다시 수렴하여야 한다. 설득하여 동의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제 중앙종회가 중요하다. 법인법을 만장일치로 제정한 종회가 법인법으로 인해 벌어진 일을 수습할 책임이 있다. 법인법 제정의 필요성과 의의를 전 종회의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을지라도 지금의 현실은 종도들의 설득에 실패한 것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많은 법인이 등록하고 또 등록을 준비 중에 있다며 법인법이 동의 받고 있다고 주장하여도 여전히 유력한 법인은 거부하고 있지 않은가. 송담 스님의 탈종공고는 여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고.

꼬삼비의 비구들이 편을 나누어 싸우며 부처님의 말도 듣지 않자 부처님은 홀로 숲으로 들어가 코끼리의 시봉을 받으시며 수행하셨다. 꼬삼비의 불자들은 다투는 비구들에게 화가 나서 공양거부를 선언했다. 소식을 들은 사위성의 제자들이 부처님을 기원정사로 모시자 비로소 꼬삼비의 비구들은 참회하였다고 전한다. 지금 누가 사위성의 제자가 되어야 하는가. 어른 스님을 모시는 종회가 사위성의 제자 노릇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큰스님이 없어도 종단이 돌아가는 데는 지장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가도 좋다. 그렇다면 불자들은 꼬삼비의 불자가 될 수밖에 없다.

/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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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014-11-02 17:22:39
윤달맞아 팔공사 동화사, 갓바위, 은해사를 삼사순례 하였습니다
가는 절마다 수많은 불자님들께서 우리 불교를 뜨겁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 중생은 행복합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합니다
원로스님, 조계종 어른스님,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모습은 부처님다운 모습이요
훼불하며 시끄럽게 떠벌리는자들의 모습은 사탄의 모습이요
진정한 불자는 불법승 삼보를 비방하지 않습니다
거룩한 불성에 경배하옵니다()

불자 2014-11-02 17:22:08
씨를 뿌렸으니 열매를 느긋하게 기다려봅시다.
산달이 되야 아기가 틴생합니다.미움도,중오도,멸시도
비웁시다.원장께선 강한행정승이며,조계사 성역불사는 꼭 지킬겁니다.
누구보다,우리보다,더욱 절절 간절한 구상입니다.
이젠미움은 멀리보내고 격려박수를 보내주시면 어떨련지요?
총본산 삽질이라도 하고 회양힌다고,,,,,,
떠나보내고 아쉬어 하지말고,눈물짓지말며,그리워하지 맙시다,
매도 맞을만큼,이처럼 강하신 행7핸정승이 였기에 정부나,종교집단에서도 조계종단
커다란 존재감 부인 못할겁니다,때때로 강한목소리로 말씀도 잘하시던데,
지켜보시며 아름다운 말씀으로 성숙한 필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가을 떨어진 낙엽을 보며 무얼생각 하시나요? _()_

가짜중 2014-09-23 19:21:26
참선수행을 표방하는 종단이 신도들에겐 참나가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중들은 잿밥에만 눈이 멀어 주지 하려고 권모술수가 속인 보다 더하면 더하지.
이런 중들이 종교인이냐, 머지않아 신도 줄어들고 출가자 는 줄어들고 개독국가 개독을 믿지 않으면 왕따 되는 국가가 올찌니 중들아 열심히 도 닦지 않으면 어떡게 밥먹고 살아갈레

희망 2014-09-17 11:55:42
종회의원들에게 희망을??? 맨날 룸살롱다닌다는 의원나리들이라고 소문이 파다한데...
이미 개혁은 글렀다는 게 대세이니, 송담대선사의 뒤를 따라, 한국의 불자들에게 존경받는
승가가 새로 탄생하는 길이 정답 아닌가하는 생각....새포도주는 새 자루에 담으라는 말처럼, 이미 썩은 포도주는 버리는 게 한국불교의 미래에 희망을 준다고 본다

이상타 2014-09-16 07:10:06
여기는 댓글 반대 알바들 어디가고 청정 지역이네.
이제 저승이도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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