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께 드리는 공개서한.
법정스님,
성북동 길상사 팔아 버리시지요.
세상이 다 알듯이 김영한(길상화) 보살 소유의 최고급 요정이었던 7천여 평, 천억원 이상의 대원각을 10년 이상이나 보시를 사양하신 일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스님의 ‘무소유’의 정신을 글로 접한 후의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필경 전생 다생의 스님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어 가능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길상사로 변한 그 자리가 싯가로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만, 그 당시 이미 최소 천억 원대라고 보도되었으니 지금도 그 정도라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스님,
현재의 길상사가 과연 천억원 대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더욱 오직 천억 원대의 길상사가 아니면 전혀 못할 일을 지금의 길상사가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 생각에도 길상사가 불교의 발전과 신도를 위한 훌륭한 도량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르긴해도 한편으로는 아마 길상사가 새로 생김으로 인해 발심한 신도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일주일에 몇 번씩 열리는 법회나 큰 행사도 길상사가 아니면 참석하지 않을 신도 역시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길상사 신도는 거의 다른 절과 중복되는 신도이고, 법회나 행사, 수련회 참석 신도들도 길상사가 아니더라도 다른 절에서 공부하고 수행하는 모범적인 불자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솔직히 이런 현실은 길상사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스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성북동 길상사를 매각하여 그 종자돈으로 한국불교를 근본부터 바꾸시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길상사터는 팔면 당장 현금이 되는 확실한 액수 아닙니까.
그 천억원이면 이자만으로도 한국불교 역사상 가장 불사다운 불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불교는 보시를 받는 법만 알지, 주는 법을 실천한 적이 없지를 않습니까. 행여라도 법문으로 법보시를 하는 것으로 출가자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러나 스님. 길상사가 몇 십명, 몇 백명의 한달에 몇 차례만의 불자를 위한 공간으로 있기에는 너무 사치스럽지 않을까요.
스님, 성북동 길상사 팔아 종자돈의 이자로 전기세 못내는 사람, 몇 십만원 없어서 병을 키워 죽어가는 사람부터 살리는 것이 불교가 해야될 일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을 할 능력과 덕망이 있으신 분도 필경 대한민국에 법정스님, 스님이 유일한 분이실 겁니다. 스님이 그대로 열반하시면 길상사가 한국불교에 또 큰 실망거리나 걱정거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됨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사실 천억 대의 보시를 받고도 그도 부족해, 불사를 한다고 또 보시를 받는 곳도 길상사 아닙니까?
스님. 성북동 길상사 팔아 한국불교 역사상 가장 불사다운 불사를 해보시지요.
물론 우선 길상사 파신 돈의 10분의 1로는 서울 근교에 성북동 길상사보다 더 훌륭한 수행도량 길상사를 건립하신 후에 말입니다.
www.sejon.or.kr(세존) 운영자
대한불교조계종 용화사 주지 성법 합장
우리 모두가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짓 들을 해지는 건 아닌지 한번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법정스님께서는 어쩌면 귀찮은 일을 떠안은 꼴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성법스님의 제안을 묵묵부답하시기 보다는 불교의 먼 앞날을 위해 거룩하신 뜻을 단행해 보심은 어떨까요?
재물에 탐욕이 없으신 스님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혹시 주변의 잡배들의 반대를 두려워해서 큰 뜻을 펼치지 못하심은 아닌가하는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입니다. 길상화님의 뜻과도 달라보여서...
직접 일을 하실 필요는 없겠고, ‘내 뜻이 이렇다’는 한마디 선포로 스님의 도리는 다 한 것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속세의 계산법이라 치부(置簿)하시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眞俗이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올리지 않더라도 더 잘 아시겠지요.
이제는, 이렇다 저렇다는 한 마디가 있어야 할 것 같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