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이 3월21일이다. 경칩(3월6일) 다음에 오는 절기가 춘분이다. 태양이 남반구에서 북반구로 이동하면서 적도와 교차하는 순간이며,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시기이다. 제비는 <흥부전>을 통해서 우리에게 무척이나 친근한 철새이다. <흥부전>에서처럼 제비가 복을 가져다주는 새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흥부전>에서 제비는 풍수적 길지를 측정하는 척도이다. 흥부가 가난하여 수숫대로 집을 짓고 사는데 제비가 와서 집을 지으려 하자, 튼튼하고 좋은 기와집에 가서 살라고 타이르지만 제비는 떠나지 않는다. 잘 지은 집보다는 좋은 기운을 품고 있어야 좋은 터전임을 제비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흥부의 제비는 좋은 기운에 힘입어 알을 많이 낳아 부화 시킨다.
기운이 좋은 터이니 구렁이도에게도 좋은 터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의 이치로 제비가 구렁이에게 흉사를 당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하늘의 일이다. 심성 좋은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구해주어 복을 받는다. 좋은 땅이니 심은 박씨도 잘 자란다. 심은 지 이삼일 만에 싹이 나고 사오 일만에 줄기가 뻗는다.
맑은 기운을 지니고 있으니, 탁한 기운이 있는 놀부집에서 쫓겨나오게 된 것이고, 좋은 기운이 있는 집터를 선택하여 집을 지은 것이며, 제비가 날아와서 복 받을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착한 흥부라서 복을 받는다고 하기보다는 좋은 기운은 좋은 기운끼리 모인다는 표현 즉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착한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놀부는 제비도 살지 않는 집이었다. 흥부가 부자가 되자 샘이 난 놀부는 제비몰러 나간다. 드디어 팔자 사나운 제비가 놀부집에 들어와 산다. 놀부집에서 제비알이 곪아서 한 마리만 부화되었다는 묘사는 사람이 살기 힘든 집터라는 것을 암시한다. 구렁이도 찾아볼 수 없는 집터이니 놀부 자신이 구렁이 역할을 하여 제비다리를 부러뜨린다. 얼마나 흉한 집터이면 구렁이도 오지 않는 집일까. 야생돌물이 선택하지 않는 곳이라면 나쁜 기운이 넘치는 땅이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이니 인간도 흉악해질 수밖에 없다. 기운이 나쁜 곳이라면 흉악범이나 악귀들이 몰려들 뿐이니 악한 생각과 악행이 난무할 것이다. 남의 호박에 말뚝 박고, 길가는 처녀 다릴 걸어 넘어지게 만들고, 엎어진 아이 엉덩이 걷어차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악행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흉한 기운이 뻗쳐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성격을 디테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기운은 땅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놀부가 심통을 부리다가 패가망신하자 흥부는 형님을 모셔 와서 좋은 터를 골라 집을 지어 살게 하니 놀부가 감동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화목하게 살았다. 집터가 좋아지니 사람도 변한다는 기분 좋은 논리이다. 향수를 싼 종이는 향기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는 비린내가 나듯이, 좋은 기운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법이다. <흥부전>은 풍수적 논리를 바탕으로 엮어낸 이야기이다.
자연은 생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본성을 부여해 주었다. 새가 나는 것을 배우지 않고도 날 수 있고, 사슴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서서 걷고 뛰며, 물고기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헤엄친다. 자연원리에 입각하여 야생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동물에게는 순수한 본능이 있지만 인간은 욕심으로 천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천성이 순수한 사람이라면 야생짐승의 몸놀림과 습성의 몸놀림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알아차리는 내공을 지닌다. 내가 사는 집이 좋은 터에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풍수지리는 내가 잘 살고 또 자식이 잘 살게 하는 묘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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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환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더욱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