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을 모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뜻을 모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4.02.1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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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1차 타운미팅 ‘이 시대 재가자로 산다는 것’
“누구나 말하고 듣고…진정한 대중공의 마당 열렸다”
▲ 타운미팅 참가자는 주제를 만들어 토론했다. 주제의 폭은 제한이 없었다. '재가자'라는 큰 틀에서 재가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고, 이야기 속에서 주제어를 찾아갔다. 첫 타운미팅을 마치면서 기획팀 이남재 씨가 이날 개진된 의견에서 뽑은 주제어와 담긴 의미를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이끌었다.ⓒ2014 불교닷컴

94불교개혁은 아래로부터 성공한 개혁으로 평가된다. 20년이 지난 현재, 개혁정신은 실종되고, 94년개혁은 종권을 향한 몸부림으로 치부되기까지 한다. 종단개혁의 빛은 바랬고, 개혁의지와 인사도 실종됐다. 개혁세력은 기득권에 편입되고, 개혁의 장애물로 떨어졌다고 하소연한다. 개혁정신의 실종은 도박, 몰카, 음주, 폭력, 성추문, 토지 불법매각 등등 각종 범계·승풍실추로 이어져 종단 구성원이 사회의 지탄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내부 평가도 있다.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스님이 스님답지 못하고, 재가자는 재가자답지 못하면서 불교의 현실은 불교답지 못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아닐까. 출가자·재가자, 그리고 승가공동체는 무엇을 할 것인가.

타운미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6일 오후 7시 불교여성개발원 교육관에는 재가자 20여명이 모였다. 1차 타운미팅에 참가하려는 자발적 발걸음이었다. 타운미팅 준비위는 두 달여의 회의 끝에 ‘타운미팅’을 시작했다. 타운미팅 준비위는 주제와 운영 방안에 논의를 집중해 ‘홍보’를 못했다. 하지만 준비위가 예상한 그대로 자발적인 동참자가 나섰다. 취재 온 기자들에게 첫 타운미팅은 낯설었다. 타운미팅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기사 방향도 정하기 어려웠다. 준비된 주제도, 진행자도 없었다. 기획팀은 마당만 깔았고, 주제 제시와 전개는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결정했다. 참가자들은 좀 더 편안 대화를 위해 ‘별명’을 적은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이야기했다.

첫 타운미팅은 ‘누구나 참여해 말 할 수 있는 장’이었다. 참가자들은 2개조로 나눠 의견을 개진했다. 진행자와 서기도 스스로 정했다. 여느 토론회와 좌담회와는 달리 누구나 의견을 말하고 주제도 정했다. 주제를 특정하지도, 결론을 특정하지도 않았다. 타운미팅은 ‘목적성’을 배제하고 ‘대중공의’에 집중해 저 마다의 의견을 듣고, 이야기 속에서 나온 ‘주제어’를 뽑아 다시 토론했다.

준비위 기획팀은 ‘이 시대 불자로써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질문으로 던졌다. 이 질문에 참가자들은 재가자의 삶을 회고하고, 승가공동체에서의 역할을 반성했다. 재가자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재가자의 입으로 토로했고, 재가자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짚었다.

▲ 타운미팅 참가자들은 진지했다. 스스로 메모하며 주제에 집중했고, 대화는 자발적으로 이어졌다. 누구나 참여해 어떤 이야기도 가능한 자리였다.ⓒ2014 불교닷컴

첫 타운미팅 참가자는 의외였다. 교계단체 실무자나 견지동 45번지를 중심으로 살아온 재가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택시기사, 출판사 직원, 사찰 신도(임원이 아닌 평신도)가 주를 이뤘고, 수계를 받지 않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도 참석했다. 각 조에서 진행을 맡은 재가자는 대화를 주도하지 못했다. 진행자는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만 맡도록 했지만 촉진자는 필요하지 않았다. 처음 서먹하고, 낯선 분위기에 눈치도 보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이날 첫 타운미팅은 2시간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7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된 첫 모임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한 사람이 의견을 개진하면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더하고, 또 다른 사람은 이야기를 평가했다. 자칫 주제와 동 떨어진 의견이 나와 대화가 산으로 갈 위기에 처하면 참가자 스스로가 주제의식을 발동해 제자리를 찾았다. 누가 먼저 주제와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핀잔을 줄 세도 없었다. 참가자는 스스로 주제에 집중했다.

참가자들은 150분 정도의 토론 끝에 재가자와 관련된 갖가지 주제어를 뽑았다. ‘강함’ ‘수행’ ‘동질감’ ‘활발’ 등 긍정적 주제와 ‘기복’ ‘좌절’ ‘배타성’ ‘기여하지 않음’ ‘무관심’ 등 부정적 주제, ‘정법’ ‘희망’ ‘재가자 지침서’ 등 바람을 담은 주제어도 정리했다.

첫 타운미팅에 참가한 여실지견(40대 교사)는 “지난해 야단법석 등 좌담회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본 적이 있다. 당시 좌담회는 ‘목적’이 도드라졌고, 특정인의 주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야기에 대중이 참여할 여지가 없었다”며 “오늘 타운미팅은 주제가 없는 데도 참가자들이 모두 말하고 듣는, 매우 신선한 분위기였다”고 했다.

타운미팅을 준비한 기획팀 김경호(지지협동조합 이사장) 씨은 “타운미팅의 1차적 목표는 함께 모여 한국불교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고, 이 시대 불자들이 생각하는, 기대하는 최소의 목표를 정식화해 제안하자는 것이다”고 소개했다.

또 “오늘 자리는 누구나 참여해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타운미팅의 취지에 걸 맞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 타운미팅에는 22명의 재가자가 자발적으로 참석했다. 기획팀 6명을 제외한 참가자의 직업은 택시기사부터 교사까지 다양했다. ⓒ2014 불교닷컴

김경호 씨는 “논의에서 나온 주제는 제안서 형태로 정리해 누구나 보고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겠다.”며 “조직적 과제나 진일보한 실천 모습은 논의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고 수렴될 것이다. 우리가 뜻을 모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기획팀 윤남진(불교NGO리서치 소장) 씨도 “22명이 모여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올지 몰랐다. 타운미팅은 누구나 참여해 각자의 의견을 편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다”며 “이는 기존의 토론회와 좌담회가 가진 한계성을 극복하고, 불교적 대중공사의 의미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2차 모임에는 더 많은 불자들이 나와 이야기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타운미팅은 매월 한 차례 씩 열릴 예정이다. 2차 타운미팅은 ‘스님!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3월 6일 오후 7시 불교여성개발원에서 열린다. 3차 타운미팅은 ‘불교는 공동체입니다’를 주제로 4월 4일 오후 7시 만해NGO센터 2층 만해강당에서, 4차 타운미팅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미래불교’를 주제로 5월 1일 오후 7시 만해NGO센터 2층 만해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타운미팅에서 나온 주제어는 제안 형태로 정리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1차 타운미팅,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나’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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