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승 삼보에 귀의 합니다.
이글은 불법을 배우는 대한의 불자로서, 금번 제34대 총무원장선거에 출마하신 모든 스님과 투표하실 선거인단께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를 걱정하는 충정에서 드리는 애절한 소원이오니, 일점의 곡해 없이 끝까지 경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눈을 들어 양차 세계대전 이후 동남아의 불교종단을 두루 살펴보면, 대만불교는 개혁 끝에 청정승단으로 정착되었고, 일본불교는 식육대처의 오탁승단으로 세속화되었고, 한국불교는 그 중간인 청정오탁승단으로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한국불교에서 발견되는 세 가지 이상(異狀)신드롬을 진단하여 차기 출범종단을 향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
첫째는 ‘곳간 텅텅 신드롬’입니다.
이는 각종 종자를 보관해온 승단의 곳간이 서서히 불타고, 횡령되고, 도적맞아 텅텅 비어 가는 증상을 말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곳간 열쇠를 가지고 있는 스님일 것입니다. 간간 패거리로 살생에 가까운 폭행을 가하여 자비의 종자를 박살내고, 밤이 새도록 도박을 하여 보시의 종자를 탕진해 버리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은처를 하여 청정의 종자를 짓밟아버리고, 공공연히 거짓말과 궤변을 늘어놓아 진실의 종자를 불태워버리고, 갖은 유혹에 이끌려 술집을 드나들며 지혜의 종자를 까먹기 때문입니다.
정중히 스님들께 묻노니, 만약 곳간이 텅텅 비게 된다면 어찌 사바세계의 중생들에게 여법한 수행, 교육, 포교, 문화, 복지를 베풀어 그들의 삶속에 연꽃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자본력 없는 공염불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합니다.
둘째는 ‘조직 뻣뻣 신드롬’입니다.
이는 어떤 유기체 또는 조직이 암 또는 독으로 중독되고 뻣뻣하게 마비되어 제 기능을 못하고 유명무실하게 되거나 이념 또는 상(相)에 맹목적으로 도취하여 어용 또는 허수아비로 전락되는 증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일국의 국회가 정부에 지배를 받아 거수기로 전락된다거나 법원이 정부에 지배를 받아 일방통행을 남발한다면, 통치원리인 삼권분립의 틀은 깨지고 그 국회와 법원은 더 이상 있으나마나한 독재정부의 허수아비가 될 것이고, 고세율과 고비용의 정책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의 운명과 직결되고, 불안, 불신, 불행 그리고 고통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정중하게 스님들께 묻노니, 만약 호법부는 호법부답게 선관위는 선관위답게 제 기능을 발휘 못한다면 종단이 어찌 바르게 서고, 바르게 움직이고, 바르게 포교할 수 있는 토대와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겠습니까?
셋째는 ‘저항 허허 신드롬’입니다.
이는 불법, 불교계가 훼손되고 능멸되고 파멸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여서도 순교자 없이 말 한마디 저항도 못하며 헛되게 살아가는 무감각, 무기력 증상을 의미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는 인도불교 패망의 원인이 되었고, 이조 오백년의 억불과 박해의 요인이 되기도 하였으며, 가깝게는 10.27 법난 때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평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까닭입니다. 불법은 곧 인욕바라밀을 의미하지만 지혜로운 인욕을 강조하고 있고, 사바세계에도 분명 불법을 수호하기 위한 천룡팔부신중단, 사천왕, 금강역사 등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불조께서도 데바닷타가 종단을 분열시켜나가는 지옥상황이 벌어지자, 지혜의 사리붓다와 신통의 목갈라나의 청을 받아들여 그들로 하여금 다시 불러 오게 하는 일화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청허당 서산 대사께서 전국 승병을 모집하여 누란의 위기로부터 나라를 구한 역사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재가불자들에게는 종헌 종법상 선거절차에서 아무런 권한도 아무런 의무도 부여하지를 않아 종단이 위기상황에 처할 경우 속수무책 어찌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바로 옆에서 양의 탈을 쓴 늑대, 포악한 맹수들이 날뛰어 양들을 잡아가도 어찌하지 못하고 숨죽이고 바라만 보는 슬픈 짐승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모든 사부대중에 고하노니, 비상시든 평화시든 재가불자의 역할은 풀뿌리와도 같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중하게 그러나 피눈물을 흘리며 스님들께 묻노니 이 풀뿌리가 튼튼하게 살아있어야 그 식물도 살아나고 꽃도 피고 향기도 뿜고 열매도 맺어 사바세계에 불국정토가 이루어 지지 않겠습니까?
모쪼록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맞이하여 이 불자의 피를 토하는 듯한 진단이 한낱 언어의 유희로 끝나지 말고, 금번 총무원장선거에서는 어느 파 누구라도 좋으니 고르고 골라 부디 대덕청정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선출하여 주옵시길 시방삼세 제불보살님, 역대선지식과 조사님들의 절절하신 원력을 빌어 일심봉청 발원하옵나이다.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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