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
구조조정,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
  • 변택주
  • 승인 2013.09.13 0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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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35.야마다 아키오

지난달 31일 일어난 대구역 KTX 열차 추돌 사고 원인은 무궁화호 기관사가 KTX 신호등을 무궁화호 신호등으로 착각해 출발했고, 여객전무는 신호기를 잘못 보고 출발 무전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철도노조는 예견된 사고였다, 무리한 인력감축과 순환인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았다. 예전에는 기관사가 2명이라 기관사가 잘못하더라도 부기관사가 받쳐줄 수 있었는데, 기관사 혼자 달리면서 무전도 받고 신호도 봐야 하니 잘못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로컬 관제원도 혼자 근무했기에 상·하행선을 한꺼번에 보지 못해 하행선 KTX가 추돌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미라이공업 창업자 야마다 마키오 회장

한 해 반은 노는 날

회사는 ‘사원이 주인, 사원에게 감동을’이란 창업 이념으로 40여 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경상이익률 15퍼센트를 이어오는 놀라운 회사가 있다. 70살이 정년이고, 육아 휴직 3년(몇 번이라도), 해마다 모든 직원이 일본 여행을 하며, 5년마다 모든 직원을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회사, 연간 휴일 140일은 일본 상장기업(120일) 가운데 가장 길고, 업무시간 7시간15분으로 일본 노동기준법보다 45분이나 짧다.

1973년 전 사원 대만여행, 1986년 20주년 중국여행, 1991년 25주년 세계여행, 1996년 30주년 미국 마라톤대회 참가, 2001년 35주년 사원 모두가 세계여행에 이어 2006년 40주년도 역시 사원 800명 모두가 오스트레일리아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2011년 45주년에는 이집트로 갈 예정이었으나 이집트 정정 불안으로 여행을 취소하어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해외여행에 들어갈 비용을 모두 동일본 대지진으로 재해를 입은 곳에 기부했다. 그리고 떠올린 아이디어가 ‘퀴즈 유급 휴가’였다. ‘직원 여행 퀴즈 50’에 답을 모두 맞히면 ‘유급 휴가 반년’을 받는데, 연간 휴가 140일을 합치면 한 해 내내 쉴 수 있다는 얘기다.

직원 800여 명, 연매출 300억 엔, 회사가 보유한 특허만 8000개가 넘는다. 65살 먹은 평사원 연 평균수입이 700만 엔으로 월급도 기후縣(현) 공무원보다 많고, 업계와 지역평균보다 훨씬 많다. 앞이 보이지 않게 나락으로 떨어진 일본 경제판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둔 일본 기후현에 미라이 공업은 성과주의도 없이 연공서열이다. 없는 것도 많다. 노조도 노사분규도 없다. 출퇴근기록기도 없다. 유니폼도 없다. 사장 명령은 물론 잔업도 없다. 외려 잔업을 하면 전기세를 내라는 협박이 뒤를 따른다. 업무 할당량도 없다. ‘해고’나 ‘비정규직’이란 낱말이 아예 없다.

구조조정이 부른 화

“몇 해 전 커다란 일본기업 한 곳에서 납품한 원자력발전소 터빈 날개가 부러졌어요. 방사능이 샜다면 수십만 명 목숨을 앗아갈 뻔한 커다란 사고였죠. 일본에서 박사급 연구원이 가장 많은 회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회사에서 왜 불량품이 나왔을까요? 90년대 10년 동안 정리해고 당한 사람이 2만 명입니다. 그 자리를 비워두거나 비정규직으로 메웠죠. 비정규직원은 같은 일을 하고도 월급은 절반, 보너스는 10분의 1밖에 받지 못하는데, 신바람 나게 일하겠어요? 돈을 아끼겠다고 한 일이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지름길이죠.” ‘샐러리맨 천국’으로 불리는 미라이공업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가 2008년 한국에 와서 던진 말씀으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채용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짚는 경종이었다.

▲ 미라이공업 5개년 영업현황

거꾸로 가는 회사

모든 일은 사람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야마다 회장에게 직원을 뽑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 야마다 회장은 91년 상장할 때 이름 적힌 쪽지를 선풍기를 틀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쪽지부터 과장을 시켰다. 그 뒤엔 볼펜을 던져 과장을 뽑기도 했다.

회사 대표가 할 일은 직원을 행복하게 하고 생각을 일으킬 수 있는 ‘떡(인센티브)’을 주어 직원들이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사냥을 하면 그 보답을 ‘떡’으로 한단다. 일본 경제 거품이 빠진 뒤 많은 회사가 정규직을 파견 사원이나 아르바이트 따위 비정규직으로 바꾸어 비용을 낮추려고 하지만, 그래서 회사가 득을 봤는지 묻고 싶다는 야마다 회장. 사람, 직원을 ‘비용 처리’해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야마다 회장은 직원들이 윗사람에게 보고나 연락, 상담을 하지 못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장은 현장을 맡은 이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지사나 영업소도 담당 부서장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이 되면 마음대로 만들도록 한다. “새로 명함을 만들 때 명함 뒤에 적힌 지사나 영업소를 보고 늘었구나하고 그때 알아요. 사장은 ‘떡’을 어떻게 줘야할까? 큰 줄기만 세우고 가지를 가리키는 전술은 직원에게 맡겨야 합니다.” 직원에게 맡겨 실패한 일은 없느냐는 물음에 “보고 금지라서 몰라요. 그런데, 쉬는 날이 많고 일하는 시간이 적고 보고도 하지 못하게 하면 외려 엉터리 짓을 하지 못하나봐. 하하, 어떻게든지 성과를 내려고 몸부림을 치던데요.”

직원들에게 주는 유일한 벌은 ‘남과 다른 것을 생각하라’이다. 미라이공업 구호는 ‘늘 생각하라’다. 사원들은 1년에 만여 건에 이르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 제안은 회사 시스템 개선에서 신제품 개발까지 다양하다. 상사 욕만 아니면 어떤 제안이라도 내용을 보지도 않고 500엔 주고 제품에 적용하면 최고 3만 엔을 주는데 이것도 ‘떡’ 가운데 하나.

연극을 했던 야마다 회장은 말한다. “나는 무대에서 인생을 배웠다. 막이 오르면 연기는 배우에게 맡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우는 자라지 못하고 배우가 자라지 못하면 연극은 망한다. 기업도 마찬가지. 막이 오르면 경영자는 사원이라는 배우에게 모두 맡겨야 한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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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4-03-18 12:11:06
미라이공업은 그야말로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대단한회사다! 비정규직도 해고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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