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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는 1906년 명진학교애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당시의 명진학교는 동대문 창신초등학교 부근에 있던 원흥사 한켠을 쓰던 아주 자그마한 신식 승려 교육기관의 모태에 불과했습니다.
여러차례 폐교와 개교를 거듭하며 불교전수학교, 중앙학림, 중앙불교전문학교 등을 거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원수는 몇십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였습니다. 그나마도 승려교육기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대학으로서의 위상과 틀을 갖춘 체제는 혜화전문에 와서야 비로소 이뤄집니다. 그러나 혜화전문은 매우 짦은 역사만 간직한채 해방직전 사라지죠. 해방후 혼란한 와중에 동국대학이 설립되고 백성욱 박사라는 걸출한 인물의 영향력으로 종합대학교 승격, 재단법인의 자산 확충을 이뤄냅니다. 하지만, 그것도 양적으로 보면 매우 미약한 단초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1949년 재단법인 조계학원을 재단법인 東國學院으로 개칭하고 30 본사 사찰임야 16,310 정보를 불교종단 중앙불교교무원으로 부터 기부 받은 것이 그나마 동국대학교를 설립한 근거가 됐습니다.
하지만 종단의 기여는 여기까지가 거의 모든 것입니다. 설립재산은 물론 아직도 거의 동국대학교가 가진 교육용 재산으로 아직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많은 교육시설과 대학의 확장은 무엇으로 이뤄진 것일까요?
동국대학교의 설립과 발전은 종단의 선각자 스님들의 인재불사에 대한 일념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동문들이 수십년간 학교에 납부했던 등록금과 기성회비가 근간이었습니다. 종단이 설립했다고 해서 종단만의 것이라는 논리는 수많은 인과관계를 도외시한 주장입니다. 연세대학교나 고려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의 이사회는 그런 이유로 많은 사회명망가와 동문들을 이사로 영입합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동국대학교를 설립하고 후원해 왔습니다. 마땅히 학생들과 동문, 그리고 직원과 교수를 비롯한 많은 동국가족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몇몇의 스님들로 대표되는 종단의 정치상황에 맞추어 잊을만 하면 되풀이되는 재단 소유 논쟁은 이제 불식돼야 합니다. 교육법인은 설립과 동시에 설립자의 것이 아닙니다. 공공성을 지닌 공공재의 성격을 지닙니다.
그러한 이유로 교육법인은 해산되면 설립자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고에 귀속됩니다. 마치 사립학교라 하여 자신들의 소유인양 주장하는 일부 몰지각한 사립학교 설립자들의 행태가 비판받는 이유는 교육법인을 소유관계로 잘못인식하는 척박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국대학교는 한국불교에 의해 태어났지만, 이젠 종단의 몇몇 스님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교수와 학생, 동문, 그리고 더나아가 대한민국의 많은 뜻있는 불자들 모두의 것입니다.
현재 동국대학교의 법인 이사회 구조는 이사 정수 13명, 그중 9명을 종단이 스님으로 추천합니다. 9명의 스님이사는 법인을 해산할 3분의 2를 초과하는 숫자입니다. 연세대나 고려대의 경우 설립자와 관련된 이사의 수는 과반을 넘지 않습니다.
동국대 법인이사회는 스님이사 9명도 모자라 모든 이사를 종단 추천으로 하라고 합니다. 사립학교법은 설립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이사의 수를 제한합니다. 친족의 경우 더욱 엄격합니다. 그 이유는 설립자의 전횡을 견제하고자 함입니다. 개방이사가 그런 제도입니다. 그런데 종단은 개방이사도 종단의 추천을 받으라 합니다.(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가 수정해 제안한 내용에는 개방이사는 종단 추천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 편집자 주)
그렇다면 종단의 주장대로 모든 동국대 법인이사가 종단추천을 받아 임명된다면 동국대의 발전은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오히려 종단의 여러 정치적 갈등의 대리전이 벌어지는 종단정치의 판으로 전락할까요? 상식적으로 봤을때 결과는 매우 명약관화합니다. 적어도 지금보다 나아지기 보다는 더욱 안좋아지리라는 것입니다.
몇가지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동국대의 기틀이 다져진 때는 백성욱 박사가 총장으로 재직할 시절인 1950년에서 60년대 초반입니다. 그리고 비구대처 갈등을 통해 통합종단이 들어서기 전인 김법린 박사 총장 재임시절입니다.
그 이후는 어떠했습니까. 통합종단이 들어선 이후 봉은사 토지매각을 둘러싼 종단의 갈등과 대학의 분규는 동국대 정체의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1970년대는 의과대학의 설립, 지방분교 설립, 근대화와 산업화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한 공과대 육성이 화두였던 때입니다. 이 과정에서 동국대학교는 종단의 분규와 재단분규로 인해 거듭되는 관선이사 파견과 재단의 파행으로 아무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놓입니다. 사회의 평가는 3대사학의 전통을 가진 대학에서 2류, 3류대학으로 추락합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 종단과 재단 내부의 알력으로 빚어진 총장, 이사장 동시 구속이라는 최악의 사태, 2007년 벌어진 신정아 사건은 재단내의 스님들간의 암투가 빚어낸 암종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있어 종단은 어떤 수습과 대책을 내놓았습니까. 최소한 참회나 최소한의 투자라도 이뤄졌나요? 20만 동문들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일입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많은 선지식들께서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바로 보셔야 합니다. 동국대학교는 이미 종단만의 것이 아닙니다. 동문들만의 것도, 학생들만의 것도 아닙니다. 이미 대한민국 모두의 것입니다.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대학교입니다.
더 이상 종단의 전유물마냥 사고하고 이용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이러한 논의가 얼마나 진정성있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최소한의 양식을 지닌 스님들과 선지식들의 눈밝은 판단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몇몇 권승과 사판승으로 일컬어지는 이들의 말장난과 이전투구에 대학이 휘둘리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동국대학교는 기로에 서있습니다. 이제 정말 주요대학으로 발돋움해 옛 영광을 되살릴 것인가 아니면 그저 그런 대학을 남아 있을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종단은 제발 지원이 아니라면 차라리 동국대학교가 알아서 자기 갈길을 갈 수있도록 방임이라도 하는 것이 낫습니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온간 간섭과 정치놀음으로 허송세월을 계속한다면 이제 동국대학교가 갈곳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듣기로 동국대학교에는 산적한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운동장 수영장 개발, 충무로 관 개발, 만해마을 활용, 일산캠퍼스 개발 등 얼추 수천억 원이 넘게 투자되어야할 많은 현안이 있습니다.
만약 종단이 이러한 상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사 추천이니 종단추천권이니 하는 정치놀음에서 벗어나 무엇하나라도 책임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들의 주장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입니다. 종단으로서 할일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자세도 갖추지 않은 채 이런 저런 분란만 일으키는 것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으로서 자세가 아닙니다.
종단의 큰어른부터 총무원의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조고각하 하시기를 삼보전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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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사고치면 군법으로 엄히 다스려 진다. 괜히 민간인이 너무 참견하면 재수없게 군법에 엮이는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