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리사이클을 꿈꾸는 대장장이
무한 리사이클을 꿈꾸는 대장장이
  • 변택주
  • 승인 2013.05.27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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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20. 이본 취나드
롯데백화점 직원 자살로 ‘갑을’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양유업, 농심에 이어 배상면주가도 ‘물량 밀어내기’를 했다며 대리점을 운영하던 사람 하나가 지난 14일 목숨을 끊었다. 기업이 뭔지 왜 있어야 하는지 등산장비와 옷을 만드는 미국기업 파타고니아Patagonia를 세운 이본 취나드를 짚어보면서 헤아린다.

이 장비에 내 목숨이
1957년 미국 등반가들 사이에 한 청년이 입에 오르내렸다. 화덕과 연장을 차에 싣고 다니는 이 청년은 등반을 하면서 암벽을 타는데 딱 맞는 장비를 만들어 팔기도 하다가 1964년부터 아예 등반 동료들 몇과 함께 모여 장비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목적은 돈보다는 산 타기였다. ‘취나드 등산장비 회사’ 카탈로그에는 등산철인 5월부터 11월 사이에는 빠른 납품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적어 넣을 만큼 이본 취나드와 동료들은 등산에 빠져 있었다.

이본 취나드.
사업보다는 산을 더 좋아했던 청년이 어떻게 세계를 아우르는 아웃도어 회사를 만들 수 있었을까? 등산장비는 사람 목숨과 바로 이어지기에 이본과 동료들은 자신들이 바로 으뜸 고객이었기에 “이 장비에 내 목숨이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장비를 만들었다. 이본은 등산복이 단순한 ‘옷’이 아닌 ‘입는 장비’라고 말한다. 높은 산에서 체온을 지키는 일은 죽고 사는 문제로 그 몫을 맡고 있는 장비가 바로 등산복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보다 튼튼하고 등산장비를 편히 보관할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파타고니아를 세웠다. 그러나 고산지대 등반을 나선 동료들이 모진 추위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목숨을 살리려면 옷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본은 ‘목숨에 초점을 맞춘 등산복’을 세상에 선보였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도 종합건강보험을 들어준다. 이본 취나드가 그랬듯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서 모험을 즐기려는 스포츠 광들을 회사로 끌어들이려는 생각이었다. 이런 파타고니아 직원들에게 ‘등산장비’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언젠가 산 속에서 위태로워졌을 때 나를 지켜줄 ‘목숨줄’이다.

Buy less, buy better
아웃도어는 기능성과 간단함 그리고 수리가 쉬워야 한다. “더 적게 사게 해야 잘 사는 것(Buy less, buy better)”이 이본 취나드가 지닌 경영철학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먼저 옷을 비롯한 장비 디자인할 때 하나를 사서 여러 쓸모로 쓰게 하는 일에 힘을 쏟는다. 그리고 물건을 오래 쓰려면 가장 약한 부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달렸기에 파타고니아 연구소와 생산현장에서는 어디가 먼저 닳는지 체크한 뒤 보강해 가면서 제품이 골고루 닳는다는 확신이 설 때까지 거듭 실험을 한다. 셋째 관리와 세탁이 쉬운가? 옷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보면 가장 큰 일은 옷을 사고 난 뒤에 일어나는 문제가, 만들고 운반할 때보다 환경을 네 곱절이나 더 더럽힌다는데 있다. 그래서 여행복은 싱크대나 요리냄비에 담아 빨아서 툭툭 털어 처마 밑에 널어 말려 입을 수 있어야 하고 다림질은 전기 낭비, 뜨거운 물에 빨면 에너지 낭비, 드라이클리닝에는 독극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상품을 만드는데 온힘을 기울인다.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문구다. 이본 취나드는 회사를 세우고 얼마 되지 않아 주력제품인 ‘피톤’이란 장비가 암벽을 상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산을 멈춘다. 그리고 회사가 궤도에 올랐을 때 ‘환경과 사람을 살리는’ 제품을 만들겠다며 모든 제품 환경영향을 평가하고 소재는 물론이고 생산에 쓰이는 해로운 물질을 모두 가려내어 다른 물질로 바꾸어 가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농약을 쳐서 기른 목화를 쓰지 않는다. 독성염료를 쓰지 않고 재생 연료를 쓰며, 쓰레기를 되살려 쓰고 콜라병을 녹여 되쓴다. 이본 취나드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식스 같은 소재로 바지를 만들어 닳아서 더는 입을 수 없을 때 되녹여 다시 옷을 만들어 입는 무한 리사이클을 꿈꾼다. 뿐만 아니라 1985년부터 이익 10퍼센트와 매출 1퍼센트 가운데 큰 금액을 환경을 지키는 일에 내어놓는다. 또 직원들이 한 해에 두 달까지는 회사에 나오지 않고 환경운동을 해도 봉급을 줄 만큼 환경지킴에 정성을 쏟고 있다. 또 파타고니아 지원으로 댐이 없어진 곳에 연어가 돌아오고, 수백만 에이커 땅이 자연보존구역이 되기도 했다.

파타고니아는 작았을 때부터 이본 취나드 부인이며 동업자인 맬린다가 우겨서 ‘태평양 어린이 개발센터’라는 직장 탁아소를 열어 어린이들이 회사 마당에서 뛰어놀고 엄마 아빠와 함께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게 했다. 갓난아이를 둔 직원은 출퇴근 시간과 업무를 형편에 따라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만들었던 회사 사규는 뒷날 연방 법률로 발전했다. 한 해 1억 달러도 훨씬 뛰어넘는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 파타고니아는 비상장회사이다. 상장을 하면 주주들이 보다 높은 수익을 요구해 파타고니아를 지탱해온 환경과 사람을 바탕에 둔 원칙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주인을 따르듯이.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돈보다는 사람과 환경을 고갱이에 둘 때
즐거움과 착한 이익 그리고 명망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뒤를 따르듯이.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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