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 아냐!
아프니까 청춘? 아냐!
  • 변택주
  • 승인 2013.05.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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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18.조성주
▲ 경제민주화2030연대 공동대표 조성주(34)
올 들어 편의점을 운영하던 사람이 셋이나 목숨을 끊었다. 3월 13일 부산 수영구에서 40대 윤모씨, 3월 18일 경기 용인시에서 40대 김모씨가 세상을 버렸다. 이에 앞선 지난 1월 15일 목숨을 끊은 거제 편의점주 임모(31)씨는 대기업 비정규직, 대기업 협력업체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살던 집을 담보로 빚을 내어 편의점을 차렸다. 그러나 수익이 나지 않아 생활고를 겪다 주검이 된 청년 창업자로 휴대전화에는 사채 독촉 문자가 여럿 남아있었다.

또래 친구들 슬픔이 눈에 밟혀
여기 청년 실업을 비롯한 청년 문제에 골몰하는 이가 있다. 청년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을 만들어 정책기획팀장을 지내고, 지금은 경제민주화2030연대 공동대표로 있는 조성주(34)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천문학자가 되고 팠던 아이는 꿈을 놓지 않고 천문학과에 들어갔다. 그러나 별을 보기보다는 물리학 같은 학문과 씨름하며 생고생을 하다가 학교를 때려치우고 이태를 만화방에 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군대를 가면서 목표를 세 가지 세웠다. 1. 책 100권을 읽는다. 2. 군대 후배들을 때리지 않는다. 3. 인생 방향을 정한다. 인생 방향을 떠올리면서 돌아보니 사람을 향한 연민과 동정이 남다름을 알았다. 쌍둥이 동생이 그 뿌리였다. 그림을 잘 그리는 동생을 가리켜 둘레 사람들은 입 모아 훌륭한 화가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동생은 어려운 집안 형편을 살펴 스스로 꿈을 접었다. 그 애틋함 바탕에서 슬픈 또래친구들을 보듬어 사회구조를 바꾸자는 비수 하나를 품고 제대해 복학한다.

복학하자마자 눈에 밟히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교수들도 수학천재라고 부르는 이 친구는 등록금 마련 때문에 공부에 전념할 수 없었다. 자신도 등록금 대출을 받아쓰기는 마찬가지여서 다달이 내는 대출이율 7.6퍼센트가 버거웠다. 조사해보니 한 해에 20만 명에서 30만 명이 학자금대출을 받고 있었다. 쫓기는 젊음을 보듬으려고 벌인 등록금 문제 풀기. 자기가 다니는 연세대학생들이 받은 대출 이자를 셈해보니, 한 해 오억 원만 학교가 내놓으면 친구들이 아르바이트하랴 공부하랴 덜 쫓기겠구나 싶었다. 학생회 후배에게 건넨 아이디어는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서 이자를 감당하겠다는 결정을 끌어냈다. 이 소식이 홍대로 서강대로 퍼져나갔고, 지자체를 비롯한 여러 후원에 힘입어 대출이자까지 낮출 수 있었다. 그 뒤로 끊임없이 등록금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쏟은 땀 바탕에서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현이 17대 대선공약이 됐다.

등록금 때마다 학자금대출을 받았던 수학천재는 3천만 원이나 되는 빚을 지고 졸업을 했다. 수학자가 되려던 수학천재는 더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가 없어 수학교사가 되려고 임용고시를 보지만, 4년 내리 물을 먹는다. “이 친구는 빚 3천만 원을 갚으려고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니까 공부할 시간이 모자랐어요. 둘러보니까 상당히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취업을 하더라도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빚에 허덕이고, 저도 등록금 대출 빚을 10년 만에 겨우 갚았어요.”

동생들은 우리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아
‘청년유니온’은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15살에서 39살까지 청년이라면 누구라도 들어와 노동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30일 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청년유니온이 만들어진지 여섯 해만에 정부는 청년유니온을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공식 인정했다. 구직자도 조합원 자격을 얻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2010년 12월 23일에 한 청년이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려고 피자배달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 피자를 30분 만에 배달해야 하는 ‘30분 배달제’ 때문에 오토바이를 무리하게 몰았기에 터진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91년에 없애버린 제도. 청년유니온 조합원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서울 신촌거리에 나가 추위에 떨면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피자를 식지 않게 하려고 사람 목숨이 식어가야 해?”라며 멱살을 잡은 덕분에 두 달 만에 30분 배달제가 한국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청년유니온은 그 뒤에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카페베네, 스타벅스, 커피빈, 탐앤탐스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과 맞섰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1주일 동안 소정 근로일수를 채운 노동자에게 유급휴일을 줘야 하는데, 단시간 아르바이트도 일주일에 15시간을 넘게 일하면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나라 안에 있는 251개 커피전문점을 조사를 해보니 82퍼센트가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다. 스타벅스는 일주일에 14.5시간만 일하게 하는 편법을 써서 비켜나갔다. 싸운 결과 카페베네 16개 매장에서 104명이 5천만 원을 돌려받고, 커피빈에서는 퇴직자를 포함한 3천 명이 6억 원을 돌려받았다.

“돌려받을 돈보다 평생 모르고 살았을 ‘주휴수당’을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알바생에게도 든든한 백이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버겁기만 하던 세상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소요 (커피빈 홍대)

이 싸움 중심에 트위터를 비롯한 SNS로 모은 커피전문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청년 여덟 사람이 있었다. 이 청년들이 커피전문점 사장들을 고발한다. 임금 체불로. 그리고 모든 체불자에게 주휴수당을 돌려줄 때까지 임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청년 3천 명을 위해서 싸웠을까요?”

반값등록금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을 때 후배들이 조성주에게 물었다. 등록금이 낮아져도 형들이 이득을 보는 건 없잖아요? 그때 “동생들은 우리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아.”라고 했던 조성주는 오늘도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러니 견디라고. 아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해!”라고 멱살을 잡는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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