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하는 대통령
다림질 하는 대통령
  • 변택주
  • 승인 2013.03.29 12: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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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13.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3년 언론자유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여섯 단계나 내려간 50위를 차지하며 2년 내리 곤두박질쳤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2년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도 우리나라는 2011년 네 계단 떨어진데 이어 다시 두 단계나 내려앉은 45위를 했다. 2012년에 이어 2013년 언론 자유 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CPI를 처음 발표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무려 13회나 1위에 올라 부러움을 사고 있다.

나는 딸 하나가 있는 미혼모
2000년 서울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 핀란드 대표로 한국을 찾은 핀란드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은 집에서 쓰던 다리미와 다리미판을 가져와 손수 옷을 다려 입었다. 뿐만 아니라 “머리 손질은 내가 할 수 있다”며 호텔 전문미용사 머리 손질도 사양했으며, 호텔서 내놓은 치약을 마다하고 가져온 여행용 치약을 끝까지 짜 쓰는 살뜰함을 보여 뭇사람 입에 오르내렸다.

용접공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변호사를 거쳐 1979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할로넨은 동성애자협회(SETA) 창립 5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했다. 노동조합 변호사로 일하며 노동자와 약자를 보듬은 발자취 때문이었다. 그 인연으로 1980년에서 1981년 2년 동안 SETA 회장을 맡았던 할로넨은 동성애자들 권리를 찾아주려고 1981년 동료의원들과 함께 동성애자 차별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2000년 초 핀란드 대선에서 할로넨 세에 밀리던 경쟁 후보 에스코 아호가 할로넨이 미혼모라고 밝혔을 때, 할로넨은 “나는 많은 핀란드 여성처럼 딸 하나가 있는 미혼모”라면서 여성과 약자를 보호하겠다고 꿋꿋하게 맞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도 핀란드 국민 가운데 한 사람이라며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이웃집 아줌마처럼 소탈하고 검소한 핀란드 최초 여성 대통령 할로넨. 12년 임기를 마치고 80퍼센트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떠날 때까지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편안함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소수자까지 보듬어 안아 핀란드에 평등과 정의로움이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했다.

100년 전만 해도 핀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뒤떨어진 나라 가운데 하나였다. 핀란드 정부는 핀란드가 날아오르려면 여성들이 사회참여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핀란드는 1906년 여성에게 선거권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먼저 피선거권을 주어 1907년 첫 총선에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여성 국회의원 19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핀란드가 여성정치에서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데는 1987년에 만든 ‘모든 고용자는 남녀평등에 애써야한다.’고 하는 남녀평등법 영향이 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1995년에는 지방의회와 정부기관에서 남녀 어느 쪽이든 적은 쪽이, 아무리 적더라도 40퍼센트는 넘어야 한다는 양성평등할당제법을 만들었다.

복지는 미래를 품은 투자
할로넨은 여성 권익을 높이려면 가정에서부터 남녀평등이 비롯해야 한다고 믿었다.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똑같은 권리를 가지려면 엄마 못지않게 아빠 노릇이 중요하다고 외친 할로넨 임기 12년 동안 여성 사회진출이 매우 활발했다. 핀란드는 이제 여성이 기업주인 기업이 33퍼센트나 되고, 200대 기업으로 꼽히는 회사 직원 절반은 여성인 나라다. 2007년 4월 내각에선 모두 20명 장관 가운데 여성장관을 12명이나 임명. 핀란드는 세계 역사에서 가장 많은 여성 장관을 갖는 신기록을 세웠다. “사람들은 제게 여성 한계를 뛰어넘은 선구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더 많은 여성이 한계를 뛰어넘도록 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세상 어떤 분야에서도 성별구분이나 우위는 있지 않다고 보여주게 되어 기쁩니다.”

여성과 약자를 살갑게 보듬어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 했던 할로넨을 높이 산 국민들은 2006년 대선에서 다시 할로넨을 대통령으로 만든다. 할로넨은 국민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국가 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1위, 환경지수 1위라는 놀라운 결실을 거뒀다.

우유 1리터 값이 얼마인지 아는 엄마 같은 지도자 할로넨을 핀란드 사람들은 ‘무민마마moomin mama’라 부른다. 무민moomin은 뽀로로만큼이나 사랑받는, 핀란드 동화작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이 만든 국민 캐릭터다. 늘 맛있는 음식을 핸드백에 넣어 가지고 다니고, 핀란드 사람들 행복을 빌면서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무민마마 할로넨은 “복지는 미래를 품은 투자”라며, 리더는 사람들 이야기를 가슴으로 듣고, 나아갈 방향을 용기 있게 가리킬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무민마마 할로넨이 바로 우리가 그리는 섬기는 리더 표본이 아닐까.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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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3-03-29 14:09:44
언론자유지수 전세계 1위! 청렴지수 세계6위! 남녀평등지수 세계2위! 교육지수 세계1위! 핀란드야말로 진정한 지상낙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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