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고운 비행은 끝나지 않았다
결고운 비행은 끝나지 않았다
  • 변택주 연구소통 소장
  • 승인 2013.03.15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11. 로베르토 클레멘테 워커
“사이영상賞 수상과 월드시리즈 우승, 그러나 내 생애 으뜸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2005년 클레멘테상을 받고난 미국 야구선수 존 스몰츠(John Smoltz)가 던진 소감이다. 스몰츠는 “이 상은 선수가 이를 수 있는 가장 으뜸가는 영예이다.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뛰어난 상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200승-150세이브’를 넘긴 유일한 투수로 팬들 사랑을 듬뿍 받았던 스몰츠가 그토록 기뻐했던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바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클레멘테상은 1972년까지는 커미셔너 어워드로 불렸다. 시즌 내내 성실하게 활약을 하고 지역사회에 헌신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었다. 그런데 1972년 12월 말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난민들을 도우려고 니카라과로 가던 로베르토 클레멘테 워커 Roberto Clemente Walker(1934~1972)가 비행기 추락으로 세상을 떠난 뒤 미국야구협회는 이를 기리려고 상 이름을 로베르트 클레멘테 어워드로 바꾸었다.

이때부터 로베르트 클레멘테상은 시즌 기록과 관계없이 사랑과 봉사, 정情 가름을 가장 많이 한 선수에게 주고 있다.

아름다운 외도

로베르트 클레멘테는 피치버그 파이리츠에서 뛰던 푸에르토리코 출신 강타자였다. 통산 타율 3할1푼7리, 안타 3천 개, 홈런 240개를 기록하며 18년 동안 타격왕에 네 번이나 오른 실력파로 1966년에는 내셔널리그 MVP, 1971년에는 월드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클레멘테는 야구장 밖에서 더욱 빛났다.

로베르트 클레멘테는 1934년 푸에르토리코에서 사탕수수 노동자를 아버지로 두고 7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해 배를 곯아야만했던 클레멘테는 야구선수로 성공한 뒤 늘 가난한 사람 편에 섰다. 어린이를 몹시 아껴 교육을 받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오프시즌에는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 야구교실을 빠지지 않고 열었고, 고통 받는 남미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손을 내밀었다. 봉사와 나눔은 클레멘테 삶을 꿰뚫은 화두로 야구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

1972년 12월 23일 중앙아프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 니카라과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 클레멘테는 만사를 제치고 두 번에 걸쳐 구호품을 보낸다.

그런데 날아든 소식은 뜻밖이었다. 타락한 관리들이 클레멘테가 보낸 구호물품을 가로채 이재민에게 전달되지 못했다는 소식이었다.

12월 31일 이번에는 클레멘테가 직접 구호품을 실은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비행기는 이륙하고 얼마 되지 않아 화염을 품으면서 바다로 떨어졌다. 클레멘테를 비롯한 모든 탑승자 시신은 여섯 달 뒤 비행기 잔해와 함께 발견됐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안타까운 사실이 밝혀졌다. 클레멘테를 태운 작고 낡은 DC-7 수송기에는 탑재 중량을 훨씬 뛰어넘은 구호품이 2톤이나 빼곡히 실려 있었다.

그동안 구호품을 받지 못해 굶주림에 지쳐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무리하게 구호품을 실은 나머지 비행기가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가슴 저미도록 눈부신 클레멘트 비행은 널리 알려지고.

끝나지 않은 비행

뉴욕 주는 한 주립공원 이름을 로베르토 클레멘테 파크라 이름 지었다. 마이애미에도 히스패닉 거주 지역에 클레멘테 공원이 들어섰으며 미국에서 가장 다리가 많은 피츠버그 여섯 번째 다리에 클레멘테 이름이 붙어졌다.

클레멘테 고국인 푸에르토리코에도 클레멘테 콜로세움을 비롯해 클레멘테 스포츠시티가 들어서 클레멘테를 기리고 있다. 클레멘테가 달았던 등번호 ‘21번’은 피츠버그 파이리츠팀에서 영영 빈 번호로 남았다.

팀 선수들과 피츠버그 사람들은 ‘21’이란 숫자를 볼 때마다 클레멘테를 떠올린다. 클레멘테는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데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 주어진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다.” 비록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지만, 클레멘테가 보여준 결고운 비행은 끝나지 않았다.

칼 립켄 주니어, 커트 실링, 윌리 메이스, 게리 카터, 아지 스미스, 토니 그윈, 알 라이터, 제이미 모이어, 카를로스 델가도, 바로 로베르트 클레멘테상을 받은 영예로운 얼굴들이다.

이들은 야구선수로서도 뛰어났지만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으려고 세상을 향해 팔을 벌렸다.

2011년 수상자 데이빗 오티즈(보스턴 레드삭스)는 2007년 자기 이름을 딴 아동 기금을 만들어 조국인 도미니카와 미국에서 아이들 심장병 수술을 지원하고, 지난해 최연소로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는 ‘커쇼 도전’이란 단체를 만들어 부인 앨런과 함께 아프리카를 비롯한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병든 아이들을 돌보는 자선행사를 펼쳐왔다.

특히 잠비아 루사카에 ‘희망 집’이라는 고아원을 짓고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살폈다. 로베르트 클레멘테 아들 클레멘테 주니어는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난 지진과 해일로 피해 입은 난민들에게 기부금과 의약품, 의류를 보내고 남미지역 구호에도 적극 나서 아버지를 이어 날고 있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