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하는 행복도량 일구겠다
대중과 소통하는 행복도량 일구겠다
  • 사기순 민족사 주간
  • 승인 2013.03.11 11:3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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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기순의 <그의 삶 나의 거울>-5. 성오 스님
“늘 대중과 소통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부처님처럼 행복을 성취하는 도량으로 일구겠나이다”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것처럼 화사한 봄날, 봄꽃보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북한의 핵도발로 인해 경기 북부 지역 주민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파주 운정사 개원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한 부처님이 탄생하면 만 중생이 구원을 받을진대, 부처님들을 탄생시킬 도량이 새로이 탄생하였으니 온갖 고통이 사라지고, 생기발랄해질 것이다.

지난 3월 3일 아침 일찍 파주 운정사로 향하는데 가슴이 설렌다. 이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동안 살아온 내 삶의 체험과 생각의 소산일 터다.

나는 안경잡이다. 도수 높은 안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음의 안경을 쓰고 있다. 도대체 이 ‘불교, 전법’이라는 안경을 벗을 수가 없다. 열네 살 봄날에 만난 부처님 덕분에 내 인생, 운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죽을 것처럼 괴로웠었는데, “삼계가 고통에 잠겨 있으니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는 부처님의 탄생게처럼 그간의 고민이 봄바람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편안해졌다. 행복해졌다.

초발심 때 깨달음에 이른다고 했던가? 후배를 절에 데리고 가기 위해 후배가 해야 할 설거지, 빨래를 대신 해 줄 정도로 열성적인 포교사였었다. 그런데 남녀 간의 사랑도 아닐진대, 익숙해지면서 미지근해졌다. 35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전법의 열기가 무덤덤해진 것이다. 입, 머리, 손으로는 전법을 강조하면서도 몸으로 실천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스님들과 불자들의 적극적인 전법행을 보면 반성하게 된다. 특히 요즘 초심으로 돌아가 ‘법을 전하는 수행자’로 새롭게 태어나야겠다는 마음이 깊어지고 있을 때 운정사 개원 소식을 들었으니 어찌 수희찬탄(隨喜讚嘆), 환희용약(歡喜勇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운정 신도시에 처음 건립된 유일한 부처님 도량
파주시 가람로 21번길 7-2(와동동), 운정 신도시 가람마을 대로변에 있다는 스님 말씀만 듣고 찾아갔다. 실제로 대로변에서 아담한 3층 도량, 창건기념법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린 운정사를 발견했을 때의 환희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1층 법당은 물론이고 2층까지도 빼곡했다. 화사한 불자들의 모습에서 성오 스님의 수행과 포교 이력을 엿볼 수 있었다. 창건법회가 시작되고, 성오 스님 말씀에서 새로운 희망이 느껴졌다.

“바른 법을 전하여 마음의 안식을 주는, 고단한 삶에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쉼터로서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행정구역상으로 파주이지만 일산 서구와 인접한 지역이지요. 이 인근에 사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지역 스님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뜻을 함께하여 열심히 법을 전하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도량으로 일굴 것입니다.”

성오 스님은 인사말씀에서 운정사를 가정처럼 편안하고 옹달샘처럼 맑고, 복과 지혜가 넘치는 절로 일구겠다고 밝히면서 특히 파주 금촌의 흥법사 주지스님과 신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성오 스님과 일면식도 없었던 명일 스님께서 마치 당신 일처럼 기뻐하고 도와주셨다는 말씀, 흥법사 주지스님의 독려로 흥법사 신도님들이 창건법회 때 자원봉사를 해 주고 많이 동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성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법열이 충만해졌다.

운정사는 사람에 비유하면 신생아라 할 수 있는데, 흥법사 명일 스님처럼 주위의 스님들이 운정사가 잘 커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니 이 얼마나 환희로운 일인가. 비록 운정 신도시의 종교부지 25군데가 다 교회부지로서 대형교회가 들어서고 있고, 이 운정 신도시에 도심포교당은 운정사 한 곳뿐이지만, 스님들이 저렇듯 서로 마음을 모으고 부처님같이 마음을 쓰고 부처님 말씀대로 행하고 있으니 이미 불국토 완성.

법당 하나 생기면 극락세계가 하나 만들어지는 것
“법당이 새로 하나 생기면 극락세계가 하나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한 부처님이 나오시면 한 세계를 성불케 합니다. 가람마을, 이곳은 마을 이름부터 불도량과 아주 인연 있는 땅입니다. 또한 이 땅과 인연이 많은 성오 수좌가 일군 운정사에서 수많은 불자들이 복혜를 구족하게 될 것입니다.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인댄
금생수자시(今生受者是)요,
욕지래생사(欲知來生事)인댄
금생작자시(今生作者是)라,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금생에 받는 것이 그것이라네.
내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금생에 하는 일이 그것이라네.

금생에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은 다 전생부터 숙세의 인연이 깊은 분들입니다. 이 축복받은 땅에 법당이 새로이 출발하는 오늘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밝히는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성품을 깨닫는 것이 불교입니다. 일요법회도 하고 경전공부, 참선 수행을 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모쪼록 이 도량에서 마음의 눈을 뜨고 모든 시민이 함께하는 법당, 쳐다보기만 해도 기쁨이 충만하고 환희가 넘쳐나는 법당으로 일구어 가시길 축원 드립니다.”

성오 스님의 은사이신 청암 법조 큰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불사의 참뜻을 깨닫고 동참 대중 모두 감동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청암 법조 스님과 성오 스님의 불사 원력을 잘 알기에 더욱 가슴 깊이 다가왔다. 경북 의성의 고운사, 포항의 옥천사, 울릉도 성불사 등을 크게 중창하고 창건한 청암 법조 스님은 불사야말로 수행 중의 수행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신 분이다. 성오 스님은 은사를 시봉하면서 숱한 불사에 동참했기에 저절로 훈습되었을 터다. 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이 신행의 전당인 사찰이 없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없다. 불법을 배워야 개개인의 내면에 본래 깃들어 있는 부처의 싹을 꽃피울 수 있기에 사찰 창건불사의 의미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새 생명 주신 부처님, 불법 전하는 데 한 생 바치겠나이다
“조계종 제 16교구본사인 고운사는 해동제일지장도량이자 선원으로 이름난 곳입니다. 한쪽에서는 기도를 하고, 또 선원에서는 삼년결사 용맹정진 중이었습니다. 갓 출가한 저는 치열한 구도의 열기로 가득 찬 대도량에서 수행자의 위의와 마음가짐을 가꿀 수 있었지요.”


살아간 날들이 늘어날수록 인연법, 인과법의 묘한 이치에 무릎을 절로 치게 된다. 도저히 이생의 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많다. 삼세인과의 법칙을 수도 없이 증명하게 된다. 성오 스님의 경우도 그렇다.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성오 스님은 수십 년 수행을 하고도 하기 힘든 일들을 해냈다. 당시 종단의 중책을 맡으시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신 청암 법조 스님을 도와 큰절 종무행정(고운사 재무국장)은 물론이고 은사스님 대신 법문을 하기도 했다. 행동거지며 말씀이며 도저히 갓 행자를 마친 사미라고 볼 수 없는 위의였다. 법문도 술술 나왔다. 승가의 하루하루가 전생부터 해온 것처럼 편안했다.

“고운사에서 소임을 보고 있을 때 명부전에서 천일기도를 두 번 하신 사숙스님께서 느닷없이 제게 도심포교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도심포교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했던 시절인데다, 수행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냥 웃음으로 넘겼습니다. 다 인연의 소치이지요.”

고운사 고금당선원, 해운정사 금모선원 등에서 참선 수행한 스님은 천년고찰 안동 서악사, 법룡사 주지, 금정암 주지 등 공사찰에서 소극적으로 전법하다가 본격적으로 도심포교의 큰 원력을 세운 계기가 있었다.

“지금부터 10여 년 전 중증의 뇌하수체종양을 앓게 되었습니다. 몇 년 동안 병의 원인도 찾지 못하고 생사의 경계를 오갔지요. 다행히 명의를 만나 수술하여 목숨을 건졌습니다. 완쾌되고 나서 1년 후 새 생명을 주신 부처님께 ‘부처님께서 주신 삶을 오직 부처님께 바치겠노라’고 서원하였습니다.”

스님은 안정적인 경북의 공사찰 주지소임을 미련 없이 던진 채 단신으로 서울로 올라와 도심포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도심포교는 녹록치 않았다. 서울 역삼동에 혜등선원 개원, 선원장으로 대중의 마음문을 밝혀주다가 몇 년 만에 문을 닫았다. 회의도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께 바치는 삶이 꼭 도심포교여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일본이나 태국에 가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저도 그 두 나라의 사찰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그 나라들은 우리보다 몇 백 년 전에 서양문화가 전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절대 다수가 불교신자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와 그 두 나라의 국민성이 달라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 답을 사찰의 위치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 나라는 대다수의 절이 동네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교리와 종교성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중생들의 삶과 함께하며, 늘 그들과 소통하며 기쁨과 슬픔을 나눌 때 종교의 생명력이 있는 것이고, 종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스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찬동한다. 나 역시 부처님 법을 전하는 도심포교당이 있었기에 학생 때 부처님 법을 가슴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지, 산속에 숨어 있는 절로 찾아다니지는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부처님 법이 세상 어느 종교와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집 밖에만 나서면 이웃종교의 상징물이 시야를 가리고 있지 않은가.

스님은 온 마음, 온 힘을 기울여 도심포교의 현장을 지켰다. 재단법인 연화 의정부불교포교원장과 의정부 용주사 주지를 역임하였다. 의정부시장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경기경찰청 정신교육 강사, 육군 제26사단 종교안보교육 강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의정부 포교에 열정을 바쳤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스포츠조선 ‘2011 혁신한국인 종교부문 대상’, 스포츠동아 ‘2011 신지식인 종교부문 대상’, ‘스포츠서울 '2011 이노베이션 종교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의정부에는 포교당도 많고 절도 많습니다. 운정 신도시에 절이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안타까워 이곳에 포교당을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파주는 지역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더 나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여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갑자기 파주와 인근 일산 지역에 사는 불자들이 부러워졌다. 시대와 소통하는 열린 정신을 가진 스님이 일구는 정법도량 운정사의 빛나는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운정사에서 경전 공부를 하고 참선 수행을 하고 봉사 활동을 통해 부처님으로 탄생할 불자들의 행복한 모습이 벌써부터 아른거린다. 새봄의 생기발랄, 새 희망의 노래가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있겠는가. 

 

   

민족사 주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월간 <법륜>, <현대불교>, <불광> 편집부장, 불교시대사 편집기획위원을 역임했다. 엮은 책으로 『행복해지는 습관-정무 스님의 세상 사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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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 2013-03-13 09:18:33
내가 불자라고 내색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도심에 우뚝세워진 운정사, 당당히 내공의 힘을 길러주시는 스님~ 운정사의 기품이 자랑스럽습니다. 거사들도 쭈삣거리지 않고 절 문턱을 드나들 수 있도록 스님께서는 하실 수 있습니다. 열심히 불자의 길을 가겠습니다.

김제희 2013-03-13 09:04:41
도심포교가 서원이라하신 스님께서 드뎌 운정 신도시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파트를 울타리 삼아 당당하게 자리잡았군요. 축하드립니다. 심신의 의지처로 불자들이 한 분, 두 분 입소문으로 삼삼오오 법당을 찾아가리란 확신이 듭니다. 성오스님 힘내세요~~~~~

井漢水 2013-03-13 04:25:50
사기순님 반갑습니다.운정에 다녀가심도 몰랐는데.이렇듯 운정사의 미래를 밝혀주심에 감사 _()_ 힘이되는 기사를 실려주심에 용기가 절로 납니다,새로운 불교 창의적인 미래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불교의 불모지 운정에서 부처님의 전법 향기가 널리 퍼질수 잇도록 저 역시 보살행에 힘을 기울이겠습니다.감사합니다.

이정한 2013-03-13 04:11:07
현실적인 불교의 미래입니다.
새로 태어난 운정사의 기쁨과 같이 도심포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입니다. 과거는 산중 옛것을 복원하는 불사였다면 이젠 사회속에서 소통이 절대 필요한 불교포교의 현실입니다 모든것이 대량생산적인것에 비해 불교는 늦은 감이 들정도로...운정사 미래의 행복도량을 이루겠다는 주지스님의 무한한 원력을 환영합니다.

보리울 2013-03-12 05:24:19
신도시는 많이 생겼는데 절은 없고 교회만 생기니 불교의 미래가 과연 있을까 걱정됩니다.성오스님과 운정사의 큰 발전을 기원합니다. 거기 사는 불자들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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