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탓 말고 게으른 자신 돌아봄이 해법
쓴소리 탓 말고 게으른 자신 돌아봄이 해법
  • 조현성 기자
  • 승인 2012.12.27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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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든 비판 섭수했을 때가 진정한 큰스님 선양

청화사상연구회의 보광 스님 기조강연 누락 사건으로 찬양 일변도인 문중의 어른스님 선양사업의 문제점이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런 풍토가 계속된다면 건전한 토론, 상생ㆍ화합하는 소통은 기대할 수 없다. 권력ㆍ문중에 순응하는 눈치만 남을 뿐 비판은 사라져 결국 불교는 쇠망하고 만다.

이번 사건은 <불교평론> 사태와 닮았다.
경허 스님을 폄훼했다는 윤창화 대표(민족사)의 글과 청화 스님을 악의적으로 비판했다는 보광 스님(동국대)의 글은 본질적으로 같다. 하나는 한국불교 중흥조, 다른 한편은 한국불교 대표 수행승의 권위에 글로써 도전한 까닭이다.

한국불교는 권위적ㆍ편의적이다.
주최 측의 권위적ㆍ편의적 의사결정 방식이 사건을 촉발시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최 측의 의도에 반했다는 이유로 하나는 폐간되고 다른 쪽은 누락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자르고 없애고 끊어내면 그만이라는 살벌한 풍토가 자비 문중에 만연해 있다.

한국불교는 유독 비판에 취약하다.
권력ㆍ문중에 거스르는 소리는 내선 안 되는 구조다. 한마음, 한 목소리 그것을 미덕인양 착각하고 산다. 승단은 물론 언론까지도 누구 하나 다른 소리를 낼라치면 장군죽비가 날라 온다. 단음만 내려고 하지 화음은 모르는 게 한국불교이다. 

비판은 누구에게나 뼈아프다.
한국불교는 쓴소리를 들으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다. 그래서 쓴소리를 없애려 한다. 수행자가 싸워야할 것은 정작 자신임을 망각한 채 쓴소리를 불편해하는 자신을 위해 싸운다.

종교계가 권위로 팽배한 모습은 가장 경계해야할 위기이다. 권위주의에 매몰된 집단은 성찰을 게을리 한다. 권위주의에 매몰된 자는 발전의 기회를 차단한 채 스스로 무너진다. 한국불교가 그렇다.

비판도 섭수해야 진정한 선양사업이 된다.
선양사업은 찬양만 하는 것으로 완성될 수 없다. 밑바닥에 남은 한 톨의 비판까지도 끌어내 그것에 촘촘히 대비하는 것이 선양의 완성이다.

정도전의 <불씨잡변> 같은 거센 비판마저도 이겨낼 수 있어야 한국불교가 튼튼해진다. 이 시대에 삼봉이 온다면 누가 그와 대적하겠는가? 지금의 한국불교 수준으로는 “너 고소!” 혹은 “너 발표하지마!” 외 반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후학은 스승보다 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죽어서 좋은 것은 세간의 시비에 일일이 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죽은 자는 죽었기 때문에 아무리 억울해도 항변할 수 없다. 때문에 후학은 스승의 입을 대신하기 위해서 분발해야 한다.

제자로서 스승을 올곧이 선양하는 길은 스승을 뛰어넘을 만큼 큰사람이 되는 것이다. 스승을 뛰어넘으려면 스승에게 날라 오는 비판을 자기 공부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불찰이 있다면 윤창화ㆍ보광 스님이 보다 비판의 수렁에서 큰스님을 학문적ㆍ이성적으로 건져내지 못한 태만한 문도회에게 더 큰 불찰이 있다.

경허ㆍ청화 스님 성인 반열 오르려면.
학자의 쓴소리 하나 섭수하지 못할 만큼 경허ㆍ청화 스님이 보잘 것 없는 인물이었던가. 선지식 가고 난 자리는 법손이 대신한다. 큰스님 덕에 유복한 문도들이 스승의 은혜를 갚는 길은 비판을 틀어막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스승의 사상을 담금질해 대중에 회향하는 것이다.

지금같이 작은 쓴소리 하나 지켜보지 못하는 편협함으로는 두 번 다시 원효 같은 선지식은 만날 수 없다.

살불살조(殺佛殺祖)의 참 뜻은.
단하천연 선사는 추위에 떠는 대중을 위해 목불을 장작 삼아 불을 지폈다. 우리가 우러르는 큰스님이 목불은 아닌지, 엄동설한에 떨면서도 우리는 목불만 끌어안고 허송세월 보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어쩌면 윤창화 대표가 경허 스님을 욕보이는 것이, 보광 스님이 청화 스님을 악의적으로 비판한다는 것이 목불을 장작 삼아 불을 지피는 보살행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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