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가까운 정체성 확립이 우선 과제”
“해체 가까운 정체성 확립이 우선 과제”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2.11.19 17: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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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선 스님, 조성택 교수 보다 종단 현실 비관
15일 교육원 주최 ‘대승불교 세미나’서 지적

“조계종은 대승으로 확장되어야 하지만, 현재 조계종이 지닌 선종정체성은 정당하고 올바르며 바람직한 것일까? 해체에 가까운 자기혁신을 통해 새롭게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조계종 전 불교중앙박물관장 흥선 스님이 지난 15일 조계종 교육원이 개최한 ‘대승불교 세미나’에서 조성택 고려대 교수가 “조계종의 선종으로서의 자기정체성은 이제 ‘대승’으로 확장 연장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이 같이 주장했다.

조성택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구현해야 할 한국불교의 모습’이라는 주제의 발제문에서 “조계종이 ‘선종’이라는 ‘선명한’ 그러나 협소한 자기정체성을 확장해 한국불교의 제종(諸宗)과 오늘날 한국불교인들의 다양한 관심을 다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선종’에서 ‘대승불교’로 조계종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택 교수 “선종은 빼기, 대승은 더하기”

또 조 교수는 선종과 대승의 현실적 관계를 ‘빼기 선종’과 ‘더하기 대승’의 정체성으로 구분했다. 그는 조계종 정체성 논의를 △조계종의 한국불교계 위상으로 볼때 ‘대승불교의 전통성’에 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 △종명이 표방하는 선종의 정체성이 ‘대승’이 되는 아니다 △따라서 선종의 정체성을 대승으로 확장해야 하며, ‘선종’과 ‘대승’의 정체성은 ‘대립’이 아닌 ‘확장’과 ‘연장’의 동심원적 관계에 놓인다는 것으로 압축했다.

조 교수는 조계종의 문제를 △깨달음 지상주의 폐해 △‘과거’에 유폐된 한국불교의 과거와 미래 △근본불교의 허구성 △교리와 지식 중심의 불교신행 등으로 제시하고 이의 개선을 주장했다.

그는 ‘불교역할론’의 관점에서 현대사회에 구현할 불교의 바람직한 역할을 △과잉욕망 시대와 단순·소박한 삶의 실천(문명비판 교사) △분쟁의 시대와 화쟁정신(화쟁의 실천) △정치적 각성과 역사의식(시민보살의 양성) △환경과 전생명적 연대의 실천 △수행의 일상성과 심성의 복권 등으로 제시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흥선 스님은 조성택 교수가 지적한 4가지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공감하면서도 “사실 이보다 조금 더 비관적”이라고 조계종 현실을 꼬집었다.

흥선 스님 “대부분 수행자 깨달음 무관한 안일한 삶”

그는 “깨달음 지상주의라고 하지만 깨달음을 향해 간절하게 매진하고 있는 수행자가 얼마나 되는 지 잘 모르겠다”면서 “대부분 수행자는 ‘깨달음’ 그늘 아래서 ‘깨달음’과 무관한 안일한 삶을 살거나 ‘깨달음’을 구명도생 방편으로 사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흥선 스님은 “과거를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무척 회의적”이라며 “과거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참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근본불교의 허구성’을 지적한 부분에 흥선 스님은 “초기불교에 오해가 있더라도 알려는 노력이 활발했으면 좋겠다”면서 “초기불교 관심은 종단으로 보면 극히 일부에 국한된 것이고, 종단 구성원 대부분이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자기와 아무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바라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스님은 조 교수의 ‘교리와 지식 중심의 불교신행’ 문제지적에 더 날선 비판을 했다.

흥선 스님은 “교리와 지식중심의 신행 역시 문제는 문제지만, 일단 교리와 지식만이라도 정확히 이해하고 공유했으면 좋겠다”면서 “의지와 노력을 통해서가 아닌 대충 들은 풍월로 알고, 생활에서 저절로 알게 된 부정확한 교리와 지식을 주변에 확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화쟁 ‘원칙있는 다툼·갈등 조정, 중재’ 원칙과 기준은”

 문제 의식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조계종 현실이 더 문제라는 게 흥선 스님의 시각이다.

흥선 스님은 조성택 교수가 제시한 한국불교의 바람직한 역할을 긍정하면서도 ‘화쟁의 실천’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조성택 교수는 “한국사회의 분쟁과 갈등의 조정자로 불교 역할이 매우 크다”면서 화쟁의 현대적 의미를 ‘공존과 ’상생‘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 실천으로 규정했다.

이에 흥선 스님은 “화쟁이 소통을 통해 다툼이나 갈등의 조정이나 중재라면 거기에는 어떤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면서 “원칙과 기준은 불교인의 관점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합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쟁을 ‘원칙있는 다툼과 갈등의 조정이나 중재’라고 이해한다”면서 “원자력 발전이나 ‘4대강 살리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많은 분들에게 어떤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화쟁을 실천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고, 구체적인 현안에서 화쟁은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 지 설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성택 교수는 “화쟁은 ‘결과에 대한 철학’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하지만, 화쟁은 ‘과정, 즉 프로세스(process)로서의 철학’이며, 강정마을에서 보듯이 각장의 주장이 맞기도 하고 다 아니기도 한 ‘개시개비(皆是皆非)의 문제로 화쟁의 기준을 결과에 두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흥선 스님은 ‘시화호’를 예로 들어 “시화호 공사를 통해 바다를 막아 땅으로 만들었는데 당시에도 논란은 있었다. 세월이 흘러 논란은 사라지고, 잘못된 공사라는 결론이 났다”면서 “불교인의 관점에서 올바르게 방향을 정하는 것이 화쟁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멀지 않아 드러날 문제에 그때그때 불교가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발언을 해야 한다. 불교 가치에 맞는 길을 제시하는 게 화쟁의 참 의미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퇴휴 스님 “기본교육기관 일원화, 결단 내려야”

도법 스님(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은 한국불교의 희망과 미래는 “21세기에 맞는 원융무애한 본래부처의 세계관과 구세대비의 실천론인 대승불교를 창조해야 한다”면서 “선사·율사·강사·주지·비구·비구니·이판사판·출가·재가 모두가 자기현장에서 본래부처 행자로 생활하고 역할하는 대승불교보살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퇴휴 스님(전 교육부장)은 종계종도의 정체성 확립과 양질의 인적자원 양성을 위해 기본교육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면서 승가교육기관의 주체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대판 율장인 종헌종법에 율장정신을 충분히 반영하고, 종헌을 낭독하는 포살을 진지하게 논의하자는 주장도 펼쳤다. 다양한 경력과 경험이 반영되고 사회의 자격증과 다양한 학위도 반영할 수 있는 승가고시 평가기준 마련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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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2012-11-20 16:35:24
혜민스님경우는 100만권 팔린 출판문화계 거물이니까 패러디 대상이 됩니다(긍정적 패러디)
반면 화엄사 땡초 성추행은 백번천번 지탄받아 마땅한 파렴치한 짓입니다(부정적 패러디)

종교인들은 패러디 대상에서 제외 되어야할 성역인가요?
코메디에서 정치권력 희화화하고 놀려먹는 것이 대중의 권리인데
거기서 종교인들만 빼달라?하는 것은 웃기는 거죠.

왜 일케 심각해? 자비의 종교라면서 털끗만치도 패러디하면 죽음??

껄껄 2012-11-20 14:04:21
특히 케이블 방송사 TV n의 코미디 빅리그에 등장하는 혜민 풍자 캐릭터를 비롯한
성희롱성 소재에 등장하는 승려 비하는 불교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듯.
지난 토요일 같은 방송 SNL(캐이블 시청율 최고)에 등장한 전남 구례 모사찰 승려의
성희롱을 풍자한 대화는 자막으로 큼지막하게 표시되기도 했죠.
"신도를 성희롱한 승려가 있는 전남 구례 사찰 뒷편 땅 천평"을 물려 준다는 내용.
이런 폄훼가 계속될텐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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