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은 하나하나씩 비교 분석하면 별로 차이가 없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보편가치를 먼저 다져야 한다.” -존 허드 이코모스 자문위원장.
“사찰들은 문화유산의 안전뿐만 아니라 불교의 고요함까지도 위협하는 관광개발이라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 불교와 문화유산 양측에서 역사건축물 재건ㆍ복원에 따른 논쟁과 문화유산의 원형 유지와 불법 홍포의 필요성에 따른 모순 속에서 균형을 맞출 방안이 필요하다.” -구오짠 이코모스 부회장.
“불교는 일상생활과 문화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유산등록이 어렵다. 불교가 불교 자체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와 불교 어느 것이 우선인지를 결정해야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하다. 불교의 중요성과 건축 중요성은 다를 수 있다.” - 노부코 이나바 교수.
“불교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는 사찰과 지역사회의 관계가 중요하다. 문화적 경관은 모든 장소에서 불교가 전파했던 역사를 잘 보여준다.” -바수 포샨얀다나 이코모스 태국위원회 사무총장
#7개 사찰 연속등재 신중 접근이 대세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이배용)는 지난 22일 양산 통도사에서 ‘한국의 전통사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행사는 통도사, 법주사, 선암사, 마곡사, 봉정사, 부석사, 대흥사 등 7개 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국가브랜드위원회가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전통사찰의 세계문화유산 연속 등재의 도움을 받고자 마련됐다.
자리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 전통사찰의 세계문화유산 연속등재를 위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 발제자 별도기사)
행사에는 흥선 스님(불교중앙박물관장), 존 허드(John C. Hurd)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자문위원장, 김상현 교수(동국대), 구오짠(Guo Zhan) 이코모스 부회장, 노부코 이나바(Nobuko Inaba) 교수(일본 쓰쿠바대), 바수 포샨얀다나(Vasu Poshyanandana) 이코모스 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봉열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토론에는 이혜은 교수(동국대ㆍ이코모스 한국위원장), 이상해 교수(성균관대ㆍ前 이코모스 한국위원장), 정우택 교수(동국대), 장징핑(Zhang Zhiping) 前 중국문화재연구소역사기념물 유적보전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세계유산은 세계유산협약이 규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서 그 특성에 따라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한다. 세계유산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갖고 있는 부동산 유산이 대상이다.
#보편적 가치는 개별국가 아닌 국제적 개념
존 허드 자문위원장은 주제발표 ‘세계유산,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불교사찰’에서 “세계적으로 불교사찰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동남아시아에서 진행되는 유산등재는 자연상태에서 보편가치를 찾았다”고 조언했다.
허드 자문위원장은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는 세계평화와 이해관계에 연관돼 유럽학자들을 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보편가치는 한 국가가 아니라 국제적이어야 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얼마나 실제적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유산 협약은 가치평가와 등재 기준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남긴 건축물에서 역사를 거쳐 진화해 온 철학적 자취를 도상을 통해 실질적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오짠 이코모스 부회장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중국의 불교유산’을 통해 “원형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세계유산등재 불교 유적은 둔황 모가오 동굴, 포탈라궁, 다쭈 암각화, 룽먼ㆍ원강 석굴, 우타이산 등이다. 복합유산에 포함된 불교 유적은 어메이산과 타이산, 세계유산 가운데 불교유산이 포함된 경우는 루산국립공원과 항저우의 시후호 문화경관 등이 있다.
#불교유적 개별 등록 고집하지 말아야
노부토 이나바 교수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불교유산’에서 호류지 지역이나 사원 정원 등 고고학적 가치에 사원ㆍ사찰 지역이 포함된 것은 불교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아니라 고대 수도를 중점적으로 등재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세계유산 가운데 불교유산 개별 등록이 아닌 역사적 중요시기를 반영하는 연속유산 등재의 예는 ‘닛코의 산사와 사찰’ ‘기이 산지의 영지와 참예도’ ‘히라이즈미-불교정토사상을 대표하는 사찰 정원 고고학적 유적군’ 등이 있다.
바수 포샨안다나 사무총장은 ‘인도의 영향을 받은 불교 유산 중 태국 및 동남아시아의 예’를 통해 “인도 보드가야에서 보리수 나무 접목 기술이 스리랑카에 접목되면서 불교건축의 중심지가 됐다. 그 건축 스타일은 무역도시와 동남아 행정중심지에도 영향을 미쳐 태국 등지에서 지역 고유의 스타일과 결합돼 불교건축 유산을 이뤘다”고 말했다.
바수 사무총장은 “태국의 불교건축 유산 가운데 몇몇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며 사원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세계유산 등재하려면 중국.일본 사례 적극 살펴야
종합토론에서 이혜은 교수는 “많은 회의를 거쳐 고심 끝에 선정했다. 연속등재를 추진 중인 전통사찰 7곳은 유무형 근간을 이루고 한국문화를 선도해왔기에 보편가치의 우선 기준은 ‘불교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해 교수는 “불교사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려면 중국ㆍ일본의 사례를 적극 참조해야 한다”며 “연속등재를 시도 중인 7개 사찰은 등재 관점에서 공동의 특성을 어떤 관점에서 부각시킬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문화유산의 경우 6개 등재 기준 가운데 어느 기준을 겨냥하느냐에 따라 비교우위를 찾을 수 있다”며 “보존ㆍ관리계획에 하나의 기구를 만들어 기준 주체 등을 우선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우택 교수(동국대)는 “세계유산 등재는 원형유지에 대한 바람이 우선돼야 한다”며 “중국 사례처럼 시설 등 변경 요구가 있을 때 유산 보전와 수행공간 가치 충돌 경우를 살펴야 한다. 사찰에서 이 같은 불편을 감수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정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 이후 7개 사찰이 엄격한 현상보존 중심의 보존관리 원칙에 동의할 수 있는가. 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할 것"이라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지적했다.
#뒤늦게 나선 한국...7개사찰 연속등재는 무리
발제했던 존 허드 위원장은 토론에서 “(연속등재에서의) 연속의 개념이 보다 명확해야 한다”며 “5개 사찰은 연속이고 2개 사찰은 따로 등재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구오짠 부회장은 “한국은 연속등재에서 후발주자로서 예외적 우수성을 앞세워 문화재로서의 불교사원을 부각하기는 어렵다”고 7개 사찰 연속등재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구오 부회장은 “연속등재가 어려운 것은 동일 기준을 7개 사찰이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데 있다”며 “관리ㆍ보존에서 협약 조건에 따라 동일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 연속등재라고 각각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부코 이나바 교수는 “연속등재를 하려면 (불교 독자적인 것이 아니라) 유교ㆍ토속과의 영향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봉열 교수는 “이미 정적인 세계유산으로 불국사가 등재돼 있다. 통도사가 단독으로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하면 다른 사찰의 등재기회가 줄게 돼 연속등재를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브랜드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7개 사찰의 세계유산 등재는 현재 연속유산으로 1년에 1개씩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전단계로 등재추천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