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연기법처럼 부정할 수 없는 진리
진화론, 연기법처럼 부정할 수 없는 진리
  • 성법 스님
  • 승인 2012.06.20 15:07
  • 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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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화론과 연기
요즘은 가히 신(神)들의 수난기입니다.

과학자들은 창조적 능력을 가진 신의 존재를 아주 요령 있게 천국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신은 지구에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져서, 교회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지경에까지 그 권위가 실추 되었습니다. 몇몇 신학자들은 ‘지적설계론’이란 용어를 만들어 신의 권위를 회복하려 하지만, 이미 승패는 나 버렸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지구만 유일하고 그것도 야훼신이 창조했다는, 고전적 신앙을 가진 과학자는 사이비 과학자로 전락해 버립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생명체는 세포단위로 한걸음씩 고등생명체로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다윈의 생각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과학 혹은 어떤 사상, 어떤 종교가 되었던 간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준엄한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확인을 거듭한 세계의 어느 과학자도, 중력이 있는 한 뉴턴이 잊혀 지지 않듯이 ‘진화’ 또한 먼 미래에 뒤집어질 이론이 결코 아니라는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붓다께서 깨달으신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는 연기(緣起)라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붓다께서 이 연기(緣起)를 ‘여래가 있기 전이나, 여래가 멸한 후라도 존재하는 진리’라고 말씀하신 것도, 제가 언급한 다윈의 이론에 대한 과학자들의 확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즉, 다윈의 진화론은 붓다의 연기법과 같이 ‘존재’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밝힐 수 있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라는 말씀입니다.

불과 200년 된 한 인간의 과학적 결실이 적어도 2천 년 이상 된, 우주와 모든 것을 창조한 신과 그 신을 숭배하던 종교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을 인정하지 않는 무신(無神)의 종교인 불교는 진화론의 사정거리 밖에 있다고 안심해도 될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제가 주제로 삼을 불교의 윤회를 진화론에 대비시키기 위한 예비 작업으로, 진화론이 도대체 왜 그리 중요하고 그 연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진화는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느 방향으로 흐를까에 대한 인간 지성의 최고의 개가입니다. 당연히 기존의 신의 창조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어떤 도전에도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삼아 남을 만한 충분한 하드웨어를 갖고 있습니다.

근래의 진화론을 이끄는 사람은 ‘이기적 유전자’란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와 ‘지식의 대통합(통섭)’이란 명저를 낸 에드워드 윌슨이 대표적입니다.

도킨스는 진화생물학의 대가이고, 윌슨은 사회생물학의 대가입니다. 부연 설명하자면, 둘 다 진화론의 절대적 신봉자이지만 진화의 과정과 영향력에 관해서는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도킨스는 진화의 원천은 생명체의 변화된 DNA가 결정적인 변수라고 주장하지만, 윌슨은 그 DNA의 변화를 유도하는 환경과, 진화하는 생명체는 사회라는 생명체가 속한 집단과 의식이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두 천재들이 불교를 알아, 인(因)은 같지만 연(緣)에 따라 그 과(果)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지금의 진화론자들도 양분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진화론은 생명체의 자기 위치와 정체성을 명확히 해준다는 점에서 종교에 버금가는 신뢰성을 얻고 있습니다. 불교 역시 중생들(모든 생명체)의 자기 위치와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진화론에서 인간이 가장 발전된 생물이라고 결론하듯, 불교 역시 인간만이 성불할 수 있는 존재로 가장 귀한 생명체라 선언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진화론과 불교가 같은 ‘진화’를 해 왔습니다.

과학의 범주인 진화론에 대한 설명은 이쯤해도 다 이해 하시리라고 믿고, 이제부터는 불교의 생명관 중 핵심으로 자리한 윤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윤회는 업과 더불어 붓다시대 이전에 이미 인도를 비롯한 몇몇 문명에서 믿고 이어져 내려온 사상입니다. 지금은 윤회를 6가지로 구분하는 것이 정형화 되어있습니다.(천수경에서는 지옥, 아귀, 수라, 축생 4가지만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 이렇게 6가지의 세계를 업에 따라, 번갈아 가며 몸만 바뀐다는 것이 윤회입니다.

붓다가 입멸하고 직계제자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불멸 후 약 100년 쯤 붓다의 가르침을 기록한 가장 오래된 ‘숫타니파타’란 경전 모음집에는, 생명체의 6가지 사이클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물론 윤회라는 말도 거의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다음 생’ 혹은 ‘하늘 나라’ 또는 ‘나쁜 곳’에 떨어진다 정도의 원론적인 표현만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윤회를 6가지로 분류한 이유를 추론해 보았습니다. 지옥과 천상은 이미 오래전에 가정되었을 겁니다.

아귀, 축생, 수라는 각각 굶주림과 인간의 부림으로 받는 고통과 자기 인식이 부족한 존재로 직접 확인했을 것이고, 수라는 끊이지 않는 분쟁과 전쟁을 연상시키고 있습니다.
결국 6가지의 윤회는 인간의 집단 생활의 오랜 경험으로, 가장 직접 유추해 낼 수 있는 살아서 확인 가능한 세계인 셈입니다.

이제는 다시 압축해서 본질적인 문제를 거론하겠습니다. 윤회는 사람이 짐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고, 짐승이 다시 사람으로 태어 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려면 십선업(10善業)을 닦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런데, 축생인 개나 돼지, 소가 어떻게 선(善)한 공덕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윤회에 포함되는 짐승의 범주는 개, 소, 돼지, 닭, 모기, 바퀴벌레, 지렁이.... 어디까지로 해야 합니까?

윤회가 붓다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최고의 확고한 말씀이었다면, 용수의 중론이나 세친의 유식등 논사들은 어째서 윤회에 대해 한마디 명쾌한 언급도 하지 않았을까요? 더욱 사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철학적 논쟁을 몇 백년 동안 지속한 부파불교의 논사들은 ‘어디까지’가 윤회에 해당된다는 논쟁만은 의도적으로 피한 것일까요?

진화론에서 보면 윤회는 개가 죽으면 진화하여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진화론을 믿지, 이런 식의 윤회는 붓다의 가르침에서 벗어난다고 단정합니다.

붓다는 기존 바라문들이 믿던 업과 윤회를 부정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전생의 바라문이 현재의 바라문으로 태어난다는 것에 대해, 붓다는 ‘인간은 과거의 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결정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사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 하셨습니다. 붓다는 업과 윤회라는 ‘정해진 틀과 운명’에 동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그 결과 붓다의 교단은 실제로 사성제 계급을 인정하지 않고, 오직 출가의 순으로 상하를 정했습니다.

붓다는 업과 윤회에서 떠나야 하고, 오로지 ‘연기’만이 진리라고 누누이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업(karma)과 윤회(Samsara)라는 단어를 전혀 쓰지 않으며 연기를 설명하셨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경전에 그러한 잔재가 남아있는 것은 아마 다른 언어적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붓다가 사용한 ‘업’은 바라문들이 사성제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악용했던 업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결과로 인간의 힘으로는 역전시킬 수 없는 당연히 수용해야 되는 것을 ‘업’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라 여겨집니다.

윤회 또한 성·주·괴·공으로서의 우주적 윤회라고 해석하면, 업과 더불어 미래에도 유용한 불교 용어가 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제 주장과 달리 기존의 윤회와 사후세계를 언급하는 사람들은 항상 티베트 ‘사자의 서’를 반박의 제일감으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그 책은 불과 300여 년 전에 티베트라는 한 곳에서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러니 그런 주장은 귀는 안경을 쓰기에 알맞게 진화해 왔다는 주장과 같습니다.

또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생과 사후의 세계를 인지하고 체험했다는 ‘사실’을 윤회의 실재의 사례로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윤회 살리기라면, 다른 종교에서 주장하는 모든 신비스러운 일들과 기적이나 예언등도 모조리 인정해주어야 공평한 것입니다.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과학에 의해 종교적 영역이 좁아지고는 있지만, 인간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존엄성이 버려지지 않는 한, 인간의 정신적 진화의 끝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한 붓다의 가르침은 더욱 간절해 질 수 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緣起)는 과학이 추구하는 현재의 현상(果)에 대한 원인(因) 규명이라는 점에서 목표가 같습니다.

사실과 현상을 망상과 집착을 떠나 있는 그대로 보자는, 불교 수행의 과정도 과학자들이 자신의 전공을 연구하는 마음자세와 유사합니다.그래서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간이 교육등을 통해 지적 능력이 진화해 나갈수록 불교는 인간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업과 윤회를 악용하여 승단의 배를 채우고, 신도들에게 신앙으로서의 의무감만 더해주고 정작 승단은 하나의 큰 이익단체가 되는 한, 불교의 미래는 결코 보장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불멸 후 500년~600년 만에, 한 단계 진화한 대승불교가 재가자들의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다시 2,000 여 년이 지났으니, 또 한번의 진화를 이루어 낼 때가 되었습니다. 대승으로의 도약적 진화의 주체는 재가불자였으니, 미래 불교의 진화의 주체는 대승마저도 망쳐가는 승가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래의 언젠가는 종교학 시간에 선생님은, ‘과거 불교란 종교는 너희들이 기르는 애완견이 재롱을 부려, 사람들을 즐겁게 한 것의 보상으로 사람으로도 태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라고 설명을 하고, 학생들은 그 소리에 웃음으로 화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용화사 주지 성 법
www.sejon.or.kr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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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3-07-24 11:54:34
좋은 말씀을 읽고 차분히 생각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면 다르게 이해하고,
남의 글을 보고 분노한다면 내가 부족한 것입니다.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오만과 편견만 늘어나는 요즘의 교육이 문제입니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고,
남의 틀린 글을 들추지말고
한 번 더 나를 생각하는 기회로 여깁시다.
성법 스님의 글을,
저 짧은 내용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마시고,
현 불교가 어마어마한 잘못이 있다하여도 들추지맙시다.

주접 2012-07-04 15:35:30
적멸님 악착같이 노력은 하셨는데, 한계가 보이네요. 정세근이 책에서 쓴 소개된 1~12 안 읽어본것 같고. 뽀인트는 진화론에 6도윤회는 뀌어맞추기 한계가있다는 말인데,그걸 인정 안하려고 딴소리만 했네요.

세존아카데미학인 2012-07-01 17:39:11
말씀 감사합니다.
성법스님께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하기에 겸손히 참고하겠습니다.
세존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을 원하시면 http://edu.sejon.kr/에 '적멸' 닉네임으로 가입신청하시면 됩니다. 출가,재가 밝힐 필요없고익명 필명 다 가능합니다. 이제 나가겠습니다.

적멸 2012-07-01 14:22:33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극단에서 극단으로 흐른다는 붓다의 가르침을 님을 통해 확인합니다. 동서양 공통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한 집단과 개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불교이외의 종교나 집단에선 깨달음에 이를 수 없고 불교이외의 가르침은 무조건 진리가 아니므로 배격하려는 태도 역시 비불교적이죠. 석가는 항상 지식인들에게 배우라 했거든요.앎에 대한 열린태도가 불교적임.다른 전통과 가르침에도 귀기울이길

적멸 2012-07-01 14:13:09
인간은 바다에 대해 단 5%의 지식만 가지고 있답니다.과학자들이 밝힌 내용입니다.빅뱅이론은 겨자씨만한 우주가 한순간 폭발해서 지금까지 팽창하고 있다 말하죠.겨자씨에서 무한한 우주가 나왔다는 말(과학자들의 주장)은 기적입니까 신비입니까 비과학입니까 과학입니까.경험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붓다처럼 침묵하는게 낫죠.미안하지만 우파니샤드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단순 제사 주술서이고 붓다 출현후 철학이 가미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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