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우리말 ‘때’는 시간의 어떤 점이나 부분을 말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때를 놓치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다. 파종해야 할 시기에 논밭에 곡식의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그 해 농사는 망치고 만다. 그리고 아무리 잘 가꾼 농작물도 거두어들일 시기인 수확기를 놓치면 쭉정이밖에 얻지 못한다.
선가에서도 “대중운력에는 죽은 송장도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빨리 빨리’가 우리의 문화로 정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옛 선비들은 벼슬의 길에 나아갈 때와 벼슬을 버리고 낙향할 때를 잘 가렸다. 그런 사람들은 뒷날 사화(士禍)에도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사화는 선비들이 정치적 반대파에게 화를 입는 일을 가리킨다. 특히 조선 중기에 사림 세력이 화를 당한 연산군 때부터 명종 즉위 연대까지 네 차례의 옥사를 말한다. 이른바 무오사화(1498년), 갑자사화(1504년), 기묘사화(1519년), 을사사화(1545년)를 일러 ‘4대 사화’라고 부른다.
최근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연이어 터지는 폭로로 인해 한국불교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지난 5월 18일 ‘승가공동체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 기구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 스님도 “지금이 어느 때보다 위기의식이 높다며 필요하다면 집행부가 종권(宗權)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5월 21일자 불교닷컴 기사)
또한 10명의 수좌들이 5월 22일 ‘부처님 오신 날 목 놓아 통곡하며’ 제하의 성명서에서 현재의 조계종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총무원장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박사건 이후 종권 다툼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뜻있는 스님들과 재가 단체가 모여 ‘청정성 회복과 정법구현을 위한 사부대중 연대 회의(약칭 사부대중 연대회의)를 24일 발족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5월 23일자 불교닷컴 기사)
한편 교구본사주지협의회의 스님들은 25일 오전 7시20분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 참회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종회는 오는 6월 21일 임시종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다. 사부대중 모두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방법에 있어서는 각 개인과 단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은 ‘집에 불이 난 상태’다. 그런데 중앙종회는 6월 21일 임시종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다. 그때까지 이 사건을 끌고 가면 이미 때가 늦다. 지금 당장 불을 끄지 않으면 안 된다. 불을 지른 놈이 누구이며, 무슨 의도로 불을 질렀는가 하는 것을 한가롭게 논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지금 당장의 급선무는 불을 끄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집은 다타버리고 재만 남게 된다.
무슨 위원회를 만들어 불을 지른 놈(동영상 촬영자)이 누구인지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뒷북치는 격이다. 물론 그것은 나중에 처리할 문제이다. 이번 도박과 관련된 당사자는 물론 그 관리 책임선상에 있는 고위직 승려들은 즉각 사퇴하고 불자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길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일정한 시기를 어기는 실기(失期)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실기(失機)로 이어진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왜냐하면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그러한 실례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94년과 98년의 종단 사태도 바로 사퇴해야 할 시기를 놓쳐 버렸기 때문에 폭력 사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해외 토픽에 승려가 몽둥이를 들고 난동을 벌이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었다. 참으로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목적도 바로 그와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지금 조계종은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제2, 제3의 폭로로 더 이상 망가지기 전에 ‘선사퇴 후수습’의 단계를 밟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명예는 물론 불교계 전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모르겠다. <주간한국>의 “해외도박 공금탕진 … 美에 처자식까지?” 제하의 기사와 <시사인>의 기사는 사실 여부를 떠나 그 당사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로 남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처음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해명하여 오해를 불식시키거나 참회하여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도 있었는데 그러한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기 마련이다. 그 허물을 드러내 참회해 버리면 더 이상 그 문제로 시달리거나 괴로움을 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참회해야 할 시기를 놓쳐 버리면, 그 다음에는 참회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최근 어느 국회의원은 남의 글을 표절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그 덕택인지는 모르나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했던 당사자는 그로 인해 8년 동안 긴 법정 다툼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결국 대법원에서 표절이 확실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참회할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참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매사에도 참회해야 할 시기를 놓쳐버리면 영영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릴 수 없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인간사이다.
지금 즉시 비상사태임을 선언하고 모든 종권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위임하고 현 총무원장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일괄 사퇴하고 새로 판을 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나중에는 참회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으로 악화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사퇴하고 물러난다면, 여기서 폭로는 중단될 것이며, 언론도 더 이상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총무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승려들은 이 절체절명의 시기를 놓쳐 되돌릴 수 없는 94년과 98년의 악몽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혼란의 기회를 틈타 반사 이익으로 한 몫 단단히 챙기는 부류도 있겠지만, 한국불교가 사회의 지탄이 되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보다는 낮지 않겠는가?
/ 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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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불교 사쿠라가 아니면 불교 쇄신이 아니라 불교 개혁을 해라
불교는 교리가 최고이니 땡중들 퇴출하고 불교사쿠라도 퇴출하고
불교를 개혁하여 썩어 있는 한국 종교의 희망이 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