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남한 사회의 여론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남한 사회의 여론
  • 불교방송이사장 영담 스님
  • 승인 2012.03.03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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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한반도 현안 브리핑 토론문
1. 한반도 정세의 규정 요인
2.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남한 국민의 의식
3. 6・15남북공동선언(2000년) 이후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4.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한 남한 종교계의 인식

1. 한반도 정세의 규정 요인

2012년 한반도 정세의 핵심 키워드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후 북한 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지만 현재는 ‘김정은 체제’가 매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시사주간지 ‘타임’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표지 인물로 하여 ‘북한이 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안정을 찾고 있으며 김 부위원장이 북한 권력층에게 체제 붕괴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이는 ‘김정은 체제’가 빠르게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증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북한의 한반도 전략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새로운 파트너가 된 ‘김정은 체제’에 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평가와 대응 방식에 따라 전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런데 현재 6자회담 참가국 중 5개국에서 올해 권력지형에 변동요인이 있습니다. 남한은 4월과 12월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연이어 치르게 되고 러시아는 3월에, 미국은 11월에 각각 대통령 선거를 치릅니다. 그리고 중국은 시진핑 부주석으로 권력 승계가 이루어집니다. 권력지형의 변화에 대한 예상은 능력 밖의 일이라서 언급할 수 없지만 소납은 권력이 교체되든 권력을 유지되든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각국의 지도자들은 급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새롭게 제시할 것이며, 이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납은 세속의 일과 거리를 두고 있는 수행자이다 보니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이 정도의 상식만 가지고 있을 뿐 6자회담 참가국들의 한반도 전략과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적 식견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납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 바로 남한 국민들이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것으로 한반도 정세의 일면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소납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을 소개하려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은 한반도 평화실현이 남북한 국민 모두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당연히 남북한 국민의 의사와 선택이 그 무엇보다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입니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외교는 곧잘 호혜평등과 인도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국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6자회담의 경우, 그간 상당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그 한계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상식’에서 보면 그리 새삼스런 일은 아닙니다. 소납은 결코 6자회담의 중요성이나 역할을 비판할 부정하거나 비판할 의도는 없습니다. 솔직히 그만한 식견도 없습니다.

그러나 소납도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6자회담에 대해서는 ‘본능적’ 느낌이 있습니다. 그 본능은 교육의 효과입니다. 남한 국민들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있습니다만 남한 국민들은 어릴 때부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약소국의 설움, 식민지의 아픔, 강대국에 대한 경계(警戒) 등을 배웁니다. 그래서 남한 국민들에게는 주변국들이 남북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과 남북분단 상황이 어떤 나라에게는 엄청난 이익이 된다는 점도 ‘상식’이 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남북의 정부는 그간 한반도의 평화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1972년의 7・4남북공동성명과 1999년의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의 6・15남북공동선언, 2007년 10・4선언 등은 그 결실의 상징이고 이 결실을 관통하는 기본정신은 자주와 평화입니다. 이러한 결실들에 어떤 정치・외교적 고려가 있던, 일부의 거부와 반발이 있던 이제 자주와 평화는 남북 국민들에게는 거스를 수 없는 통일의 기본원칙이자 신념이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적어도 남한 국민들은 자신들이 한반도 평화실현의 주체임을 분명하고 확고하게 자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면에서 보면 주변국들의 한반도 전략과 정책이 자신의 삶과 의지에 반할 때 적극적으로 NO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주변국들은 남한 국민들의 자각이 이미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올해 남한에서 잇달아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는 자각한 남한 국민들의 실제적인 힘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남한 국민의 의식

한반도 평화실현에 대한 남한 국민의 의식은 우선 ‘국가적 공동생활의 기본 질서를 정한 근본 규범’인 헌법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남한의 현행 헌법 전문에는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헌법은 군부세력의 집권기인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것으로 투표 당시 투표율 78.2%, 찬성율 93.1%로 그야말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제정되었습니다.(찬성율은 역대 6번의 국민투표에서 최고) 따라서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남한 국민의 기본원칙은 ‘미래를 위해 평화적 통일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해야 한다’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라는 남한의 국가기관에서 생산한 자료를 소개하겠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초당적, 범민족적으로 통일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자는 취지에서 설치된 대통령자문기구입니다. 헌법에 설치근거를 두고 있는 이 기구는 1981년에 처음 설치되었고 대통령이 대표인 의장을 맡고 있으며 국내외에 대통령이 임명한 1만4천여명00의 자문위원이 있습니다. 자문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다보나 기구의 성격은 친정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민주평화통일자문회가 친정부적 기구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이른바 보수와 진보 측간에 질문형식과 표본에 대한 입장 차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2009년부터 전국의 성인남녀 1천여명을 대상으로 ‘국민 통일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009년, 2010년, 2011년 3회 걸친 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대북 관련 인식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통일여론조사’는 2009년과 2010년에는 정책건의보고서에 내용을 게재하였으나 2011년에는 게재하지 않아서 언론을 통해 소개된 내용을 취합하여 정리하였습니다. 

 

[최근 3년간 ‘국민 통일여론조사’ 결과 분석표]

조사항목

조사결과(%)

2009년

2010년

2011년

북한에 대한 인식

포용하며 함께 살 상대

47.3

 

 

적이지만 함께 살 상대

30.9

 

 

대치하는 적

10.7

 

 

무관심의 대상

8.1

 

 

통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매우 중요하다

45.6

44.2

 

다소 중요하다

34.8

40.6

 

별로 중요하지 않다

17.1

14.9

 

통일의 필요성과 방법

통일은 하루 빨리

17.2

17.4

 

통일은 점진적

63.9

65.6

 

통일보다는 현재대로가 낫다

12.2

10.7

 

통일은 불가능

6.6

5.9

 

통일에 대한 재정부담 의향

의향 없다

50.6

47.6

 

의향 있다

49.4

52.4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견해

조건 없이 빨리 개최

 

28.7

 

북핵문제 논의를 전제로 개최

 

50.2

 

개최 불필요

 

12.4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

남북정상회담에 의한 해결

 

40.2

 

6자회담 등 국제공조에 의한 해결

 

39.6

 

한・미공조에 의한 해결

 

9.9

 

북미협상에 의한 해결

 

7.7

 

대북인도지원에 대한 견해

조건 없이 지원

28.9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을 때 지원

52.2

 

 

어떤 경우에도 지원 불가

13.5

 

 

북핵문제와 남북경협사업의 연계에 대한 견해

적극 찬성

 

15.9

 

대체로 찬성

 

55.8

 

대체로 반대

 

20.4

 

적극 반대

 

4.3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려 정도

매우 우려된다

22.6

 

 

다소 우려된다

49.7

 

 

별로 우려되지 않는다

23.6

 

 

전혀 우려되지 않는다

3.7

 

 

통일로 인한 비용과 혜택 비교

비용이 크다

 

 

70.6

혜택이 크다

 

 

28.4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많은 영향을 미칠 것

 

 

36.8

다소 영향을 미칠 것

 

 

47.1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14.1

통일 이후 발전하고 잘살게 될 것이라는 견해

공감 한다

 

 

52.5

공감 안한다

 

 

47.3

통일이 가져다 줄 이점

전쟁불안감 탈피

 

 

41.1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

 

 

17.1

통일민족으로서의 자부심

 

 

15.0

생활 및 활동영역의 확대

 

 

12.0

북한 정보 확대 여부

확대해야 한다

 

 

87.5

축소해야 한다

 

 

11.1

최근 3년간 ‘국민 통일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우선 남한 국민 10명 중 8명은 ▲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북한을 함께 살 상대이고 ▲ 그래서 통일이 필요하며 ▲ 남북정상회담과 대북인도지원이 통일의 여건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85%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며 70%는 남북경협 추진은 북핵문제와 연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통일의 속도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점진적 통일방식을 선호하고 있으나 통일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국민의 반수가 회의적이며 통일의 이점에 대해서는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17.1%) 보다는 전쟁불안감 탈피(41.1%)에 무게를 두고 있고 70%가 통일은 혜택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의 분석 결과를 보면 남한 국민들의 절대 다수는 ‘돈’의 문제와 상관없이 남북의 통일은 이루어져야 하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평화적 통일을 위해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북한을 설득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이 잘 나타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 남북정상회담(40.2%)과 6자회담 방식(39.6%)을 지지하여 미국 주도 방식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에 대한 남한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하나의 증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3. 6・15남북공동선언(2000년) 이후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소납은 남한에서 지난 정부와 현재의 정부 모두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고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도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세 분의 전현직 대통령에 대해 국회의정(議政)과 언론에서까지 ‘친북’ 또는 ‘반통일’이라며 색깔론식의 비판을 하기도 하는데 민주적인 국민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게 그런 식의 비판을 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겉으로 확인되는 결과만을 볼 때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차이는 지난 정부와 비교해 군사적 긴장이 훨씬 고조되어 있고 남북 교류협력이 거의 중단 상태라는 점입니다. 물론 2008년 7월의 박왕자 씨 피격사망사건에 이어 2010년 3월의 천안함 침몰사건, 2010년 11월의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예기치 못한 요인이 있기는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북한의 변하지 않는 본질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와 이명박 정부의 ‘강경압박’ 대북정책이 자초한 화(禍)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완벽한 정책이란 있을 수 없고 모든 정책에는 공과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과(過)에 대해서는 비판이 따릅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분명 ‘공’도 있습니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초점을 ‘과’에 맞추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퍼주기’라는 비판이 따랐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안주기’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안주기’ 대북정책은 그 기저에 ‘북한 붕괴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 붕괴론’은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자는 헌법 전문과도 어긋날 날 뿐 아니라 이에 근거한 이명박 정부의 ‘안주기’ 대북정책이 ‘북한 붕괴’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 마땅합니다.

무릇 관계 개선은 그 필요성을 더 크게 필요로 하는 측에서 발안(發案, Initiative)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남북관계사를 보면 긴장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킨 것은 언제나 남한 정부였습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면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북한 보다 남한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남한은 북한보다 가진 게 많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 변수, 즉 경제사정 악화, 주민불만 고조, 체제 혼란 등을 기대하며 ‘기다리기’ 대북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로 인해 결국 한반도의 상황 변화를 북한이 주도하게 되었고 이명박 정부는 돌발적 상황을 수습하기 바쁜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짚어보겠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전략은 그 목표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집권 초기에는 ‘비핵개방 3000구상’을 통해 북핵 우선 해결론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서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고 나서는 6자회담 재개의 조건으로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북한 사과론으로 전환했습니다. 상대방을 길들이려 했다면 상대방의 양보를 얻고서 압박과 제제의 강도를 낮추는 것이 상례인데 상대방의 강경 대응에 그만 기세를 꺾는 허세의 모양새가 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또한 ‘비핵개방 3000구상’은 북한을 길들이기는커녕 6자회담의 동력만 약화시켰고 이를 틈타 북한은 핵 개발전략을 플루투늄 방식에서 농축 우라늄 방식으로 변경하여 핵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는 향후 6자회담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그리고 남북경제협력을 전면 중단했지만 북한 경제의 총량적 지표는 악화되지 않았고 오히려 남북경제공동체의 기반을 중국에게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입니다. 광물자원과 인적자원은 기본적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북한경제 선점은 남북경제협력의 기회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미국과 더불어 G2로 불리는 초강대국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 이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은 남북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남북경제협력의 기회상실이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기’ 대북전략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아닌 ‘결과로서의 통일’을 목표로 합니다. ‘결과로서의 통일’은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가정한 것입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고 제재・압박의 수단과 체제 붕괴 이후의 흡수 시나리오만 필요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북전략은 설사 북한이 붕괴하더라도 엄청난 통일비용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비효율, 비경제적이고 국민들에게 통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도록 할 우려가 있습니다.

2010년 8월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통일비용에 대해 북한이 급격히 붕괴할 경우 순조로운 경제발전을 거쳐 통일에 이르게 되는 경우보다 7배의 통일비용이 더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2011년 ‘국민 통일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반수가 통일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70%가 통일은 혜택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의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은 국민들이 원하는 통일의 방향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한 남한 종교계의 인식

우선 남한의 종교인들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4월 12일에 종교지도자들이 모여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호소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호소문의 내용이 종교인들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한 듯하여 일부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경천애인’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도 못하고,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이웃 사랑과 이웃 섬김’의 삶을 제대로 살지도 못하며, 종교의 중심 가르침인 ‘화해와 평화’를 제대로 도모하지도 못하는 우리 종교인들의 잘못을 국민들과 정치 지도자들 앞에서 부끄럽게 뉘우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정부의 입장(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만 식량을 지원한다)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고, 우리 인류의 양심 상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사 위기에 있는 북한 동포들에게 인도적인 입장에서 식량을 지원할 것을 촉구합니다. 게다가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동포입니다. 그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그 어떤 정치적 이유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얼마 전 우리는 구제역으로 350만 마리의 생명들이 생매장되며 무참히 죽어가는 슬픈 현실을 보았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들이 그렇게 죽어가는 것을 볼 때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흐르는데 어찌 같은 사람이고 동포인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는 것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임과 동시에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며,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일입니다. 식량지원을 통해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 호소문의 내용에 나와 있지만 남한 종교인들에게 있어 생명을 살리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책무입니다. 그리고 남한 종교인들은 북한 주민들을 굶주림과 추위로부터 구호하는 일이 그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2011년은 북한의 식량난이 19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 시절보다 더 심각해서 ‘고난의 초강행군’ 시기라고 부를 정도라고 합니다.

소납이 북한의 식량난에서 특히 주목하는 점은 북한의 인구의 1/4에 이르는 610만명의 취약계층입니다. 취약계층은 5세 미만의 영유아와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임산부, 수유부, 독거노인, 부양가족이 많은 가구, 장기요양환자, 장애자 등을 지칭하며 텃밭 농사, 시장활동 참여 등을 통해 생존 수준의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일반 주민들에 비해 이들은 배급 이외의 식량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량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계층입니다. 더구나 이들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400만명이 식량수급이 가장 불안정한 북동부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북 식량지원은 긴급한 과제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상황은 타개되어야 합니다.

소납은 우리 종교계가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체제와 이념, 당파적 이해에서 자유롭습니다. 종교는 제1의 대회적 책무가 목탁이자 소금의 역할이며 평화와 정의, 인도주의는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절대 가치입니다. 그리고 종교단체들은 이미 사회복지사업과 사회봉사활동에 경험과 노하우를 충분히 축적하고 있고 단위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정된 재정과 운영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소납은 한・미 종교계의 협력은 바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에서부터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5월 남한에서 '종교계, 통일준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 자리에서 남한의 초대 인권대사를 역임한 박경서 이화여대 석좌교수께서 “종교만이 소통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서 “종교인이 대립하는 당사자(보수와 진보) 사이에 당당히 서서(between), 그리고 현실에 휘둘리거나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초극(beyond)하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는 ‘Between and Beyond’ 사고를 권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모쪼록 종교계가 'Between and Beyond' 사고를 갖고 꽉 막힌 상황을 타개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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