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지상파의 교양 프로그램 중 음식소개 방송의 모습이다. 음식은 생명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생명’의 훼손이 불가피하다지만 생명체를 단순 식자재로만 인식하는 사회현상이 그대로 방송에 투영된다.
사단법인 보리의 방송모니터링팀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간 지상파 TV(KBSㆍMBCㆍSBS)의 교양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한 ‘생명생태주의 시각에서 본 방송 모니터링’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방송모니터팀은 지상파 3사의 교양프로그램 중 음식소개가 포함된 ‘한국인의 밥상(KBS)’ ‘찾아라 맛있는 TV(MBC)’ ‘잘먹고 잘사는 법(SBS)’ 등 10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사단법인 보리가 지난 2007년 발표한 ‘생명생태적 방송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방송 전반에 퍼진 생명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작업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지상파 방송의 음식 프로그램은 몬도가네식이다. 음식과 생명을 일치하는 대전제는 없다. 신선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강조하려 살아있는 생명체를 서슴없이 죽이고, 토막 내고, 회 뜬다. 방송은 여과 없이 장면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리포터는 싱싱한 횟감에 호들갑을 떤다.
보리는 “식자재가 되는 동식물이 단순한 인간의 먹을거리가 아닌 또 다른 생명체임을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요리와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음식 관련 방송은 ‘몬도가네식’이다. 가장 좋은 평을 받는 <한국인의 밥상> 역시 육식 식자재만 등장하면 여느 방송이나 똑같이 실망스럽다.
방송에서 소개된 음식의 육식과 채식 비율이 거의 90:10이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중 31.7%가 비만이다. 2030년이면 국민의 절반이 비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방송은 육식 위주의 음식프로그램으로 이를 부추긴다.
푸짐한 양과 외식을 부추긴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교육비 부담보다 식생활비를 더 크게 느낀다. 불황의 그늘에서 회식 조장 프로그램은 위화감마저 조성한다. 외식과 푸짐한 양의 음식 조장은 음식쓰레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더 이상 푸짐한 양의 음식을 강조하는 것은 미덕이 아닌 시대라고 보리 측은 강조한다.
이밖에도 보리가 지적한 음식 방송의 문제는 ‘음식만 있고 음식문화가 사라진 것’과 ‘일회용 비닐장갑 사용과 일회용 컵 사용 등 환경위기 조장’ 등이다.
보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살인, 자살, 폭력 등등의 반생명적 사건사고들이 생명경시 풍조에서 비롯된다고 볼 때, 반생명 생태적인 방송행태는 이러한 사회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리는 “연출을 이유로 동물을 쉽게 수단화, 오락화시키는 동물프로그램에서도 동물이 인간과 똑같은 생명체로 본연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 ‘동물의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보리는 또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유기동물의 급증현상과 끊임없이 발생하는 동물학대를 막을 수 있는 첫걸음이며,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동물프로그램이 동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와 사람과 동물사이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방송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