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침묵’ 불자의 도리 아니다
‘폭력에 침묵’ 불자의 도리 아니다
  • 김자경
  • 승인 2012.02.03 09: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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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소년 폭력의 인과법...부처님 법으로 모범을
이번엔 아이들이 68세나 되신 친구의 할머니를 폭행했다. 겨우 15살, 중학생들이다. 그것도 친구 집 담을 넘어 들어가 할머니에게 심한 욕설과 협박을 하며 친구를 끌고 갔다.

아이들은 화가 나서 그랬다고 한다. 친구가 제 할아버지에게 고자질 해 혼이 났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가 친구와 놀지 말라고 훈계한 직후의 일이다.

아이들은 친구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주먹과 발로 때리고 대걸레자루와 우산으로 허벅지를 후려쳤다. 엉덩이에 라이터 불을 갖다 대기도 했다. 친구는 코뼈가 부러졌다. 그 와중에 한 아이는 여자 친구에게 영상 통화로 폭행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곤 피투성이가 돼 집에 들어가면 어른들이 폭행 사실을 안다는 이유로 사흘 동안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PC방 등으로 친구를 끌고 다니며 감금까지 했다.

친구는 자신이 매 맞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보면서도 친구들과 기절 놀이한 거라고 우겼다. 무려 3차례나 사실을 부인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어디 이 뿐인가? 빌린 돈 갚으라는 친구와 싸우던 고등학생은 "돈을 주지 않으면 어머니한테 이야기해서라도 받겠다"는 말에 갖고 있던 끈으로 친구를 살해했다. 그리고 친구 지갑과 휴대전화를 들고 달아나 PC방에서 게임을 했다.

옷을 사러 나온 중학생 4명을 폭행해 점퍼와 휴대전화, 현금 등 4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은 불법 대여한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동대문 일대를 다니다 지나던 학생들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게다가 한 편의점에서 20대 초반의 손님을 폭행해 운전면허증과 손목시계 등 3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도 있다고 한다.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는 청소년 폭력. 대체 그 위험 수위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최근 지상파 세 방송국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일부를 한시적으로 모니터링할 기회가 있었다. 음식 소개, 동물 관련 방송분을 “생명생태주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생명생태주의”란 뭇생명은 다 똑같이 존엄하며 중중무진의 인드라망처럼 서로 인연 지으며 존재한다는 입장이라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생각을 가다듬고 지켜본 TV는 먹고 또 먹고, 더 먹고, 더 잘 먹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노소를 가릴 것 없이 여자들은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를 위해, 남자들은 정력을 위해 반드시 먹어야만 한다고 쉼 없이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아침에도, 가족이 함께 모여 앉을 저녁 식사 무렵에도, 야심한 밤 시간에도.

그 숱한 먹거리를 소개하는 방식은 또 어떤가! 갯벌을 헤집어 낙지를 잡아내서는 꿈틀대는 녀석을 그대로 씹어 삼키며 맛 좋다고 소리친다. 다리 버둥대는 게를, 피조개를 단지 싱싱함을 보여주기 위해 등껍질을 쫘악 벌려대고, 낚시 바늘에 입이 꿴 참복어, 도다리를 두 손으로 꽈악 움켜잡고 힘이 이렇게 좋다고, 그러니 얼마나 좋겠냐며 입맛을 다셔댄다.

펄펄 끓는 매운탕 국물 속으로 꽃게와 낙지, 조개, 물고기들이 산 채로 처박힌다. 방금 전까지 꼬꼬댁 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닭은 어느새 산골오지에서 채취한 산야초 효능을 알리려 백숙이 되어 상 위로 오fms다. 움메움메 울음 우는 소 등짝에 초음파기를 갖다 댄 채 이 부위가 맛 좋은 등심이라고, 여기를 잘라내 보면 마블링이 기가 막힌다는 말에 군침을 꼴깍 삼켜댄다.

재주 많고, 말 잘 듣고, 예쁜 애완동물을 위해 닭백숙을 끓이고, 그 비싼 전복을 잘게 썰어 먹인다. 게다가 분명 개, 고양이건만 녀석들을 “우리 애기, 아들, 딸”이라 부르고 자신은 “엄마요 아빠, 언니, 누나, 오빠”라며 사람과 동물이 한 가족이라 강조한다.

이런 방송을 우리는 매일, 하루 서너 시간씩 접하고 있다. 별 생각 없이, 더러는 당연한 일로 여기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있질 않은가!

뜨거운 물 한 동이 버릴 때도 미물들 눈이 멀까 “눈 감아라, 눈 감아라” 염려한다. 사람 몫으로 한 알, 벌레 몫으로 한 알, 새 몫으로 또 한 알 이렇게 씨앗 3개를 기꺼이 같이 심었다. 바로 우리 할머니셨고, 할아버지셨다. 내 앞에 놓인 음식에 스민 천지만물의 은혜에 비해 내 부족한 덕행을 부끄러워하며 도업을 이루기 위한 약으로 알고 먹겠다고 식사 때마다 불자들은 지금도 <오관게〉를 외우고 있으면서 말이다.

적나라하게 공중파를 탄 그것은 분명 폭력이었다. 뭇생명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문득 혹시 그 대가를 지금 우리 모두가, 저 아이들을 통해 받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태중에서부터 아이들은 이런 방송을 보았을 것이다. 세상의 공기를 호흡하기 시작하면서는 더더욱 선명한 화면으로, 눈동자조차 깜박이지 않고 꼼짝 않고 TV 앞에 앉아 보았을 터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아이들 손에 온갖 중화기로 무장한 장난감이 들려있었고 청소년기로 접어들면서는 인터넷 게임을 드디어 접하게 되었으리라.

그러면서 마구 때려서 피가 철철 나도 다시 살아나는 TV, 게임 속 동물과 사람과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내가 당해도 전혀 아프지도 수치스럽지도 않았을 것이다. 총을 쏴대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이름도 모르는 첨단 무기들을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내 손끝에선 피 한방울 흐르지 않고 아무런 고통, 슬픔, 절망도 느껴지지 않았던 게임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커왔을 것이다. 공부하지 않고 딴짓한다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귀에 거슬렸을 뿐.

더 늦기 전에 불자들이 앞장섰으면 좋겠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행하면 될 것이다. 내 생명과 똑같이 소중하고 존엄한 뭇생명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불자들이 나서서 이야기 하고 뜻을 모아 잘못 된 점들을 지적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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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012-02-04 13:13:32
그러나 불자들이 앞장설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이 하는 것이야 괜찮겠지요.
그러나 불교계의 이름으로는 그렇게 못합니다.
불교내부의 문제도 심각하거든요.
자기 집안을 바로 하지 못하고 남의 일에 참견할 수 없음입니다.
우리 교계의 문제는 뭘까요?

저번에 도법승이 종정스님의 유시에 반발할 때, 문제점들을 제법 지적했습니다.
또 도법승 자신이 평화선언문을 냄으로써 불교내 사이비진리 소견이 있음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고요,
불교내 문제에 불자들이 우선 앞장서고 나서 남의 집 일도 앞장서야겠습니다.
그런 연유로 자경님의 제안은 아직 불자 개인으로만 행할 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위 문제로 돌아볼 바가 있습니다.
나 자신은 불자로써 잘못이 없는지, 진리를 명백하게 알지 못하고 사이비하게 알고 있지나 않은지, 이런 문제들이 있다면 불교계의 문제에 나서지도 못합니다.
내 문제도 해결안됐는데, 불교계 문제를 거론함이 말이 안되지요.
자신의 문제도 해결안된 이가 남의 문제를 고치려 들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분들이 나서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요즘 불교계내의 일들에 분노가 일어 곰곰히 분노하는 문제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고, 제 자신도 사이비한 요소가 완전히 없다고 단언할 수 없음을 알았습니다.
적잖이 같은 과였던 것이지요.
나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불교계의 문제가 형성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서야 나서면, 너무 자기적인 게 아닌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치가 그렇습니다.
자신이 문제가 있는데 나서면 사회에 해로움이 그만큼 있게 되지요.
그 잘못이 작고 큼에 따라 해로움도 작고 큰 것이니, 이것은 결국 자신도 죄지어 해치고 남도 해치는 것이 아닌가?
허물있는 이들이 안나서면, 역으로 그만큼 나빠지지 않는 것 아니겠나?
나서지 말아야할 자들이 나서서 엉뚱한 짓들을 하니, 방송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한 것이아닌가?
나설 사람을 밀어주고, 그들이 나설 때 그들도 좋고 세상도 좋은 것이다.
나설 자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나서게 하자.
그게 불교계를 돕고 세상을 돕는 일이다.
안나설 자가 나서고 그들이 나서면 그들도 안좋고 세상도 나빠진다.
그런 이들을 물러나게 하자.
이게 내가 할 일이구나, 이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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