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준비 중인 문수스님 선양사업?
아직도 준비 중인 문수스님 선양사업?
  • 유승무 교수
  • 승인 2011.05.30 10: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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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주기 맞아 환경 부패 불평등문제 불교계 솔선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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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1982년)의 주모자 중 한 명이었던 ‘고 김은숙 선배’의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1987년 8월 경, 5년 6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갓 세상에 나오자마자 다시 사상범 일제 검거령의 수배자가 된 ‘은숙’선배와 모 대학 앞의 조그마한 자취방에서 수배자 아닌 수배자 생활을 함께 했던 필자로서는 새삼 살아남은 자의 몫에 대한 상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마침 어제의 용사(?)들을 다시 만나기도 했거니와 ‘산자여 따르라’라든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를 흥얼거린 뒤끝이라 그 상념의 여운이 더욱 강하게 남아 있던 때였다. 바로 그 때, <불교닷컴> 기자로부터 문수스님 추모와 관련된 원고를 청탁받았다. 거절 하지 않았다. 아니, 거절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주저하였다. 지난해 이맘때쯤 황망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리고 그 이후 살아남은 자로서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데 벌써 문수스님 소신공양 1 주기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자각으로 인한 부끄러움이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잡초가 무성한 밭에는 곡식이 자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청탁에 주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 척박한 땅에서 이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듯 몇 글자의 나부랭이를 세상에 알리는 것밖에 없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 마지막 산골재가 열린 지난해 9월 7일 한강수상법당에 내걸린 문수 스님 현수막 옆에서 스님들이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2010 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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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매체에 따르면, 문수스님 소신공양 1주기를 맞아 종단에서는 지금 교계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추모사업과 선양사업을 한창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수스님 소신공양 선양사업 준비위원회가 주최가 되어 추모사업의 일환으로 부도탑 제막식(장소: 지보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교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준)와 공동으로 다양한 선양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특히 부도탑의 비문에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승려가 나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소신공양으로 통렬히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에 우리는 문수종사의 파사현정의 정신을 후학들에게 전승하고자 한다’라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고 하니, 종단의 대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 것인가에 큰 관심을 가진 필자로서는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이달 30일부터 진행되는 ‘생명과 평화 대화마당’이란 프로그램은, 문수스님의 유지 즉 4대강 사업 비판, 부정부패 척결, 불평등 해소 등을 잘 반영하고 있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적합한 발표자들을 섭외하고 있어서 선양의 의미를 충분히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점에서 종단내외 추모사업 및 선양사업과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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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주최의 명칭이 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직까지도 문수스님 선양사업회 준비위원회? 사족(蛇足)처럼 달린 ‘준비위원회’란 명칭이 눈을 피곤하게 하기도 하거니와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퀵 서비스란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신속한 서비스문화가 발달한 대한민국에서 그래서 한국인을 배달민족(택배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부르는 시대에, 문수스님 선양사업회를 준비하는데 왜 1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해야 할 일이 너무나 산적해 있어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1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려도 필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 명칭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징표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준비위원회’란 사족을 1년 이상 달고 살아야 하는 근거를 찾아보자. 필자의 과문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문헌적 근거에 따르면 지난해(2010년) 11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문수스님 소신공양 선양사업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이 문수스님 소신공양 선양사업 관련 최초의 시건(?)이자 마지막 일이다. 그렇다면 거추장스러운 꼬리를 달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난해의 첫 회의 이후부터 이번회의(2011년 5월 16일 문수스님 소신공양 선양사업 준비위원회 회의, 즉 사실상의 두 번째 회의)까지, 무려 반년 이상의 세월동안 아무 일도 진척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첫 회의조차도 문수스님 소신공양 이후 약 반년후의 사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답은 자명하다. 준비위원회란 명칭은 그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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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준비위원회’란 사족을 잘라버리고 문수스님의 유지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문수스님을 선양하는 길이자 살아남은 자들의 임무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문제는 ‘문수스님의 유지를 지금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현대사회의 현안문제 즉 환경파괴문제, 부정부패문제, 사회불평등문제에 대해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것이 문수스님의 유지였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전제이다.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구조에서 파생되는 갈등과 같은 사회현안은 모든 인간사회의 편재적 현상이라는 점 즉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유토피아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천년왕국운동에서 보는 것처럼 엄청난 폭력과 비극을 수반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전제이다.

이 두 가지 전제에 따를 때(혹은 종합할 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유지를 실천하는 길은 불교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현안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교계 언론에 따르면, 최근 종단에서 (가칭)사회현안통합본부를 설치하여 사회현안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단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구체화된다면, 문수스님 소신공양 선양사업을 이러한 노력과 연계시키는 것만으로도 문수스님의 선양사업은 ‘저절로 그리고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현안에 대한 개입으로 인한 종단의 정치적 부담도 매우 정당하게 최소화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한마디로, 문수스님의 선양사업을 사회현안에 대한 불교계의 대응(비록 그 일부라도)과 연계시켜 실천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문수스님께서 당신의 소신을 통해 하고자 했던 웅변이자 당신이 바라마지 않았던 서원(즉 당신의 소신이 불교의 대사회적 개입을 통한 중생구제의 밀알이 되기를 바랐던 무언의 서원)을 실현하는 길이자 살아남은 자들이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역사적 의미를 지금 여기에서 실천해 나가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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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원 2011-09-18 17:16:47
소신공양이 무었인지 나는 이해할수없다. 무조건 정부비판하고 불타죽으면 소신공양인가 아니면 그냥아무소리없이 불타죽으면 소신공양이 안되는가. 그 중심을나는 모르겟다. 공양은 누구에게 공양하엿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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