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 돌연 사퇴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 돌연 사퇴
  • 박봉영 기자
  • 승인 2011.02.22 10:36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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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야망 시기심 아상에 힘들었다"…승가에도 쓴소리

법정 스님의 뜻을 이어 맑고향기롭게와 길상사를 이끌던 덕현 스님이 사직의사를 표명했다. 법정 스님의 1주기 추모법회를 10일여 앞둔 시점이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은 20일 길상사 홈페이지에 사퇴의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덕현 스님은 '그림자를 지우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 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 스님 당신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스님은 길상사에 머문 시간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산중의 한거(閑居)에나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도심의 도량에 나앉아 너무 많은 일을 다뤄야 했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으며 너무 크고 복잡다단한 요구와 주문들에 끝없이 시달려왔다"며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멀고 가까운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심과 야망, 시기심, 그리고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의 고충과 충심을 헤아리지 않고 그 결정과 처신을 무분별하게 비판하고 매도하는 말들, 그 뒤에 숨은 아상(我相)들이었다"고 토로했다.

사퇴의 글에는 승가에 대한 쓴소리도 담겼다.

덕현 스님은 "승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세속의 현란한 물신풍조, 가치 혼란, 정보통신 기술의 방향없는 질주... 온갖 것들이 청정한 승단에 존폐의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세상의 정치발전 과정에서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않은 시스템들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고 우려했다.

스님은 "나는 맑고 향기롭게의 몇몇 임원들이나 길상사나 맑고 향기롭게 안팎에서 나와 선의를 가진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며 "이 무상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자각을 이룰 것"이라고 담담히 썼다.

덕현 스님은 불자들에게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과 소임을 다하며 묵묵히 구도의 길을 가자"며 "자리를 지키기에 안간힘 쓰기보다 흐름을 따라가며 자신의 일을 하면 된다"고 당부의 말도 남겼다.

 

그림자를 지우며

  길상사에 와서 지낸 지 두 해쯤이 되어가는 마당에 절을 떠나게 되었다. 

  길상화 보살님의 불심과 회주 법정스님의 고결한 정신이 깃든 도량, 현대의 도심 생활에 쫓기고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활로를 열어 주어야 할 큰 절의 주지 소임을 임기 도중에 그만두는 것이, 순수한 희망으로 배움과 수행의 길을 같이하려 했던 많은 어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생각하면 가슴이 몹시 아프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인연을 따라서 자신의 길을 가야하는 인생들이다.  우리 모두가 내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거룩한 승가공동체에서 다 같이 성불의 여정을 가는 존재들일지라도 눈에 보이는 세상의 길에서 우리는 그 누구와도 영원을 기약할 수 없다. 때론 만남과 공존의 기쁨에 젖고, 때론 헤어짐과, 같이 하지 못하는 슬픔에 좌절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무상의 이치요 생사의 줄거리이다.  옛 부처님도 이렇게 가고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도 언젠가는 다 이렇게 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스승의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 동안 여기 있었고, 지금은 설령 법정스님 당신이라 해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수행자다운 일일 것 같아 산문을 나선다.

  머무는 동안은 물론 스님의 원을 받들어 안팎으로 조금이나마 더 맑고 향기로운 가람을 만들려 했고, 화합하는 청정승가를 이루려고 했으며, 전법과 수행의 도량을 일궈가려 했다. 처음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적지 않은 반대와 온갖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법정스님의 뜻을 받들며 소신껏 노력하여 도량을 정비하고, 옛 모범과 시대적 요구 사이에서 중도적 통일을 꾀하며 사중 운영의 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하여 차근차근 틀을 다져왔다.  그 사이에 스님의 입적을 당했으나, 길상사는 스님이 남기신 유지를 그대로 지키기 위해 사부대중이 합심하고 성심을 다해 노력하여 도량 내외의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와 기대에 부응하였다. 

  그러나 사실 개인적으로는, 산중의 한거(閑居)에나 익숙한 사람이 갑자기 도심의 도량에 나앉아 너무 많은 일을 다뤄야 했고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으며 너무 크고 복잡다단한 요구와 주문들에 끝없이 시달려왔다.

  그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멀고 가까운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욕심과 야망, 시기심, 그리고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의 고충과 충심을 헤아리지 않고 그 결정과 처신을 무분별하게 비판하고 매도하는 말들, 그 뒤에 숨은 아상(我相)들이었다.

  승가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세속의 현란한 물신풍조, 가치 혼란, 정보통신 기술의 방향없는 질주......  온갖 것들이 청정한 승단에 존폐의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세상의 정치발전 과정에서 아직 충분히 진화하지 않은 시스템들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민주주의는 그 액면상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만일 그 성원들이 충분히 교육되고 정화되어 선의로 가득 차 있지 않으면 소수 탐욕과 이기적 야망을 숨긴 정치꾼들의 다수 대중에 대한 기만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공동체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성공적으로 지켜져 온, 그러면서도 가장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불교의 승가공동체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물론 부처님 가르침의 진리성이다.  그 진리가 우리를 일깨워 나 없음을 깨닫게 하고 무욕의 삶을 살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진리에 대한 귀의, 스승의 가르침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그 결실로서 우리가 누리는 진실한 자유와 행복이  무소유와 무집착의 수행자들로 이루어진 승단을 2600여년이나 지켜온 것이다.

  법이 있고 계율과 청규가 있고, 법을 먼저 닦고 이룬 스승들이 있으며, 소임과 직책의 수평과 수직관계가 가장 아름답게 짜여진 조직력이 있는 승가에 무엇이 부족하여 혹을 붙여 불구를 자초할 것인가?  종교공동체에 정치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순간 그 순수성은 흔들리고 오염되기 시작한다.

  가는 사람 말이 구구하면 안 되겠지만 내가 떠나는 마당에 진심으로 우리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과 소임을 다하며 묵묵히 구도의 길을 가자는 것이다. 자리를 지키기에 안간힘 쓰기보다 흐름을 따라가며 자신의 일을 하면 된다.

  어떤 사람도 영원히 한 곳에 있을 수 없고 한 자리에 머물 수 없다. 그러나 차지한 사람이 바뀌고 모든 것이 변화 속에서 흘러가도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 우리가 누구인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나는 맑고 향기롭게의 몇몇 임원들이나 길상사나 맑고 향기롭게 안팎에서 나와 선의를 가진 불자들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거의 없다. 이 무상의 흐름 속에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자각을 이룰 것이다.

 뜻을 얻으려 하는 자는 욕망을 버려야 하고 세상을 얻으려는 자는 자기를 비워야 한다.
 어서어서 무변의 봄꽃이 피는 마음고향에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시간이 지나며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갈라놓고 그대를 영원하지 않은 쪽에 집어던지기 전에......

2011년 2월 20일 덕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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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011-02-25 14:51:40
덕현스님 정말 맑고 청정 하셨습니다.
임기까지 못하심이 너무 아쉽고 가슴 아픕니다.
무슨일이 있었서 떠난건지?
잘못된것이 있다면 바로잡기를 발원합니다..()..

길상사 2011-02-23 16:31:55
덕현스님이 그래도 법정스님 제자 중에 가장많이
어른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갈 제자라는 평가들이 있습니다.

어른스님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
승가의 기본 질서인데
그 질서를 무너뜨리는 자
마땅히 댓가를 치뤄야 합니다.

덕현스님이 참다 참다 모든걸 버리고
그리 떠날 수 밖에 없었음을
철저히 종단은 조사 해 주시기 바랍니다.

.. 2011-02-23 00:31:09
청정한 수도승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무너져 가는것을
두고 볼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법정어른스님이 어떤분이십니까?
청정해야할 길상사가 맑고 향기로워야할 단체가
악 취가 진동을 한다면 법정어른스님의 명예를 더 럽히는 것이고
불교계에 큰 치욕으로 남을것입니다.

우리불교는 불자는 법정어른스님의 유지도 받들어야 하고 그분의 명예도
지켜드려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계총무원에서는 종단차원에서 이사건을 처음부터 명명백백하게 조사해서 밝혀주세요.
법정어른스님의 명예를 반평생을 수도에 전념해온 승의 명예를 지켜주세요
그래서 법정어른스님의 유지도 받들고 길상사와 맑고향기롭게가
청정한 도량으로 남아있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 2011-02-23 00:20:07
법정어른스님이 입적하신지 일년이되어갑니다.
법정어른스님은 우리 불교계뿐 아니라,
타종교및 사회적으로 추앙받는 큰 어른이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숨결이 깃든 길상사, 그리고 맑고 향기롭게는
어른스님이 떠나신뒤에도 청정한 도량으로 남아야 합니다.

생전 법정어른스님께서는 제자스님중 덕현스님을
길상사주지에 있게 하셨습니다.
그과정에서 먼저 주지스님인 덕조스님을 지지하는 신도들에의해
법정스님을 비난하는 행태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청정한 도량으로 남기게 하고픈 법정어른스님께서는
몸이 아프신중에도 어려움을 뚷고 덕현스님을 주지로 임명하셨습니다.

덕현스님은 스승의 청을 거절할수없어서 주지가 되셨습니다.
과정중 승으로서는 겪기 어려운 모욕을 당하면서도
스승님을 위해 참으셨습니다.

그리고 법정어른스님께서 입적하셨습니다.
곧 입적하신지 1년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덕현스님께서는 맑고 향기롭게 이사진들과의 마찰로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과 길상사주지를 내어놓고 갑자기 떠나셨습니다.

덕현스님을 길상사주지로 남게한것은 법정어른스님의 유지였습니다.
길상사는 법정어른스님을 기억하고 상징하는곳입니다.
맑고 향기롭게 역시 그렇습니다.

청정한 수도승을 자기와 다른다는 이유로 갖은 모함과 음해로
내어쫓는일은 있을수 없는일입니다. 더군다나 법정어른스님의
유언을 헌신짝버리듯 하면 세상이 우리 불교를 우리 스님들을
어떻게 볼것 입니까?

저는 맑고향기롭게 회원입니다. 저도 불자이고 대부분 불자들입니다.
법정스님께서 범 종교 범종파를 초월한 순수시민단체를 지향하셨지만
그 기본 바탕은 불교입니다. 법정어른스님 가시고 덕현스님이 불교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자 했습니다. 맑고향기롭게는 불교법인으로 등록되어있고
정관에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예를 들면 맑고향기롭게 모임을 스님이 주제하시면서 법회로
하시자고 했던것 같습니다. 그것이 맑고향기롭게 이사장으로써
비난받을 정도의 일입니까?

덕현스님이떠나신뒤, 비방하는 측에서는 덕현스님이 향기롭게 회원을 때렸다고도
하고 횡령했다고 합니다. 수도만 했던 청정한 수도승의 명예을 짖밟고
더럽히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2011-02-22 15:58:10
이제 덕있는 한마리 새가 날아드는 건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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