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혜일 호법원장 "존경받는 스님 몇이나 되나"

취임법회 "승풍진작 화합승가 이뤄 대표종단 위상 되찾을 터"

2021-06-25     조현성 기자
태고종

 

"절뺏기 위해 출가자를 종도로 모집한 종단도 있었다. 일반인에 존경 받는 스님이 몇이나 되나?"

한국불교태고종은 제26대 호법원장 혜일 스님은 25일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내 법륜사에서 봉행한 취임법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호법원은 사법부에 해당하는 태고종 종헌 기구이다. 행정부인 총무원, 입법부인 중앙종회와 함께 삼원으로 불린다.

혜일 스님은 "감개가 무량하고 세월이 무상하다"며 취임사를 시작했다. 스님은 "1970년대 '이곳' 법륜사에 와서 덕암 스님을 시봉하며 젊음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했다.

혜일 스님은 지난 2016년 종단 분규 당시 종정스님에게 불경했다는 이유 등으로 '법운대륜화상문회'에서 제명되면서 법륜사 주지임기를 잇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호명 집행부가 법륜사 주지를 둘러싼 '법운대륜화상문회'(회장 대은 스님)과 '대륜문회'(이사장 혜일 스님) 간 갈등에서 '대륜문회' 손을 들어줬다. 현재 법륜사 주지는 '대륜문회'가 선출한 지홍 스님이 맡고 있다.

혜일 스님은 최근 <불교닷컴>에 "'법운대륜화상문회'가 아닌 '대륜문회'에 정통성이 있다"고 알려왔다.

혜일 스님이 호법원장 취임사에서 "감개가 무량하고 세월이 무상하다"면서 '이곳 법륜사'를 강조한 것은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던 법륜사를 되찾은 감회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불이성(不二城)' 무색, 둘로 다투는 태고종 법륜사)

  
스님은 "태고종단은 그동안 많은 곡절 속에 기상과 위상, 사회적 신뢰가 추락했다. 승품진작과 화합승가를 이뤄내 한국불교 대표종단으로서 태고종의 위상을 되찾겠다"고 했다.

이어서 "승가화합과 종도의 권익보호에 방점을 두고 역할을 수행하겠다. 종단 삼부기관의 한 축인 호법원이 바로 서고 나아가 종단의 내일이 달라질 수 있도록 헌신과 열정을 다하겠다"고 했다.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종단이 불조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고 승가공동체의 위의를 훼손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존립가치를 의심받게 된다. 혜일 호법원장스님이 종도들의 기대에 부응해 직무를 훌륭히 수행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격려사를 했다.

종회의장 법담 스님은 "호법원은 종교 권위를 지키고 종단 기강을 바로 잡는 이중성을 갖는 기관이다. 호법원은 그 어느 종단구성원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 받는다. 종도 기대에 부응해 종단 기강을 바로 잡는 호법원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태고종 종책모임 원융회(원융포럼) 회장 원명 스님은 "전 회장 혜일 스님의 호법원장 취임을 축하한다. '살 에는 추위 없이 매화 향기를 얻을 수 없다'는 말처럼 태고종은 큰 내홍을 겪었다. 이제는 종조 태고보우의 원융무애 정신이 절실한 시기"라고 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 후보는 지난 23일 '태고플랫폼' 상임고문으로 공개 지지선언을 한 혜일 스님의 호법원장 취임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왔다.

 

호법원장

 

혜일 스님은 지난 4월 21일 제142회 정기중앙종회에서 '제5대 호법원장'에 당선됐다. 이날 태고종은 "혜일 스님이 호법원 역사와 전통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호법원 이전 중앙사정원 대수(24대)를 합해 상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사정원은 종헌종법 개정 이전의 명칭으로, 호법원장으로서는 제5대가 맞다. 이날 행사는 '제26대 호법원장 혜일 스님'으로 진행됐다.
   
혜일 스님은 1964년 제주 구룡사에서 동진 출가했다. 덕암 스님을 은사로 1971년 사미계, 1975년 대승계를 수지했다. 선암사 강원을 졸업한 후 일본 다이쇼대에서 불교학 학사·석사과정을 마쳤다. 1993년 서울 법륜사 주지, 2007년 제주 정방사 주지, 2013년 태고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2019년 태고종 15대 중앙종회 차석부의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