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 스님, 또 다시 박사논문 표절 의혹

이번엔 “日 학자 표절 확인”…동국대 “북쿄대, 5년 지나 시효 끝났다 회신”

2016-05-10     조현성 기자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의 박사논문이 국내학자뿐 아니라 일본 저명 학자들의 논문을 무단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광 스님이 승려이자 학자, 총장 신분으로 학생을 형사고소한 점 등이 집단지성을 움직여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을 정밀 검증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표절 의혹 제기는 지난해 2월 총동창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보광 스님의 박사논문이 안계현, 이기백, 김철준, 김영태 등 (국내학자) 논문을 표절한 의혹이 있다”는 발표에 이은 두번째이다.
(관련기사: 보광 스님, 이번엔 박사논문 표절 의혹)
 

발표된 지 5년 지나 문제 없다?

동국대는 <불교닷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다른 언론에는 북쿄대(佛敎大)에 (표절에 대해) 동국대가 조사를 의뢰했으나 ‘논문 제출 뒤 5년 이내’라는 학교 규정 때문에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불교닷컴>이 입수한 북쿄대 학위규정 제18조에 따르면 수사(석사) 및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자가 그 명예를 오욕하는 행위가 있을 때, 혹은 부정한 방법에 의해 수사 및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사실이 판명되었을 때는, 대학원연구과 교수회의 토의를 거쳐 학위의 수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논문 제출 뒤 5년 이내'만 조사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동국대가 북쿄대로부터 회신받은 형태가 공문인지, 유선(전화)인지를 질의하기 위해 동국대 총장 비서실 관계자에서 연락했으나 "홍보실에 물어보라"고 했고, 홍보실은 수차례 전화에도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등 답변하지 않았다.

또 동국대는 한 언론의 취재진에게 “표절 의혹이 제기된 학자들의 논문은 모두 <참고문헌>에 표기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김영국 소장은 조계종 반대파이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한 일이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日 저명학자 논문들 복제"

동국대 일반대학원학생회(회장 신정욱)은 교단자정센터, 연경불교정책연구소는 10일 <보광 스님 박사학위 논문 표절의혹 검증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스님이 1989년 일본 북쿄대에 제출해 박사학위를 받은 <신라 정토사상의 연구(新羅淨土思想の硏究)>이다. 공개된 논문 파일이 없어서 검증은 스님이 박사학위논문을 출간한 책 <新羅浄土思想の研究>(1991, 東方出版)을 갖고 했다.

스님의 박사학위 논문은 “故 에타니 류카이(惠谷隆戒) 북쿄대 전 학장이 1976년 발표한 <정토교의 신연구(淨土敎の新硏究)>(東京: 山喜房佛書林)와 故 미나모토 히로유키(源弘之) 박사가 1978년 발표한 <신라정토교의 특색(新羅淨土敎の特色)>, <한국정토교연구서설(韓國淨土敎硏究序說)>의 내용 여러 곳을 인용 표시 없이 복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례만 A4용지 10쪽 분량
 
보고서에는 보광 스님이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과 원 저자의 문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A4용지 10쪽에 달하는 사례들이 좌우 대조로 제시돼 있다.

미나모토 히로유키 박사의 <新羅淨土敎の特色> 가운데 14쪽 8~15줄 200자 원고지 4장 가량을 아무런 인용표시 없이 그대로 옮겼다고 했다. 같은 논문의 17쪽 17째 줄에서 18쪽 12째 줄까지 원고지 4장 가량을 역시 무단 도용했다고 밝혔다.

에타니 류카이 교수가 발표한 <淨土敎の新硏究>의 第5章 「新羅法位の無量壽經義疏硏究」, 第6章 「新羅元曉の淨土敎思想」, 第7章 「新羅義寂の無量壽經述義記について」, 第八章 「新羅憬興の淨土敎思想」 등에서는 원고지 12장 이상을 아무런 인용 표시 없이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논문 핵심마저도 표절"

보고서는 “보광 스님이 논문의 핵심인 ‘십념론’을 다루면서 자신의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밝힌 것처럼 글을 썼다. 이 부분은 특히 일본의 에타니 류카이(惠谷隆戒)와 미나모토 히로유키(源弘之)가 각각 1976년과 1978년 심혈을 기울여서 연구한 성과들을 거의 전적으로 도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십념론을 설명하면서 ‘원효는 누구에 의해 <미륵소문경>의 십념을 수용하게 되었는가? 이는 의상이 가져온 중국 지엄의 <화엄공목장>을 보고 수용한 것이라는 논의 구조를 자신이 처음 한 것처럼 했다. 이는 미나모토 히로유키의 글을 그대로 표절해 서술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십념론 부분의 논의 구조와 주요 주장들이 대부분 기존 연구 성과에서 무단으로 도용된 것이라는 점에서, 이 논문이 지닌 표절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표절의 고의성 두드러져"

보고서는 “단순정보를 표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학자들의 독창적인 문제제기나 의견 표명까지 논문의 핵심 부분에 그대로 도용함으로써 학위논문이 지녀야할 학문적 가치를 무너뜨려 표절의 고의성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故 안계현 박사의 논문 도표 16개를 아무런 인용표시 없이 표절한 의혹에 대해서 구체적인 검증을 한 결과, 안 박사 논문에 사용된 도표 17개 가운데 13개를 그대로 도용했다. 나머지는 극히 일부만 보완하거나 수정해 아무런 인용표시 없이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계현 박사의 논문에서 도표의 배치구도란 논문의 전반적인 서술구조와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논증자료이다. 보광 스님이 안계현의 연구 성과로부터 자신의 논문 구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대거 표절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학생 고소에 분개, 집단지성 움직여

지난해 1월 논문표절 의혹을 동국대에 제보한 김영국 소장(연경불교정책연구소)은 “올해 초 교수협의회장 해임, 학생간부 형사고발 등으로 동국대 사태가 심각하게 재론되는 과정에서, 뜻있는 불교계 및 관련학계 연구자들이 물밑에서 거론되던 박사논문 표절의혹을 약 2개월에 걸쳐서 집단지성의 힘으로 검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의혹은 보광 스님의 박사학위논문 총 5개 장 751페이지 가운데 학위논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장(신라 정토사상의 제 문제)과 제4장(신라의 염불의 실천 방법과 유형) 일부분을 일본학자 2인 등 저서와 집중적으로 대조한 결과에 불과하다.

동국대 불교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K씨는 “이 논문을 완독하고 검증작업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발견된 표절 증거들만 해도 양적으로 다양하고 내용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 내용들이 일본 학계에 알려지면 확실한 표절 입증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논문 곳곳에 표절이 의심되는 대목들이 널려있다. 전문 인력과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표절 내용을 더 밝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내 발표 논문, 전문기관서 조사해야

이에 앞선 지난달 29일 동국대 대학원학생회 등은 2015년 예비조사에서 표절 확인된 16편의 논문 재심을 하루속히 진행하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총장의 논문표절 재심을 진행하는데 총장에 의해 임명된 부총장이 위촉 권한을 행사하여 임명된 재심위원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교육부 훈령에 근거해 외부의 전문기관에 의뢰하라”고 촉구했다.

또, “지난해 예비조사에서 표절로 판정됐으나 시간상의 문제로 본 조사에 회부되지 않았던 <서산대사의 정토관>의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논문일 뿐만 아니라, 백과사전의 내용을 5페이지가량 아무런 출처표시 없이 작성된 대표적 표절논문“이라며 ”연구비를 지원한 한국연구재단이 조사에 착수해 연구비 회수 등의 사후 조치를 취하라“고 주장했다.

日에 검증 요청, 박사학위 취소도 요구할 것

2015년 동국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이미 보광스님 논문 18편이 표절로 판정되었고, 그 중 재심에서 2편은 최종확정, 16편은 보광스님의 재심요청에 의해 보광 총장이 구성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체제 아래 재심이 보류 중인 상태에서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대학원학생회 등은 일본 학계에 표절 검증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한편, 박사학위취소도 요구할 방침이다.

대학원학생회는 “이 같은 표절행위가 연구윤리위반에 있어 가장 심각한 경우에 해당하는 타인 저술에 대한 무단 표절행위일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광범위하게 노골적이고 의도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보광 스님이 학자적 양심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 학위논문을 철회하고 총장직에서도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참고문헌서 밝혔다?

한편, 지난 2000년 김대중 정권의 교육부 수장이 된 송자 장관은 저서 <관리경제학>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 경제학자들의 저서를 통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송자 장관은 "해당 학술저서 서문에서 미국 경제학자들의 책을 참고해서 작성했음은 밝혔다"고 항변했다. 여론은 "정상적인 인용이나 저작권 양해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송 장관은 취임 한달만에 낙마했다.

고려대 이필상 총장은 표절의혹 제기 2달 만에 사퇴했다.

동국대 "북쿄대 조사 않기로 했다"

<한겨레>는 10일 보광 스님의 논문표절 의혹 기사를 보도하면서 동국대가 해명자료를 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한겨레> 기사 가운데 동국대의 해명 부분이다.
 
동국대는 해명자료를 내어 “(27년 전의 논문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일반적인 학계의 관행을 벗어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고 반박했다. “27년 전 한국과 일본 학계에는 연구자의 업적을 검증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데다, 연구자의 윤리규정 등도 정립돼 있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일본은 2000년대까지 컴퓨터 조판이 이뤄지지 않았고 ‘청타’라는 방법으로 논문이 출판됐기 때문에 이런 과정 속에서 (인용표시 부호 등이)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동국대는 또 북쿄대학에 (표절에 대해) 조사를 의뢰했으나 ‘논문 제출 뒤 5년 이내’라는 학교 규정 때문에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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