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ㆍ종교계도 법정 스님 애도
문화ㆍ종교계도 법정 스님 애도
  • 연합뉴스
  • 승인 2010.03.1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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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1일 입적한 법정(法頂)스님은 생전 천주교나 개신교, 원불교 등 이웃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폭넓게 교류했으며 종교계를 넘어 문학, 미술 등 문화 예술계 다방면으로 수많은 인사와 친분을 나눴다.

이런 스님의 입적 소식에 문화ㆍ종교계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조계원 총무원에 보낸 메시지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많은 위로와 사랑을 주셨던 법정 스님의 원적은 불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큰 슬픔"이라며 애도했다.

추기경은 이어 "법정 스님의 원적을 진심으로 애도한다"라며 "스님께서 부디 극락왕생하시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원불교 김주원 교정원장도 "법정 스님께서는 평생 맑고 그윽한 향기를 지닌 수도인으로서 가슴속 깊이 부처님의 진리를 심어주시고, 대자대비심으로 늘 중생의 곁에서 밝은 빛이 되어주셨다"고 애도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도 애도문을 통해 "스님이 남긴 무소유의 가르침은 한국불교를 지탱하는 정신적 좌표이며, 우리 사회를 맑고 향기롭게 정화하는 시대정신이었다"고 말했다.

이웃 종단인 불교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정사도 "스님의 말과 글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바다가 되어 분별이 없는 자비심을 키울 것"이라고 추모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길상사의 관음보살상을 조각해 화제가 됐던 원로 조각가 최종태 김종영미술관 관장은 스님의 입적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최 관장은 "김수환 추기경이 가시고 1년 만에 또 법정 스님이 가셨다"라며 "가까이서 의지하던 분들이 가니 버팀목이 자꾸 가는 것 같아 나 자신도 많이 꺾인다"라고 슬퍼했다.

그는 "관음상을 조각해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예전부터 많이 했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법정 스님이 연락을 해와 그 뒤로 10여 년간 가깝게 지냈다"고 인연을 회고한 뒤 "전날 식사를 하신다는 기사를 읽고 괜찮으신가 보다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관장은 이어 "깨끗하고 향기로운 품격을 갖고 있던 분"이라며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글들을 통해 맑은 향기를 우리 사회에 전달하는데 크게 기여하셨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의 수필집 '아름다운 마무리'에 등장하는 소녀 '봉순이' 그림을 그린 박항률 화백도 "열흘 전쯤 병원을 찾았지만 주무시고 계셔서 직접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고 돌아왔다"며 "당시 주변에서 좀 더 좋아지실 것이라 그랬었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정스님 입적..절하는 스님들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법정 스님이 입적한 11일 서울 성북동 길상사 설법전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스님들이 분향한 뒤 절을 하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고 있다. 2010.3.11 kane@yna.co.kr

독실한 불교 신자인 부인을 따라 절에 나가면서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는 박 화백은 '봉순이' 그림에 대해 "스님께 작은 소년을 그려 드렸더니 스님이 껄껄 웃으시면서 '나는 소녀가 더 좋아'라고 하셔서 소녀 그림을 다시 그려 드렸던 것"이라며 스님의 생전 모습을 회상했다.

오랫동안 법정 스님의 사진을 찍으며 인연을 맺어온 사진작가 조세현씨는 "처음에는 독자로 좋아하다가 직접 만나게 됐다"라며 "어려운 시기에 스승으로서 많은 위안을 주셨고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을 참 안 찍으시는 스님께 간곡히 청해 사진을 찍게 됐는데 다행히 제 사진을 좋아해주셔서 계속 사진을 찍게 됐다"라며 "스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사진가로서도 참 기쁜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세현 작가는 이어 "입적 소식을 전해 듣고 그동안 찍은 스님의 사진 이미지를 고르고 있는 중"이라며 "슬프지만 스님에게 이게 내가 마지막 해 드릴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라고 애도했다.

이밖에 문학계에서는 고은 시인과 류시화 시인 등이 법정 스님과 깊은 인연을 맺었으며 불교 관련 소설과 산문을 주로 쓴 소설가 정찬주 씨는 법정 스님으로부터 직접 법명을 받기도 했다.

또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 씨도 생전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친분을 나눴던 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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