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주권을 되찾자
문화주권을 되찾자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3.05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기표의 세상이야기]
▲ 수월관음도 / 소장처 : 정가당문고미술관 ( 일본 ) /시대 : 고려 / 크기 : 110.0×59.2

엊그제 거행된 삼일절 91주년 기념식을 지켜보는 마음이 참으로 착잡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 병합된 경술국치(庚戌國恥) 100년을 맞는 해이고, 해방이 된지 65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과연 진정한 독립을 이루었는가 하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독립이란 일제에게 빼앗겼던 주권을 완전히 되찾은 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일본으로부터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강제 징용으로 끌려가 희생당한 이들에 대한 피해보상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식민시대에 약탈당한 문화재 가운데 태반이 아직도 일본 땅에 머물러 있다.

일제가 식민통치 36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약탈해간 문화재는 자그마치 10만 여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일제가 약탈해간 문화재 거의가 불교문화재로서, 우리민족이 세계에 자랑할 만한 국보급 유물이라는 점이다. 예술적으로 뛰어난 가치가 있는 것만을 골라 약탈해갔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한국 정부의 요구에 의해 극소수의 문화재가 환수되기도 했었다. 그중 석조유물 일부가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세워져 있는데 모두가 불교문화재이고, 국보급 유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정부는 우리 문화재 1천4백여 점을 반환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문화재 반환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민족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약탈해간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반성이나 사과를 입으로만 외치고 있을 뿐, 그들의 약탈근성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조선왕실에서 베풀어진 의례의 형식과 절차 등을 기록한 ‘조선왕실 의궤’를 저희들 왕실도서관에 버젓이 전시해놓고 있는 것은 그들의 약탈근성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이 진실로 과거사를 반성한다면 우리에게서 약탈해간 10만 여점의 문화재 모두를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남에게 빼앗아간 것도 돌려주지 않으면서 무슨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한단 말인가.

민간단체 주도로 약탈문화재 반환운동이 전개되고 있고, 우선 ‘조선왕실 의궤’만이라도 찾아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일부 문화재의 반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민간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 문화재환수운동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우리의 약탈문화재 환수정책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기껏해야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외규장각도서나 일본에 있는 조선왕실 의궤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외규장각 도서나 왕실의궤 등은 조선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어찌 그것만 소중하겠는가. 약탈문화재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문화재는 우리민족의 혼과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민족문화유산으로써 왕실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치 없게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왕실보다 민족이 우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어찌되었든 약탈문화재라 해도 그 기득권을 보호하고 있는 국제규약 때문에 정부의 환수노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돌려받기가 어렵다면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라도 구축해서 그것만이라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또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자료로 삼아야 한다.

이웃나라인 중국에서도 아편전쟁으로 패한 뒤 영국과 프랑스에 약탈당한 약 150만여 점의 해외문화재의 도록을 만들기 위해 세계 2000여 박물관을 샅샅이 훑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등 50여 개국의 박물관과 도서관 등에 전문가를 파견하여 잃어버린 유물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진 및 동영상 자료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듯 약탈문화재에 대한 소재라도 파악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둬야 당장은 아니라도 꾸준히 환수운동을 펼칠 수 있고, 언젠가 그것을 되돌려 받아 문화주권을 되찾아야 비로소 완전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 아니겠는가.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이 기사를 응원합니다." 불교닷컴 자발적 유료화 신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층
  • 대표전화 : (02) 734-7336
  • 팩스 : (02) 6280-25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대표 : 이석만
  • 사업자번호 : 101-11-47022
  • 법인명 : 불교닷컴
  • 제호 : 불교닷컴
  • 등록번호 : 서울, 아05082
  • 등록일 : 2018-04-05
  • 발행일 : 2006-01-21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불교닷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불교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san2580@gmail.com
ND소프트